[데스크에서] ‘음식값 감찰’과 도공 사장 사퇴의 관계국토부의 도로공사 감찰, 결국 사장 내쫓기 의도였나
김진숙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23일 결국 사퇴 의사를 밝혔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지시에 따라 김진숙 사장을 비롯해 도로공사 임원들에 대한 감찰이 진행되고 있던 와중에 백기를 든 것이다. 이번 감찰의 표면적인 배경은 국토부가 지난달 도로공사에 전국 207개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값 10% 인하를 제안했는데 산하기관인 도로공사가 이를 거부(?)했다는 것이었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전국 휴게소 매출 상위 5개 음식 가격이 전년 대비 10% 이상 올랐고, 이런 상황에서 도로공사가 가져가는 휴게소 임대료 등을 낮춰 휴게소 음식값을 10% 깎아주자는 게 국토부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도공 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이유로 국토부 방안에 난색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휴게소 음식값 논란’은 대외적으로는 고속도로 이용객을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진짜 의도는 숨겨져 있는 것 같다. 도로공사의 ‘음식값 인하 거부’에 따른 국토부의 감찰은 그럴듯한 구실이지 실체가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심지어 도로공사 내부에서는 “음식값 논란에 따른 이번 감찰에서 지적받을 게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대부분 도로공사가 휴게소 운영사업권을 입찰에 부친 후 낙찰 받는 업체에 위탁 운영을 맡기는 구조다. 만약 도로공사가 음식값 10%를 깎아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손실은 누군가는 보전을 해줘야 하는 것이다. 또한 도로공사에 수수료를 적게 낸 위탁업체가 휴게소에 입점한 식당들에게 ‘일률적으로 음식값을 10% 내리시오’하고 지시를 할 수도 없고, 임대료를 깎아줬다고 하더라도 식당들이 순순히 음식값을 내릴지도 미지수다. 식당 입장에서는 물가 상승을 이유로 현재 음식값이 적정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만약 도로공사든 위탁업체든 식당에 음식값을 깎아주라고 직접 지시를 한다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도 클 것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지난 21일 도로공사 임원들을 상대로 감찰에 착수했고 김진숙 사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23일 현재까지도 감찰이 언제까지 진행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번 감찰은 국토부 TF 차원에서 논의 중이던 ‘휴게소 음식값 인하 방안’이 앞선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도로공사가 의도적으로 유출해 ‘언론 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는 국토부의 의심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이는 ‘언론 자유’에 대한 도전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고, 도로공사에서 유출됐다고 하더라도 임직원을 비롯한 관계자가 수천 명이 될 텐데 그중 언론 제보자를 가리겠다는 것은 무모해 보인다. 국토부는 그런 점을 알고 김진숙 사장과 임직원들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나. 일단 털고 보면 뭐든 나올 것이라는 심산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김진숙 사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 그 고민은 감찰 원인인 음식값을 어떻게 내릴지에 대한 것이 아닌 ‘자신의 거취’에 대한 고민이었을 것이다. 국토부가 무모해 보이는 이번 감찰에 대해 과연 어떤 결과를 어떻게 내놓을지 지켜볼 일이다. 당초 감찰의 명분이 약해 보이기 때문이다.
/홍제진 부국장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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