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헤비급과 밴텀급의 싸움

업역 개편 종합 vs 전문 경쟁, 무너지는 건설 생태계

윤경찬 기자 | 기사입력 2021/05/06 [13:41]

[데스크 칼럼] 헤비급과 밴텀급의 싸움

업역 개편 종합 vs 전문 경쟁, 무너지는 건설 생태계

윤경찬 기자 | 입력 : 2021/05/06 [13:41]

▲ 윤경찬 편집국장  © 매일건설신문

아무리 날쌘 격투기 선수라도 밴텀급(61.2kg 이하)이 헤비급(120.2kg 이하)과 싸워서 이길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최근 건설시장에서는 마치 UFC 경기에서 헤비급선수와 밴텀급 선수가 싸우는 것과 같은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상호간 시장 진출로 영세 전문건설업체들이 사업성 악화로 존폐위기에 몰렸다. 이에 건설시장 생태계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건설산업 생산체계 개편’에 따른 실태를 보면 종합건설사업자는 소규모 전문건설공사까지 손쉽게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건설사업자는 공공기관 발주자들이 공사와 관련된 공종의 대부분을 꼭 면허를 갖춰야 되는 주된 공종으로 설정하고 종합공사로 발주함에 따라 해당 종합공사업의 등록기준을 맞추지 못해 현격하게 응찰을 제약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건설업계는 “건설업역 상호시장 허용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 미비 상태에서 동등한 경쟁을 강요받는 상황에 맞닥뜨렸다”며 지난달 전국 회원사가 대규모로 참여한 3만5천여부의 탄원서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공공기관 발주자들의 편의주의적인 발주로 전문건설업체의 응찰 기회 위축, 전문건설시장 침해, 시공역량보다는 면허 충족한 업체가 수주한 공사에 하도급 상황 야기 등으로 경영이 위축되고 입지가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초 국토교통부가 건설시장 개편을 밀어붙일 때부터 우려됐던 문제다. 건설시장에 경쟁체계를 도입해 사실상 영세 기업의 폐업을 유도한 결과의 후유증이 반년도 안 돼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경쟁은 시장에 활기를 부여하고 상향평준화를 유도한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하지만 밴텀급 선수와 헤비급 선수가 맞붙어서 어떻게 게임이 되나.

 

종합건설업은 종합적으로 계획·관리·조정과 시공하는 건설공사업으로 약 1만 3천여개사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반면 전문건설업은 시설물의 일부 또는 전문분야 건설공사업을 하는 약 6만 3천여개사가 있다. 이는 곧 영세 규모의 수많은 지역 전문건설업체들의 도산에 따른 지역경제 위축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국토부는 공정한 경쟁여건(대업종화·컨소시엄)이 조성될 때까지 공사의 특성 등을 고려해 발주자가 상호시장 개방 여부를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발주 세부기준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또 일선 발주기관이 공사내역서상 부대공사에 해당하는 공종을 그대로 입찰공고문에 기재하는 등 제도 운영상의 불합리한 점도 시정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전문업체의 종합공사 진출은 면허보유, 실적필요, 등록기준 충족 등 높은 진입장벽이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무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만큼 공정경쟁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헤비급 선수가 밴텀급 선수와 싸운다는 것 자체가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

 

 

/윤경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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