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은 수치가 아니라 신뢰다

행정의 낡은 관성, 시민 신뢰는 붕괴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6/07/14 [13:55]

[기고] 안전은 수치가 아니라 신뢰다

행정의 낡은 관성, 시민 신뢰는 붕괴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6/07/1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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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기 교수    ©매일건설신문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압사 사고 이후, 우리 사회에서 안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시민들은 사고를 단순한 불운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예방 가능한 사회적 과제로 인식한다. 이는 공동체적 책임 의식이 강화된 결과이며 성숙한 사회의 증거다.

 

더 나아가 AI(인공지능)와 유튜브 같은 디지털 플랫폼은 시민들의 안전 인식을 한층 높여 주고 있다. 최신 기술, 해외 사례, 전문적 분석까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에 시민들은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추고 있다. 이제 시민들은 행정기관의 일방적 설명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정보를 검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기관의 대응은 여전히 과거의 관성에 머물러 있다. 성수대교 남단 진입램프 9cm 단차 문제에서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했지만 서울시에서는 “구조적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설명만 내놓았다. 시민들의 체감 불안은 무시되었고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삼성역 공사 현장에서 드러난 철근 누락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대형 지하 구조물의 안전성에 대한 시민들의 의문은 정당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보강하면 구조상 문제 없음’이라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철근 누락은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명한 조사와 책임 있는 설명은 부족했다.

 

서소문 고가 도로 역시 시민들의 불안이 반복된 사례다. 구조적 노후화와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었지만 서울시는 “즉각적인 위험은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안은 단순한 수치로 해소되지 않는다. 안전은 기술적 관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회적 신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고가 발생하면 거의 모든 행정기관에서는 안전 문제를 단순히 기술적 수치와 데이터로만 판단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하지만 시민들이 불안을 느낀다면 그것 자체가 대응해야 할 과제다. 단순히 “문제 없음”이라는 답변보다는 정밀 진단, 투명한 정보 공개, 그리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성수대교 단차, 삼성역 철근 누락, 서소문 고가 사건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안전 인식과 행정기관 대응의 간극을 잘 드러낸다. 시민들은 이미 안전을 생활의 중심 가치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AI와 유튜브를 통해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추고 있다. 반면 행정기관들은 여전히 과거의 관성에 머물러 있다.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안전에 대한 불신은 반복될 것이고 사회적 갈등은 심화될 것이다.

 

이제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안전 관리로 나아가야 한다. 신고를 단순 민원으로 치부하지 말고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안전은 단순한 기술적 관리가 아니라 시민과 행정이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적 약속이다.

 

시민들은 이미 ‘안전 사회’를 요구하고 있다. 행정기관들이 이를 외면한다면 불신은 제도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다. 안전은 수치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이며 신뢰는 투명성과 참여에서 비롯된다. 이제부터는 시민과 함께 안전을 설계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성숙한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행정의 모습이다.

 

그동안 행정기관들이 반복적으로 보여온 ‘문제 없음’식 대응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안전은 단순히 붕괴 위험 여부를 따지는 기술적 수치가 아니라 시민이 안심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구축하는 과정이다. 성수대교의 단차, 삼성역의 철근 누락, 서소문 고가의 노후화는 모두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안의 상징이다. 그 불안을 외면하는 순간, 행정은 시민과의 신뢰를 잃는다.

 

서울시를 비롯한 행정기관들은 이제 과거의 관성을 끊어내야 한다. 안전을 기술적 관리의 영역에만 가두지 말고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사회적 약속으로 인식해야 한다. 투명한 정보 공개, 정밀한 진단, 적극적인 조치가 뒤따를 때만 시민들은 행정을 신뢰할 수 있다. 안전은 수치가 아니라 신뢰다. 그리고 그 신뢰는 시민과 행정이 함께 쌓아 올려야 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안전사회 구축을 위한 전문가 모임 대표, 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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