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철근’보다 ‘사람’을 뺐다, 품질관리자 없는 현장의 비극

건설사들의 탐욕으로 유령이 된 품질관리자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6/06/24 [17:30]

[기고] ‘철근’보다 ‘사람’을 뺐다, 품질관리자 없는 현장의 비극

건설사들의 탐욕으로 유령이 된 품질관리자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6/06/24 [17:30]

▲ 최명기 교수   © 매일건설신문

 

건설현장 붕괴사고와 부실시공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GTX-A 서울 삼성역 철근 누락사고를 비롯하여 무량판 구조 아파트 철근 누락 사고부터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에 이르기까지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고강도 대책을 쏟아냈고 국회는 법을 바꾸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현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사고의 표면적인 원인은 철근 누락과 부실 콘크리트 타설 등으로 발표되지만 그 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면 구조적인 인력 부족과 비정상적인 현장 운영이라는 고질적인 병폐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현장의 두 가지 핵심 축인 안전과 품질 중에서도 법정 품질관리자가 본연의 역할을 잃고 공사와 공무 업무에 전방위로 차출되는 유령 인력으로 전락한 현실은 대한민국 건설업계의 가장 뼈아픈 사각지대다. 건물의 뼈대를 튼튼히 하고 대형 부실을 막아야 할 품질관리자가 사라진 현장에서 제대로 된 구조물이 지어질 리 만무하다.

 

안전에 가려진 품질의 사각지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건설업계의 풍경은 표면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최고경영자(CEO) 처벌이라는 강력한 사법적 리스크 덕분에 현장의 안전관리자는 귀한 몸이 됐다. 본사 차원에서도 안전관리자만큼은 법적 기준을 철저히 준수해 배치하고 이들이 다른 업무를 겸하지 않고 안전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지원한다. 최소한 안전 분야에서는 법이 어느 정도는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품질관리자의 처지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공사 현장에는 반드시 품질관리자를 배치하도록 의무화되어 있지만 현장에서 이 법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시공사 경영진의 눈에 품질관리자는 구색 맞추기 서류 작업이나 하는 유휴 인력 혹은 언제든 현장 일손으로 대체 가능한 예비 부품으로 취급받기 일쑤다.

 

공사 기간(공기) 단축과 인건비 절감이 최우선인 현장에서 품질관리자는 가장 먼저 희생양이 된다. 공사 담당 직원이 부족하면 품질관리자를 현장에 투입해 공정을 관리하게 하고 공무(내역, 정산, 계약) 담당자가 모자라면 품질관리자에게 서류 뭉치를 떠넘긴다. 법적으로는 품질관리자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 하루 일과는 공사 담당자나 공무 직원의 삶을 사는 기형적인 겸직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이유다.

 

품질관리의 공백이 부른 부실과 붕괴의 도미노

 

품질관리자가 본연의 업무에서 이탈할 때 그 대가는 고스란히 구조물의 붕꾀나 전도와 같은 구조적 안전 결함으로 이어진다. 품질관리자의 핵심 임무는 콘크리트 타설 전 철근 배근 상태를 정밀하게 확인하고 타설 중인 콘크리트의 강도와 슬럼프(점도)를 시험하며 반입되는 자재가 설계 기준에 부합하는지 철저히 검수하는 일이다.

 

그러나 품질관리자가 공사와 공무 업무에 쫓겨 현장 품질점검을 나가지 못하면 그 공백은 시공을 담당하는 협력업체(하도급사)의 작업자들에게 전적으로 위임된다. 공기 압박에 시각을 다투는 타설 현장에서 꼼꼼한 품질 검증 없이 콘크리트가 부어지고 철근이 덮인다. 한 번 타설된 콘크리트 내부의 부실은 건물이 무너지거나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육안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최근 몇 년간 우리를 충격에 빠뜨렸던 대형 붕괴사고들의 내면에는 이처럼 대충 눈감고 넘어간 품질 점검의 부재가 완벽히 자리 잡고 있었다.

 

품질은 사후에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과 마찬가지로 매 순간 실시간으로 확보해야 하는 가치다. 하지만 품질관리자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고 현장에서는 다른 일을 하고 있으니 구조안전의 기초 체력인 품질이 무너지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다.

 

‘품질이 곧 안전’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

 

이제는 구조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더 이상 시공사의 양심이나 현장 소장의 재량에 품질관리를 맡겨둘 수 없다. 

 

첫째, 품질관리자는 현행법상으로 품질관리 업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지만 공사나 공무 등 타 업무 수행에 대한 단속과 처벌 규정은 느슨하기 짝이 없다. 정부와 지자체의 정기 점검 시 서류상의 배치 확인을 넘어 실제 작업일지와 업무 분장을 조사해 겸직 적발 시 시공사에 영업정지에 준하는 강력한 벌점과 과태료를 부과하는 실효성 있는 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

 

둘째, 고위험 공종이 포함된 현장의 품질관리 인력 배치 기준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 현재는 단순히 총공사비 규모에 따라 품질관리자 인원수가 정해진다. 하지만 무량판 구조, 초고층 건축, 대규모 지하 굴착 등 고도의 품질관리가 요구되는 고위험 현장에는 공사비 규모와 관계없이 특급 품질관리자를 비롯하여 일정 인력 이상의 시공관리자를 필수 배치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셋째, 품질관리비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 발주자가 공사비 내역에 책정해 주는 품질관리비가 시공사의 일반 이윤이나 타 공사비로 전용되지 않도록 해당 비용의 집행 내역을 별도로 관리하고 검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품질관리자의 인건비가 온전히 품질 확보에만 쓰이도록 재정적 독립을 시켜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품질관리자에게 부실시공 징후 발견 시 즉각 공사를 중단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작업 중지권과 신분 보장책을 부여해야 한다. 발주자나 경영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이대로 타설하면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는 권한과 구조가 정착되지 않는 한 품질관리자는 영원히 현장의 ‘을’로 남을 수밖에 없다.

 

튼튼한 뼈대 없는 안전은 신기루

 

중대재해처벌법이 건설현장의 사고 발생을 막는 긴급 브레이크라면, 철저한 품질관리는 건축물 자체의 수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엔진 오일과 같다. 아무리 현장에서 안전모를 쓰고 추락 방지망을 설치한들 건물 자체의 뼈대가 부실해 무너진다면 그 어떤 안전 대책도 무용지물이다.

 

건설현장에 충분한 기술 인력을 배치하고 그들이 원래 맡은 본연의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비용의 낭비가 아니라 미래의 대형 참사를 막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품질이 곧 안전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없다면 우리는 언제 또다시 무너져 내리는 구조물 앞에서 뒤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려야 할지 모른다. 정부와 건설업계의 즉각적이고 결단력 있는 제도 개선을 촉구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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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나야 2026/07/14 [06:19] 수정 | 삭제
  • 품질관리자의 부재도 문제지만 지도 관리해야 할 건설사업관리기술인(감리원)의 품질에 대한 업무 이해도가 딸린 것도 문제임. 아예 품질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니깐요.
  • 난봉이야 2026/07/09 [10:00] 수정 | 삭제
  • 국토부나 시,도 품질 점검 나오면 쓰잘대기 없는 서류나 보지말고 그 현장 품질, 안전, 공사, 공무 등의 인원 베치사항을 체크하고 적절인원 못미치면 이것을 문제 삼아 시정지시및 벌금 때려야 한다..
  • 30년 품질관리자 2026/07/07 [17:05] 수정 | 삭제
  •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시험기사 혹은 시험대리와 품질관리자 또는 품질실장은 시험의 범위에서 더 폭넓게 실제적인 현장의 품질관리를 실시하도록 이끌어 갈 수 있는 권한과 책임이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험기사 대리 과장들은 오로지 시험만을 해야하며 다른것을 할수가 없고 하라고 요구하면 안되는 겸직금지의 기준이 있어야하고, 품질과장 차장 혹은 품질관리실장이라 하면 설계도면과 시방서등의 기준을 총괄 감독할수 있는 기술자로써 일을 할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려면 그만큼의 지원과 안정적 입지가 주어져야 하니 현실과의 괴리를 맞춰야 하는 이런 정책이 필요한데 과연 어느누가 품질관리자들을 위해서 그렇게 나서서 추진을 할까요? 그러니 맨날 반복하고 땜빵하고 그럭저럭 지나가는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책을 책임지고 펼쳐야할 사람들도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앉아 있으니 한심한거죠.
  • 국건유착이야 2026/07/06 [12:12] 수정 | 삭제
  • 국건 유착이라서 힘듬. 다 알고도 그냥 국토부는 점검을 대충하고 가는게 일상임. 오로지 서류만 보고가지 품질관리자가 지대로 배치되어 있는지 신경도 안씀 그나마 신고들어가면 현장에 전화해서 품질관리자 지대로 배치되어 있냐? 물어보고 땡임. 현장 조사 나가서 확인 안함.
  • 국토부야제발 2026/07/03 [16:11] 수정 | 삭제
  • 해결방법은 간단하다 품질점검을 빡세게 해라!! 벌점을 지금보다 훨씬 많이 줘라!! 시공사에서 알아서 품질관리 철저히 한다!!! 10년 넘게동안 품질점검이랍시고, 아무것도 모르고 오는 점검관들 너무 많이 봐왔다 제발 품질관리 빡세게 해라!!! 그게 ㄹㅇ 정답이다. 겸직인원들 좀 제발~~!!! 적발 좀 해라~~!!! 1년에 겸직 적발건수가 도대체 몇건이나 될까? 그런 실적이나 있을까?
  • 국토부말좀들어라 2026/07/03 [13:06] 수정 | 삭제
  • 품질관리자가 잡부가 된 사실 국토부빼고 다 아는 사실입니다. 서류만 품질관리자 선임해놓고... 여기 저기 뺑뺑이 돌리는 소장놈들. 그걸 묵인해주는 감리놈들 , 발주처 놈들. 안전은 안전업무만 보게 만들어놓고, 품질은 개잡부로 만들어 버린 현실... 이제는 고쳐져야합니다. 품질관리자 사람이 없다면, 안전처럼 공사를 못하게 해야합니다.
  • 건설인 2026/07/03 [10:02] 수정 | 삭제
  • 품질관리자 놀고 있는줄 아는 소장님들 천지 빼까리임.
  • 국토부한통속 2026/07/02 [21:51] 수정 | 삭제
  • 도급순위가 높은 건설사부터 낮은 건설사까지 전반적으로 비슷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품질관리자를 현장 운영에 꼭 필요한 인력이라기보다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존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인식이 생긴 이유 중 하나는 품질관리 분야의 진입장벽이 비교적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도면 이해나 시공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사람도 자격증만으로 등급을 취득해 업무를 수행하는 사례가 있어,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측면도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관계 행정기관의 관리·감독 방식도 이러한 현실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국토교통부나 지방국토관리청 등 감독기관에서도 현장 점검 과정에서 품질관리자 배치나 운영상의 미흡한 부분을 인지하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중대한 사고나 문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적극적인 시정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현장에서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다 실효성 있는 점검과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품질관리자의 역할과 위상도 함께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오공 2026/07/02 [16:15] 수정 | 삭제
  • 그러니 가짜 품질 관리자들 때문에 진짜 품질 관리자들은 얼마나 힘들겠어
  • 건설인 2026/07/02 [13:56] 수정 | 삭제
  • 일정공사금액 이상은 공사나 공무도 의무 배치인원이 되어야 한다
  • 건설품질인 2026/07/02 [10:51] 수정 | 삭제
  • 현실은 아무도 알아주지않고 건설사에 직원들조차 아무생각이 없거나 무시하거나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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