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 재발 방지의 길

AI 검측, 선택 아닌 의무 돼야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6/05/22 [18:15]

[기고] GTX-A 삼성역 철근 누락 사태, 재발 방지의 길

AI 검측, 선택 아닌 의무 돼야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6/05/22 [18:15]
본문이미지

▲ 최명기 교수   ©매일건설신문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A 삼성역 구간 공사에서 기둥 80개 중 50개의 주철근이 설계의 절반만 시공된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지하 46미터 깊이에서 철근 2570개가 사라진 채 콘크리트도 안전도 품질도 굳어 버렸다. 

 

배근팀도, 원청도, 감리사도, 발주자도 아무도 몰랐다. 이것은 단순한 시공 실수가 아니다. 대한민국 건설 시스템 전체가 한꺼번에 무너진 사건이다. 이제 원인 규명과 책임 추궁을 넘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말해야 할 시간이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검측 시스템 자체를 디지털로 전환해야 한다. 지하 46미터 환경에서 수십 개의 기둥 철근을 감리원 한 명이 도면과 일일이 대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하나씩 세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것이 검측이 형식화되는 구조적 이유이다. 기술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배근이 완료되면 고해상도 카메라로 현장을 촬영하고 AI가 철근 개수, 열 수, 간격을 자동으로 계측하여 설계 도면 데이터와 실시간 대조하는 시스템을 공공 대형공사에 의무 도입해야 한다. 허용 오차를 초과하면 자동으로 경고 신호가 발주청 시스템으로 전송되고 감리원의 전자 서명과 발주청 시스템 승인이 동시에 완료되기 전까지 콘크리트 타설 허가가 발급되지 않는 디지털 연동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타설 허가가 사람의 서명 하나가 아니라 시스템의 확인을 거쳐야만 나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타설이 완료된 이후의 안전망도 필요하다. 콘크리트 속 배근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초음파 탐사 등 비파괴 검사를 주요 구조 부재에 대해 정례화해야 한다. 타설 전 검측이 실패해도 사후 비파괴 검사가 최후의 안전망이 될 수 있다. 지하 대심도나 복잡한 환경에서는 드론, 로봇 또는 3D 레이저 스캐너를 활용한 배근 3차원 스캔과 BIM(건설정보모델링) 모델 자동 대조 기술 도입도 병행해야 한다.

 

배근 검측, 콘크리트 품질, 비파괴 검사 결과가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 관리되고 발주청·감리·원청이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는 건설 품질 통합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운영해야 한다. 이 플랫폼이 CSI(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와 연동되면 전국 공공공사의 품질 현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둘째, 감리를 구조적으로 독립시켜야 한다. 감리를 발주자가 선정하고 발주자가 비용을 지급하는 구조에서는 감리의 실질적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번 사태에서 감리는 철근 누락을 인지한 이후에도 검측 확인서에 합격 표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주자의 이해관계에 종속된 감리가 만들어낸 결과이다.

 

대형 공공공사의 감리는 국토안전관리원 또는 제3의 공공기관이 선정하고 비용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여 발주자의 이해관계로부터 감리를 구조적으로 분리해야 한다. 또한 구조 기둥 배근 검측을 담당하는 감리원에게는 구조기술사 또는 구조 분야 건설기술인 특급 이상의 자격을 요구하도록 배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감리원이 구조 도면을 정확히 해석하고 현장과 대조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면 검측은 형식에 그친다. 검측 확인서 허위 기재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자격 취소 등 강력한 행정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

 

셋째, 발주자가 현장을 직접 봐야 한다. 현행 구조에서 발주자는 감리의 보고를 받아보는 역할에 머물러 있다. 감리가 형식적으로 처리해도 발주자가 이를 발견할 방법이 없다. 이것이 이번 사태에서 서울시도 몰랐던 구조적 이유이다.

 

발주자가 사무실에서도 현장 배근 검측 데이터와 사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발주자의 시스템 승인 없이는 타설이 불가능한 이중 잠금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발주자가 감리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감리와 독립적으로 동시에 확인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감리가 실패해도 발주자가 잡고 발주자가 놓쳐도 시스템이 잡는 중층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넷째, 안전 및 품질 점검 방식을 현장 실사로 바꿔야 한다. 이번 사태에서 수많은 법정, 자율적인 안전 및 품질점검이 철근 누락을 발견하지 못했다. 점검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점검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현행 점검은 서류 중심에 예고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점검 일정을 알면 현장은 서류를 준비하고 정돈한다. 실제 문제는 발견되지 않는다.

 

점검의 일정 비율을 사전 통보 없는 암행 점검으로 운영하고 점검팀에 구조기술사등을 반드시 포함하여 서류가 아닌 현장 실측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타설 전 배근 단계를 외부 점검의 필수 대상 공종으로 규정하고 주요 구조 부재 배근 완료 시 점검 기관에 즉시 통보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점검 기관의 독립성도 확보해야 한다. 발주청이 외부 점검 기관을 선정하는 현행 구조에서는 점검의 실질적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 국토안전관리원이 점검 기관을 지정하고 결과를 국토부에 직보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점검 지적 사항은 CSI에 등록하고 시정 완료 확인 없이는 다음 공정이 진행될 수 없는 환류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사람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 법과 시스템을 아무리 강화해도 이를 운용하는 사람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형식화가 반복된다. 감리원에게는 구조 도면 해석과 배근 실측 실습 교육을 의무화하고 원청 관리자에게는 다층 하도급 품질관리 책임 교육을 공공공사 참여 자격 요건으로 부과해야 한다. 

 

외국인 배근공에게는 다국어 배근 상세 교육 자료와 모국어 자막 교육 영상을 공식 제작·배포하고 배근 완료 후 작업자 스스로 체크리스트로 확인하는 자체 검수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발주청 담당 공무원에게는 구조 안전 기초와 검측 절차 전문 교육을 취임 후 의무화해야 한다. 

 

인천 검단 붕괴, GTX 삼성역 철근 누락 등 실제 사고 사례를 교과서로 삼아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가를 구체적으로 학습하는 사례 기반 교육도 모든 관계자 교육에 포함해야 한다. 기술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가르치고 안전문화 교육은 왜 해야 하는지를 가르친다. 두 가지가 함께 가야 진짜 변화가 일어난다.

 

건설업은 국민의 생명이 걸린 산업이다. 사람이 빠뜨리면 시스템이 잡아야 하고 시스템이 뚫리면 점검이 잡아야 하며 발견하면 반드시 멈춰야 한다. 법을 바꾸고, 검측을 디지털화하고 감리를 독립시키고 발주자가 직접 보고, 점검을 현장 실사로 전환하고, 사람을 키우는 것, 이 여섯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질 때에만 지하 46미터에서 사라진 2,570개의 철근이 다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인천 검단 붕괴 이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이번만큼은 진짜 바꿔야 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 매일건설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칼럼은 외부필진에 의해 작성된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