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삼성역 철근 누락, 부끄러움만 남았다

건설 시스템 전면 재설계할 때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6/05/20 [10:36]

[기고] 삼성역 철근 누락, 부끄러움만 남았다

건설 시스템 전면 재설계할 때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6/05/20 [10:36]

▲ 최명기 교수   © 매일건설신문

 

건설기술인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하다. GTX-A 삼성역 구간 지하 5층 기둥 80본 중 50본에서 주철근 2570개가 누락된 채 콘크리트가 타설된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대한민국이 반도체와 인공지능을 논하는 시대에 지하 46m에서 철근 수천 개가 사라진 채 국가 기간교통망이 건설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어떤 변명으로도 덮을 수 없다.

 

국민들이 건설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이미 불신으로 가득하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광주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 그리고 이번 GTX 삼성역 철근 누락까지 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대책을 발표하고 법을 강화했지만 현장은 바뀌지 않았다. 인력이 부족하고 예산이 모자라다는 호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자원의 문제만이 아니다. 기본 원칙을 지키지 않는 현장의 의식, 확인하지 않고 서명하는 관행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외국의 건설 현장에서는 철근 배근이 완료되면 감리원이 도면을 손에 들고 철근 하나하나를 직접 세고 간격을 측정하면서 검측을 수행한다. 이것은 첨단 기술이 아니다. 기본이다. 그 기본이 지하 46m에서는 지켜지지 않았다. 지하 환경이 어둡고 작업 여건이 나쁘고 바쁘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 엄격한 확인 절차가 필요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단순한 도면 해석 오류인지, 복합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설계변경 도면 불일치인지, 공기(工期) 압박에 의한 확인 절차 생략인지,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발생한 관리 공백인지를 명확히 규명하지 않으면 진짜 문제를 고칠 수 없다. 원인을 흐리는 순간 대책은 또 다시 서류 위의 선언으로 끝난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동안 수많은 법적, 자체적인 점검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자체안전점검, 정기안전점검, 건설사업관리(감리)의 일상 점검, 발주청의 기술점검, 국가철도공단의 사업관리 점검, 서울시의 현장 확인까지 법이 요구하는 모든 점검이 정해진 시기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 서류는 구비되었고 점검 확인서에는 서명이 찍혔으며 아무런 이상이 기록되지 않았다. 그런데 철근 2570개는 그 모든 점검을 통과하여 콘크리트 속에 영구히 봉인되었다. 점검이 있었으나 점검이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건설 점검 체계의 민낯이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다. 공사 중에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이 상태로 완공된 후 GTX가 개통되어 매일 수십만 명이 이용하는 가운데 구조물이 붕괴되었다면 그것은 중대재해처벌법상 중대시민재해이기 때문이다. 경영책임자는 징역에 처해지고 법인은 수백억 원의 벌금을 받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 국가 기간교통망의 붕괴, 지하 46m에서의 대형 인명 사고라는 커다란 재앙이 될 수도 있었다. 그 가능성을 막은 것이 체계적인 품질관리 시스템이 아니라 자체 점검 과정에서의 우연한 발견이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우리 건설 시스템의 현주소를 더욱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제는 건설 시스템 전체를 뜯어고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땜질 처방으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배근 검측의 디지털화가 시급하다. 배근이 완료되면 AI(인공지능) 카메라가 철근 개수와 간격을 자동으로 계측하여 설계 도면 데이터와 실시간으로 대조하고 그 결과가 발주자에게 즉각 전송되며 감리의 전자 서명이 완료되기 전까지 콘크리트 타설 허가가 발급되지 않는 연동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 

 

이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의지가 없었을 뿐이다. 더불어 외국인 배근공을 포함한 모든 작업자에 대한 다국어 도면 교육 의무화, 협력업체 자체 검측 절차 제도화, 감리의 실질적 독립성 확보, 중대 시공 오류 발생 시 즉시 보고 의무화와 위반 시 강력한 제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건설업은 국민의 생명이 걸린 산업이다. 2570개의 철근이 사라진 자리가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이번만큼은 진짜 바꿔야 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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