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없이 외풍에 흔들”… ‘계엄 동조 의혹’ 철도공단 분위기는

이성해 이사장 퇴임 이후 차기 수장 안갯속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26/05/13 [11:09]

“수장 없이 외풍에 흔들”… ‘계엄 동조 의혹’ 철도공단 분위기는

이성해 이사장 퇴임 이후 차기 수장 안갯속

조영관 기자 | 입력 : 2026/05/13 [11:09]

국토부, 실국별로 산하 31개 공공기관 조사

‘비상계엄 공문’ 경영본부장 전결, 쟁점될 듯

 

▲ 국가철도공단 본사 사옥 전경(사진 = 철도공단)           © 매일건설신문

 

매일건설신문=조영관 기자 | “아주 싸늘합니다. 모두 쉬쉬하면서 조심하는 모습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에 동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철도공단이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3월 초 퇴임한 이성해 이사장의 후임 선임이 안갯속인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는 ‘사기 저하’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다. 철도 산업계에서는 “국가 핵심 공공기관이 수장도 없이 외풍에 흔들리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업무협의차 철도공단 대전 본사를 방문했다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계엄 동조 의혹’과 관련해 13일 본지 통화에서 “다들 앞으로의 행방에서도 모르고 있고,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며 공단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최근 본지가 접촉을 시도한 공단 관계자들도 모두 관련 질의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그만큼 이번 사안이 금시초문인 가운데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 7일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공단의 ‘비상계엄 이행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촉구했다. 철도공단이 ‘불법 비상계엄’에 동조했고, 계엄 포고령 이행 체계를 실제로 가동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취지였다. 

 

한준호 의원에 따르면, 국회가 2024년 12월 4일 오전 1시 2분 계엄 해제를 의결한 직후 철도공단은 오전 1시 3분 전 직원에게 계엄 대응 지침을 전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오전 1시 47분 추가 공문을 발송했고, 오전 2시 21분에는 관련 내용을 문자 메시지로까지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의원은 이후 나흘만인 지난 11일 재차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공단의 비상계엄 이행 의혹과 관련한 추가 정황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 의원은 “이 모든 과정이 국토교통부의 지침이나 승인 없이 공단 자체 판단으로 이뤄졌다”며 “상급기관 지침 없이 공공기관이 독자적으로 계엄 이행 체계를 가동했다는 점에서 공공기관 지휘체계와 헌법 질서를 흔든 매우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철도공단은 이날 일부 방송사의 보도를 시작으로 촉발된 비상계엄 동조 의혹으로 ‘혼돈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준호 의원의 기자회견 이전 일부 방송사는 한준호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과 상응하는 내용의 ‘철도공단 비상계엄 이행 의혹’을 보도하기도 했다. ‘철도공단 비상계업 의혹’ 제기에 대한 이날 타임라인은 일부 방송사 보도 → 한준호 의원 기자회견 → 김민석 국무총리의 의혹 철저 조사 지시 → 김윤덕 국토부 장관 내부 지시 등 초고속으로 흘렀다. 이후 국토부는 오후 5시경 보도자료를 통해 철도공단을 포함해 산하 31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과정에서의 비상대응 조치 전반에 대한 현황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일련의 의혹 제기에 대해 국토부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만큼 앞으로의 쟁점은 공공기관들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과정’에서의 조치가 ‘비상대응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동조로 판단할 것이냐’의 여부로 갈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계엄법 11조는 ‘대통령은 국회가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이를 공고하여야 한다. 계엄을 해제하려는 경우에는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공단은 이 같은 관련 법률을 근거로 국회가 2024년 12월 4일 오전 1시 2분 계엄 해제를 의결했지만, 아직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해제를 공고하지 않은 상황이었던 만큼 당시 경과를 예측할 수 없는 ‘혼돈의 비상상황’으로 판단해 이른바 ‘적극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철도공단이 내부적으로 발송한 공문의 결재라인에는 이사장 결재가 빠져 있고 ‘경영본부장’ 전결이 돼 있는 만큼 이번 사안에서 ‘사실상의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의 여부는 향후 국토부 조사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도 관측된다. 이와 관련, 한준호 의원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비상계획부장은 계엄령에 따른 공단의 이행 지침 관련 회의자료 1건과 공문 3건을 작성해 기획본부장, 경영본부장, 경영노무처장에게 보고했고, 경영본부장은 이사장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한 뒤 전결로 전 부서와 전 직원에게 공문과 문자를 전파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또 해당 과정은 경영본부장 등을 통해 이사장에게 수시로 보고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힌 상황이다. 

 

현재 국토부는 실·국별로 산하 31개 공공기관 대상 ‘비상계엄 상황대응 현황’ 조사에 착수했다. 국토부는 당시의 급박한 상황 속에서 각 기관이 ‘어떤 근거와 절차’에 따라 조치를 취했는지 정확한 경위를 최우선으로 확인하고, 사실관계 파악 결과 부적절한 조치가 드러날 경우 엄중히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13일 본지 통화에서 ‘비상계엄에 대해 산하기관을 조사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앞서 국회 차원에서 진행된 ‘헌법존중TF’는 중앙행정기관만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것으로 알았고, 산하기관은 조사대상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철도공단 의혹에 대해서는 방송사 보도 당시 취재 과정에서 인지했다”고 밝혔다. 철도공단은 “당시 비상상황으로 판단했고, 최소한의 조치를 하기 위한 공문이었다”는 입장이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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