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세운4구역’ 악감정?… 서울시 “태릉CC 개발, 같은 잣대 대야”정부 ‘1·29 주택 공급 대책’ 태릉CC 6800호에 입장문서울시 “태릉CC 사업 대상지 약 13%가 세계유산 지구” 정부·서울시, 종묘 세운4구역서 ‘세계유산영향평가’로 충돌 국토부 “유산청과 협의, 태릉CC 세계유산영향평가 거쳐 추진”
매일건설신문=조영관 기자 | 수도권 지역에 ‘6만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을 담은 ‘1·29 주택 공급 대책’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가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이번 대책에는 태릉CC(골프장) 부지에 6800호를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서울시가 “세계문화유산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과 13% 중첩된다”며 개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다. 그러자 국토부는 “국가유산청과 사전 협의를 거쳤다”며 재반박에 나선 형국이다. 이를 두고 앞서 서울시의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추진 과정에서 쌓인 악감정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정부가 지난달 29일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1·29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한 지 하루만인 30일 입장문을 내고 “태릉CC 사업 대상지 약 13%가 태릉(문정왕후의 묘)와 강릉(명종과 인순왕후의 묘)의 보존 지역과 중첩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세계유산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세계유산지구에 일부라도 포함 또는 접하는 개발사업은 면적 비율과 관계없이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의무 대상에 해당되며, 태릉CC 사업은 과거에도 HIA가 진행된 바 있으며 향후 추진 과정에서도 관련 법령에 따라 평가 진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1·29 주택 공급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도심 내 공공부지 11곳에 4만 3500호, 신규 공공주택지구에 6300호, 노후청사 복합개발 34곳 9900호 등 6만 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이 중 태릉CC 부지에는 6800호를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서울시는 태릉CC 부지와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인 ‘태릉·강릉’의 문화유산법에 따른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유산 외곽 경계로부터 100m 이내)을 대조한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사실상 정부의 태릉CC 부지 개발에 대해 HIA 이행을 요구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자 국토부는 서울가 입장문을 발표한 지 이틀만인 지난 1일 “태릉CC 개발과 관련해 국가유산청과 사전 협의를 진행했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내놨다. 국토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태릉·강릉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도록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쳐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며 “국가유산청은 국토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세계유산이 지역사회의 개발계획과 조화롭게 공존하며 보존·관리될 수 있도록 신속한 행정절차를 지원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태릉CC 부지’ 개발을 두고 서울시와 국토부가 벌이는 ‘입장문 신경전’에 대해 앞선 ‘종묘 앞 재개발 과정 악감정’이 작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작년 11월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여권 인사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사업인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두고 ‘도시 경관 훼손’이라며 집중 포화를 날렸었다. 이런 와중에 국가유산청도 세계문화유산지구도 아닌 세운4구역에 HIA를 지시하며 ‘오세훈 서울시’ 역점사업에 대해 제동을 거는 모양새였다. 이 과정에서 쌓인 악감정이 ‘오세훈 서울시’가 태릉CC 입장문을 발표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서울시는 입장문에서 “참고로 세운4구역은 종묘 세계유산지구 밖에 위치해 세계유산 특별법상 HIA 의무 대상이 아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국가유산청 세계유산정책과 관계자는 2일 본지 통화에서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세계유산의 가치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업들이 대상인 것이지 세계문화유산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포함돼 있는지 여부는 상관이 없다”며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은 국가유산체계에 따라서 지정되는 구역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종묘의 경우 약 30년 전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점 때부터 안에서 밖을 봤을 때 조망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고층건물을 짓지 않도록 보장하라는 내용이 담겼다”며 “그런데도 서울시는 세운4구역은 세계문화유산지구 밖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운4구역 재개발의 경우 이미 국가유산청과 서울시가 협의한 내용이 있는데 그걸 서울시가 협의 없이 뒤집었다는 취지다.
‘태릉·강릉 세계유산지구 범위’와 관련해서도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태릉CC의 경우 2021년도에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유산영향평가 권고를 받고 2022년도부터 이미 그 권고를 이행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그런데 사업이 중간에 미진하면서 세계유산영향평가도 자연스럽게 미진했던 와중에 이번 주택공급대책과 함께 다시 살아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정부가 세운4구역과 태릉CC에 대해 같은 잣대를 대야 한다”는 입장이다.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과 관련해 서울시 세운활성화계획팀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가유산청은 합의라고 얘기하지만 서울시가 보낸 협의 공문에 대한 일방적인 결정이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태릉CC의 경우 (문화재)심의에서 세대수가 줄었는데도 심의 요청 시 6800세대가 그대로 반영됐다”며 “그런데 세운4구역의 경우 국가유산청에서는 합의를 했다고 하지만 세운4구역의 경우 종묘로부터 180미터 떨어져 있어 문화재규제대상지역도 아닐 뿐더러 유산청은 세계유산영향평가 권고도 사업시행자가 아닌 서울시에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유산청의 세계유산영향평가 권고는 법적 근거가 없고, 지자체의 도시관리계획 권한으로 개발사업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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