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파보다 무서운 불씨, 건설현장 ‘금연’이 생존선이다

금연은 선택 아닌 의무, 건설현장 생존 규칙 바뀌어야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6/01/22 [08:07]

[기고] 한파보다 무서운 불씨, 건설현장 ‘금연’이 생존선이다

금연은 선택 아닌 의무, 건설현장 생존 규칙 바뀌어야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6/01/22 [08:07]

▲ 최명기 교수   © 매일건설신문

 

기록적인 한파가 연일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건설현장 곳곳에서는 화재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난방기기 사용이 급증하고 밀폐된 공간에서의 흡연이 빈번해지는 겨울철에는 작은 불씨 하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건설현장의 화재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홍콩의 충격, 그리고 ‘완전 금연’ 선언

 

지난 2025년 11월, 홍콩 타이포 지역의 고층 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무려 16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 참사는 단순한 사고를 넘어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체계 전반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홍콩 정부는 건설현장 내 흡연을 전면 금지하는 강력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흡연구역조차 허용하지 않는 완전 금연’이다. 흡연 적발 시 근로자는 즉시 퇴출되며 해당 업체는 모든 공사 현장에서 작업이 제한될 수 있다. 사업주는 금연 관리 체계를 구축할 법적 책임을 지며 노동당국은 상시 점검에 나선다. 심지어 근로자의 담배 소지 여부까지 점검 대상에 포함된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강도 높은 조치에 대해 홍콩의 건설업계와 노조가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안전한 작업환경 조성을 위한 협력 의지를 밝히며 정부 방침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한국 현실에선 가능한가?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조치가 도입된다면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쉽지 않다. 건설현장은 고강도 육체노동이 수반되는 특성상 흡연은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장시간 야외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에게 흡연은 휴식의 일부로 인식된다. 흡연구역조차 허용하지 않는 전면 금연은 심리적 저항과 노사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유동적인 인력 구성은 금연 조치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수많은 하청업체와 일용직 근로자가 혼재된 현장에서 일률적인 규제를 적용하고 단속하는 것은 행정적으로도 큰 부담이다. 특히 소규모 현장이나 비정기 작업장에서는 단속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사업주에게 금연 관리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과태료나 행정처분이 중소 건설업체에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이는 형식적인 관리나 책임 회피로 이어질 수 있다.

 

흡연은 법적으로 허용된 개인의 자유다. 따라서 흡연구역조차 허용하지 않는 조치는 노동권 침해 혹은 인권 침해 논란으로 비화될 수 있다. 특히 흡연자에 대한 차별로 인식될 경우 사회적 수용성 확보는 더욱 어려워진다.

 

물리적 여건도 문제다. 도심 고층 건설현장이나 협소한 공간에서는 외부 흡연구역 설치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근로자가 흡연을 위해 현장을 벗어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작업 효율성 저하와 안전사고 위험이 동시에 증가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과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령에 따라 특정 위험물 취급 장소나 유해물질 작업장에 한해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아세틸렌 용접장치 주변 5미터 이내, 석면 해체 작업장, 방사성 물질 취급 작업장 등에서는 흡연이 금지된다. 건설현장 전면에서 금연을 명시한 법적 근거는 아직 없다.

 

단계적 접근과 사회적 합의가 열쇠

 

홍콩의 사례는 건설현장 안전문화 정착과 사업주 책임 강화를 위한 선례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는 우리 실정에 맞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금연 유도 프로그램과 흡연구역의 안전한 분리 설치, 노사 협의체 구성 등 다각적인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법령 정비와 함께 사회적 합의 형성도 필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을 위한 문화적 기반을 지금부터 차근차근 마련해 나가는 일이다.

 

건설현장의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북극 한파가 몰아치는 지금 작은 불씨 하나가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다. 완전 금연은 단순한 흡연 규제를 넘어 생명을 지키는 안전문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안전사회 구축을 위한 전문가 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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