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채 변호사의 하도급법판례이야기 67] 신탁방식에서 직불합의 한계·중첩적 채무인수 원칙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6/01/22 [08:00]

[정종채 변호사의 하도급법판례이야기 67] 신탁방식에서 직불합의 한계·중첩적 채무인수 원칙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6/01/22 [08:00]

▲ 정종채 변호사     © 매일건설신문

 

Q. 발주자와 원사업자, 수급사업자가 직접지급합의를 한 후 공사를 진행하였는데 이후 원사업자의 채권자가 원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원공사대금을 가압류한 경우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범위 및 조건(발주자에게 직접지급청구 등을 해야 하는가). 

 

A: 1. 원사업자 채권자의 채권가압류 통지가 제3채권자인 발주자에게 도달할 때까지 이루어진 기성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에 대한 직접지급청구 하도급대금까지는 가압류에 우선하지만 그 이후의 기성에 대한 하도급대금은 우선할 수 없다. 따라서 이 경우 수급사업자는 하도급계약을 해지하든지 아니면 발주자와 협상하여 발주자와의 직접 계약으로 전환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2. 지급지급요청이 필요한가

 

대법원은 ‘직접지불이 합의된 경우라도 수급사업자가 하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를 시행하고 발주자에게 그 시공한 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의 직접 지급을 요청한 때 비로소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한다’고 판시하고 있지만(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50717 판결), 해당 판결 사안은 2007. 7. 19. 법률 제8539호로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에서 직접지급합의와 관련하여 ‘직접지급요청을 한 때’를 삭제하기 전의 것이으므로, 현행 하도급법 해석에서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현행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 제2호가 직접지급합의를 한 때 수급사업자가 제조․수리·시공·용역수행한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도록 규정되어 있을 뿐 발주자에게 직접지급요청을 할 것까지 요구하고 있지 않은 점에 비추어, 직접지급합의를 한 경우 직접지급요청을 하지 않더라도 제3자의 압류 등과 경합하는 시점까지 직접지급합의를 효력이 미친다고 해석하는 것이 문언해석으로나 수급사업자 보호라는 직접지급제도의 취지상 타당하다. 2007. 7. 19. 개정 하도급법의 개정이유에서도 ‘발주자·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 간에 발주자가 하도급 대금을 직접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하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수급사업자의 별도 요청 없이도 합의시점에 발주자의 직접지급 의무가 발생하도록 함으로써 수급사업자의 재정적인 어려움을 완화하는 데 기여하려는 것임’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하도급법 시행령 제9조 제1항은 여전히 ‘하도급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직접지급요청은 의사표시가 발주자에게 도달한 때부터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위임입법의 법리상 동 시행령 조항은 직접지급합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21다273592 판결에 의하면 직접지급합의를 한 이후 압류·가압류 등이 있는 경우라면 직접지급청구를 하지 않더라도 그 때까지 공사 등이 이루어진 부분에 대하여는 압류·가압류 등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또, 서울고등법원 2016. 7. 8. 선고 2015나2073690 판결은 2007. 7. 19. 개정법이 적용되는 사안에 대하여 직접지급합의뿐 아니라 수급사업자가 직접 또는 원사업자를 통해 직접지급요청을 한 때 직접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원사업자의 항변을 배척하여 개정 후에는 직접지급합의의 경우 직접지급요청 요건이 필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직접지급합의를 한 후에 수급사업자가 발주자에게 수행한 위탁업무 부분에 대해 (발주자에게 직접지급요청을 하지 않더라도) 발주자가 직접지급할 의무가 발생하고, 그 부분에 한하여 원사업자의 채권자들에 의한 가압류 등에 대항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사 착공 전에 직접지급합의를 하고 착공 전에 원사업자의 채권자가 원도급채권을 가압류한 경우 수급사업자는 가압류에 대항할 수 없다. 반면, 착공 전에 직접지급합의를 한 후 기성고가 발생한 후에는 직접지급요청과 무관하게 발생한 기성고에 상응하는 하도급대금까지 직접지급합의의 효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그에 상당하는 상당하는 하도급대금채권이 소멸하게 되고, 그 시점을 기준으로 압류·가압류의 통지시점을 비교하여 우열을 결정하게 된다(서울고등법원 2016. 7. 8. 선고 2015나2073690 판결). 즉, 압류·가압류 통지를 받기 전까지 수급사업자가 수행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에 대한 직접지급의무가 압류․가압류에 앞서게 된다. 

 

3. 직접지급합의가 가압류 통지 등에 앞서기 위하여 하도급계약상 하도급대금 지급시기 및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가

 

수급사업자가 위탁받아 수행한 부분에 상응하는 하도급대금까지 직접지급합의의 효력이 미치는지, 아니면 이에 더하여 계약상 지급시기 및 조건이 충족되고 기성청구를 한 부분까지만 직접지급합의 효력이 미치는지가 문제된다. 실무상 하도급계약서상 분기별로 기성금을 청구하고, 준공검사시에 마지막 기성금(준공금)을 청구하기로 되어 있고 착공 전에 직접지급합의가 이루어졌으며 공사 완료 전에 원사업자의 채권자가 원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 가압류가 통지된 경우를 가정해 보자. 

 

이 경우, 계약상 기성고 청구시기 또는 준공금 청구시기에 도달하지 않았더라도 가압류 통지시점까지 공사가 진행된 부분까지 가압류에 우선하는지 아니면 계약상 기성금 청구시기 또는 준공금 청구시기에 도달한 부분에 한하여 수급사업자가 발주자에게 직접지급요청한 부분에 대해서만 직접지급합의가 미쳐 가압류에 우선하는지가 문제된다. 이에 대하여 하도급계약상 준공시에 하도급대금을 지급받기로 하고 발주자, 원사업자, 수급사업자가 직접지급합의를 한 경우 준공시에 하도급대금채권이 성립하므로 그 전에 통지된 압류, 가압류에 우선할 수 없다는 판결이 있다(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85267 판결, 광주지방법원(전주) 2012. 8. 30. 선고 2011나1090 판결). 발주자는 수급사업자에게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기 전 원사업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 수급사업자에게 대항할 수 있는바(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3다81224, 81231 판결, 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5다25570 판결), 하도급계약상 지급시기나 지급조건이 발주자가 원사업자에 대항할 수 있는 사유로서 수급사업자에게도 대항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는 법리를 전제한 판결로 볼 여지가 있다. 

 

이 판결에 의하면 하도급계약서상 기성금, 준공금 지급요건을 갖춘 하도급대금채권에 대하여만 직접지급합의의 효력이 미치게 된다. 만약 기성고 방식이 아니라 공사가 준공된 후에 하도급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경우라면 공사 완료시점에야 비로소 직접지급합의의 효력이 미치는 채권이 발생하게 된다. 기성금 방식에서 기성고 청구시기 사이에 가압류 등이 통지되는 경우 공사는 진행했지만 청구시기가 되지 않은 부분은 가압류 등에 우선하지 못하며, 준공시 하도급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경우에는 공사가 완료되기 전에는 이미 수행한 공사에 대한 부분까지도 가압류 등에 우선하지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렇게 해석된다면 직접지급합의가 수급사업자의 하도급대금채권을 보호하는 범위는 매우 협소하게 되어 제도의 실효성에 문제가 발생한다. 사견으로 계약상 하도급대금 기성금 또는 준공금 지급시기가 되기 전이라도 수급사업자가 (가압류 통지 이후 가압류 통지 시점까지의) 기성고를 확정하여 발주자에게 지접지급요청을 하면, 하도급계약상 계약을 해지하고 중도타절하는 의사로 보아, 발주자에게 직접지급의무가 발생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수급사업자 보호라는 직접지급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해석이라 본다. 

 

다만 대법원 2012다85267 판결에 비추어 수급사업자는 가급적 원사업자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하고 중도타절하는 절차를 취한 후 발주자에게 직접지급요청을 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수급사업자가 계약해지할 수 있는지는 하도급계약 내용이나 원사업자의 채무불이행 등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표준하도급계약서 채권자들에 의하여 공사대금채권이 압류·가압류 등이 이루어지는 경우를 계약해지 사유로 삼고 있어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정종채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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