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환경 속, 안전과 품질 없는 건설은 미래가 없다.
최근 건설경영 환경은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장 리스크 또한 복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양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기후, 인력 고령화, 첨단 스마트 건설기술, 복잡한 법·제도까지 건설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안전과 품질을 지키는 일은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되었다. 이를 등한시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일부 기업들은 단기 수익성에 집착한 나머지 안전과 품질을 비용 항목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위기 상황에서는 이를 가장 먼저 축소하거나 후순위로 미루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 철학 부재를 드러내는 구조적 한계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안전사고는 인명 피해로 직결된다. 이는 곧 법적 책임, 사회적 비난,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 연쇄적인 부정적 파급효과를 야기한다. 특히 최근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단 한 번의 사고로도 기업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정부는 중대재해 발생 시 해당 기업의 연간 매출액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벌금이 아닌 기업의 경영 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수준의 제재이다. 안전관리 실패가 곧 재무적 위기로 직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하자발생의 주요 요인인 품질 저하는 장기적인 비용 증가와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 부실 시공으로 인한 하자 보수, 재시공, 법적 분쟁은 막대한 비용을 초래한다. 이는 결국 기업의 수익성을 갉아먹는다. 더불어 고객과 발주처의 신뢰를 잃게 되면 향후 수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하자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건설업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는 해당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가격이나 외형만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시공사의 신뢰도와 과거 이력까지 꼼꼼히 따지는 시대가 되었다. 품질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는 곧 시장에서의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
건설산업 전반에 만연한 부실 시공 관행은 건설산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다. 일부 기업은 여전히 하도급 구조 속에서 원가 절감을 최우선시한다. 품질보다는 공사기간 내 준공과 원가관리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안전이 뒷전으로 밀리고 최소한의 기준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부실의 악순환은 산업 전반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으며 젊은 청년층으로부터 건설업을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장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사실 젊은 세대의 유입 부족은 건설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다. 열악한 근무환경, 낮은 처우, 반복되는 사고와 부실시공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인해 청년층은 건설업을 매력적인 직업군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숙련 인력의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기술 전승의 단절과 인력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미래를 이끌 인재가 유입되지 않는 산업은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다.
지속가능한 성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기업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 이는 장기적인 파트너십과 안정적인 성장 기반으로 이어진다. 반면 눈앞의 이익에만 집중하는 기업은 일시적인 성과는 거둘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내 건설경기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의 침체를 겪고 있다. 공공·민간 부문 모두에서 실적이 급감하고 있다. 고금리·고물가, 규제 강화, 악성 미분양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업계 전반에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최근 건설경기 악화는 단순한 경기순환이 아니라 구조적 위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건설경기의 침체를 이유로 안전과 품질을 소홀히 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경기 불황기일수록 기업은 더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위기 속에서 드러나는 경영 철학이야말로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짓는다. 오히려 어려운 시기일수록 안전과 품질에 대한 투자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방어선이자 향후 회복 국면에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 된다. 단기적인 비용 절감을 위해 안전과 품질을 희생하는 선택은 결국 더 큰 손실로 되돌아올 뿐이다.
최근 안전과 품질에 대한 법적·제도적 환경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건설안전과 품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기업 평가의 핵심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권고 수준을 넘어 법적 제재와 재정적 처벌이 병행되는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안전을 소홀히 한 대가가 매출의 수 퍼센트에 달하는 과징금으로 돌아오는 시대에 안전과 품질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다.
결국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안전과 품질을 지키는 일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기업의 생존을 위한 절대적 기준이다. 이를 외면한 경영은 지속가능성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꿈꾸는 기업이라면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경쟁력이며 미래를 향한 가장 확실한 투자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병오년 새해에는 이러한 건설 산업의 구조적 문제들이 하나씩 개선되기를 바란다. 안전을 비용이 아닌 가치로 인식하고 품질을 경쟁력이 아닌 기본으로 삼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젊은 세대가 다시 건설 산업에 희망을 품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전환점이 바로 지금이다. 2026년은 건설산업이 안전과 품질을 기본으로 삼는 새로운 원년이 되어야 한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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