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의 ‘다원시스 수사의뢰’ 무리수?… 법조계 “사기죄 적용 어렵다”국토부 “다원시스, 선급금 목적 외 사용·남품 중단” 밝혀李 대통령, 12일 국토부 업무보고서 “필요하면 수사해야” 코레일·다원시스 계약 간 ‘선금 사용 내역’ 여부 쟁점될 듯
매일건설신문=조영관 기자 | 국토교통부가 ITX-마음 철도차량 납품 지연에 대해 제작사인 다원시스를 수사의뢰한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 “사기죄 혐의 성립이 어려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토부가 선급금의 목적 외 사용과 납품 중단을 이유로 다원시스에 사기죄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해 무리수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다원시스 계약에 대해 “정부 기관들이 사기당한 것 같다”고 강하게 질타했는데 국토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토부는 코레일이 발주한 ITX-마음 철도차량 납품 지연과 관련해 다원시스의 선급금 목적 외 사용, 생산라인 증설 미이행, 필요 자재·부품 부족 등 계약 위반 사항을 확인하고 지난 26일 수사의뢰했다. 국토부는 “법률자문 결과 선급금의 목적 외 사용, 3차 계약 직후 납품 중단 등에 대한 형법 제347조(사기죄) 혐의가 제기됐으며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서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국토부는 지난 10월 국정감에서 제기된 다원시스의 철도차량 납품지연과 관련해 11월부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다원시스 간 철도차량 구매계약 전반과 코레일의 계약이행 관리실태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 감사 결과에 따르면, 코레일은 ITX-마음 신규차량 도입을 위해 다원시스와 세 차례에 걸쳐 총 474량, 약 9,149억 원 규모의 철도차량 구매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다원시스는 2018~2019년 체결한 1·2차 계약의 경우 12월 현재까지 납품기한이 2년 지났음에도 총 358량 중 218량이 납품되지 않은 상태다. 작년 4월 체결한 3차 계약분 116량은 계약 체결 이후 1년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차량 제작을 위한 사전 설계가 완료되지 않아 추가적인 납품지연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토부가 다원시스에 ‘사기죄 혐의’를 적용한 이유는 무엇보다 계약금 70% 수준 선급금의 상당액을 다른 목적으로 유용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다원시스가 제출한 지출 증빙 확인 결과 1·2차 계약 선급금 일부가 ITX-마음 철도차량 제작과 무관한 일반 전동차량 부품 구매에 사용된 내역이 확인됐다”며 “계약법령 상 선급금은 당해 계약 이행을 위해서만 사용하도록 용도가 제한돼 있으나 다원시스가 제출한 선급금 지출내역에는 2차 계약 선급금 2,457억 원 중 1,059억 원 상당액이 1차 계약분 차량 제작을 위해 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하지만 다원시스에 대한 ‘사기죄 혐의’ 적용에 대해 법조계 일각에서는 “혐의 성립이 어려워 보인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세청 과장과 하도급법학회장 등을 지낸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대표변호사는 본지 통화에서 “통상적으로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수급자가 처음부터 계약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허위 서류나 정보 등을 (발주청에) 제출해서 계약을 따낸 경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선급금은 계약상으로는 용도가 제한돼 있지만 아주 엄격하게 제한된 것은 아닐 뿐더러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애초부터 선급금을 떼먹겠다는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혐의 적용이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다.
‘선급금 70% 상한’에 대한 타당성 문제도 제기됐다. 지난 12일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윤진환 철도국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질의에 대해 “국가계약법상 계약금의 최대 70%까지 선급금을 줄 수 있도록 돼 있다”며 “보통의 경우는 제작을 독려하기 위해서 선금을 많이 주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정종채 변호사는 “선급금의 도입 취지는 국가계약법이든 건설산업기본법이든 일반 타 법령이든 같다”며 “수급인의 자금 부담을 원활하게 지원해주기 위해 선급금을 지급하고 기성금 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급금 제도가 ‘대규모 국책사업’에서 금융이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대규모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기성금에 반영될 수 없는 ‘준비 비용’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선급금 제도가 도입됐다는 것이다.
‘선급금의 유용 규모’도 다원시스에 대한 사기죄 혐의 성립의 주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종채 변호사는 “(다원시스가) 아마 70% 상당의 선급금을 다 유용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이지만 만약 다 유용을 했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는 있다”며 “그건 처음부터 돈을 떼먹으려고 들어갔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2차 계약 선급금 2,457억 원 중 1,059억 원 상당액이 1차 계약분 차량 제작을 위해 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수치대로라면 다원시스는 총선급금 중 일부 금액의 43% 가량을 다른 목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전액을 목적 외로 사용한 것은 아닌 셈이 된다.
정종채 변호사는 “만약 선급금을 사용할 때마다 발주청의 허락을 맡아야 한다면, 사기죄 성립이 될 수 있지만 선급금을 받은 이후 법률상 (발주청의) 허락을 맡아야 할 이유는 없다”며 “단지, 선급금에 대해 용도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와 선급금 사용에 대한 내역을 제출할 의무가 있을 뿐이다”고 했다. 사기죄가 아닌 ‘횡령죄 혐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정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계약관계에서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 수급인이 도급인에게 받은 선급금에 대해 보관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며 “보관자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그 뜻에 맞지 않게 쓰는 게 횡령인데 수급자는 보관자의 지위에 있지 않고 그냥 계약자 지위일 뿐이어서 횡령이나 배임도 성립이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원시스에 대해 ‘사기죄 혐의’가 적용된 데 대해 일각에서는 국토부가 대통령의 의중을 과도하게 살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원시스 납품지연 문제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앞서 지난 12일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내가 보기에는 정부 기관들이 사기당한 것 같다”며 관계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보통 민간에서는 계약금 10% 준다. 70% 줬더니 이 사람들이 돈 받아서 딴 짓하다가 결국 부도내는 경우도 상당히 있더라. 그런데 70%까지 줄 수 있다는 건 예산 조기 집행이나 이런 편의를 위해서이지 당연히 주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급금 70% 주는 규정을 바꿔라. 선급금을 최대 20% 이상 못 넘게, 특정한 경우에만 승인을 받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필요하면 수사를 하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후 국토부는 14일만인 지난 26일 다원시스에 대한 수사의뢰를 발표했다.
국토부가 다원시스에 대한 수사의뢰와 별도로 코레일과 다원시스 간 계약관리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다원시스가 코레일에 허위로 선급금 사용내역을 제출했는지의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입찰·계약 집행기준(기재부 예규)’ 제36조(선금의 사용)는 ‘계약담당공무원은 선금을 지급하고자 할 때에 해당 선금을 계약목적달성을 위한 용도와 수급인의 하수급인에 대한 선금배분 이외의 다른 목적에 사용하게 할 수 없으며, 노임지급 및 자재확보에 우선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정종채 변호사는 “만약 수급자가 선급금을 허투루 사용하는 걸 알았다면 (발주청이) 사전에 계약을 해지할 권리가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것도 용이치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안은 형사상의 문제이기 보다는 계약을 해지하고 민사로 끝내야 할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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