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9년씩 세차례 지도 반출 시도… 뭔가 큰 이득 있을 것”29일 서울 프레스센터서 ‘2025 대한공간정보학회 산학협력 포럼’‘공간정보 분야에서 바라보는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이슈’ 다뤄 산업계 “지도 반출에 반대… 향후 반출 허용 가정해 자생력 갖춰야” “네이버·카카오 포털, 공간정보와 상생할 수 있는 준비 해나가야”
매일건설신문=조영관 기자 | “구글에 대한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시 분명 우리에게는 되돌릴 수 없는 청구서가 돌아올 것이고, 기술 주권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다.”(김석종 한국공간정보산업협회 회장)
“고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영원히 막지는 못할 것이다. 막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부분도 아닐 뿐더러 AI(인공지능)도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도 국외 반출을 대비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안종욱 대한공간정보학회 회장)
정부가 미국의 구글 사가 요청한 ‘고정밀 전자지도 국외 반출’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공간정보산업계가 ‘지도 국외 반출’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지도 반출 시 ‘해외 공룡 기업’의 국내 시장 진출로 인한 기술·산업 종속을 우려하며 반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산업계는 그러면서도 향후 지도 반출 상황을 가정한 공간정보산업 자생력 확보 방안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대한공간정보학회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2025 대한공간정보학회 산학협력 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공간정보 분야에서 바라보는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이슈’를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임시영 국토연구원 공간정보정책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의 주제발표 이후 토론이 진행됐다.
“구글의 지도 반출 3차 요구, 뭔가 큰 이득 있을 것” 앞서 구글은 지난 2007년 최초로 우리 정부에 고정밀 지도(1/5000 축척) 반출을 요청한 데 이어 2016년에 이어 올해까 세 차례에 걸쳐 지도 반출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 기간은 9년이라는 시간차가 있다. 1차 당시 우리 정부는 반출을 불허했고, 2차 때는 지도 상 보안시설에 대한 블러(blur) 처리와 데이터 센터 설치를 조건부로 허용한다는 방침이었지만 구글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3차에서는 구글이 우리 정부가 요구한 블러 처리는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이에 대해 임시영 부연구위원은 “1~2차에 이어 3차 때에는 구글이 (블러 처리 조건을 받아들인 만큼) 뭔가 큰 이득이 있다는 의심을 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대 한국측량학회 회장은 “우리나라의 1/5000 지도는 정말 고정밀 데이터로 국토의 세세한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이 1/5000 지도를 안 주기 때문에 길 찾기 서비스를 못한다는 구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구글이 다른 나라에선 1/25000 축척의 지도로도 길찾기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와서 구글이 블러 처리를 한다면서 양보하는 척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중희 전 측량 및 지형공간정보기술사회 회장은 “구글의 의도는 국내의 다른 많은 산업에 침투하려고 하는 의도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양근우 한국공간정보산업협동조합 부회장은 “(지도 반출이) 한미 관세협상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며 “기술적인 부분을 차치하더라도 이런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양 부회장은 이어 “우리가 이렇게 반대 입장을 내는 것은 네이버, 카카오 등 지도 플랫폼 서비스 업체를 도와주고 있는 격이 될 것”이라며 “과연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 무엇인지, 그들이 우리와의 상생 노력을 얼마만큼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신상호 공간정보품질관리원 본부장은 “국외 반출의 핵심은 보안 측면과 품질관리 측면으로 요약될 수 있는데, 특히 보안 측면에서 지도를 국외에 반출하면 관리하기가 어렵다”면서 “지도 데이터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닌 국가의 자산인 만큼 국외 반출은 국가 안보, 지도 품질 관리 측면에서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도 국외 반출, 영원히 막지는 못해… 대비해야” 이날 포럼에서 공간정보산업계 관계자들은 지도 국외 반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도 향후 지도의 국외 반출 상황을 감안, 국내 공간정보산업의 자생력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국내 공간정보산업의 ‘연착륙’을 준비하기 위한 기간과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시영 부연구위원은 “지도 국외 반출이 된다는 가정하에 개방 후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며 “국제 흐름에 맞게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행정적·제도적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국내 산업이 피해를 덜 받도록 정책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른바 ‘공간정보판 공유지의 비극’을 막기 위해선 지도 데이터 구축·활용·서비스 과정에서의 선순환 구조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유지의 비극’은 공유자원이 개인의 이익 추구로 과다 사용돼 결국 고갈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인데, 국가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공간정보(지도)를 공유지에 빗댄 것이다. 따라서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에 지도 사용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청구해야 국가 지도 데이터의 구축과 서비스 전 과정이 선순환되고 공간정보산업이 발전한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양근우 부회장은 “지도 비용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자금 회수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종욱 회장은 “대형 포털이 공간정보와 상생할 수 있는 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무 대한공간정보학회 부회장(경희대 지리학과 교수)은 “(만약 한미 정상이 지도 반출을 합의한다고 가정한다면) 개인적으로는 3~4년 가량 반출 유예기간을 뒀으면 좋겠다”면서 “생태계 자생력을 어떻게 키울 것이냐가 문제다”고 말했다.
이날 ‘공간정보 분야에서 바라보는 고정밀 지도 국외 반출 이슈’ 토론에는 국내 공간정보 산업·안보·기술자격제도·품질·공공/민간사업·경제·플랫폼 분야의 패널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각 분야의 패널들이 제시한 각론이 사실상 ‘지도 반출 반대’라는 총론으로 이어지면서 지도 반출 찬성 입장 반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구글이 18년간 세 차례에 걸쳐 우리 정부에 고정밀 지도 반출을 요청해왔는데도 공간정보산업계는 그에 대한 대비에 미흡했다는 지적과도 연결된다.
이에 대해 안종욱 대한공간정보학회 회장은 “공간정보 분야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지금까지 공론화한 적이 없는 것 같았고 그런 측면에서 공간정보산업계 분들과 의견을 나누자는 취지로 포럼을 연 것”이라며 “학회 차원에서도 (오늘 포럼 결과를 토대로) 국토부와 협의를 가질 예정으로, 토론을 통해 논의된 사항을 협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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