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자율주행 용도로만은 안돼”… ‘정밀도로지도사업’ 내부 검토 나선 국토부

방현하 국토부 국토정보정책관, 부임 후 활용성 검토 지시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25/06/13 [11:18]

[단독] “자율주행 용도로만은 안돼”… ‘정밀도로지도사업’ 내부 검토 나선 국토부

방현하 국토부 국토정보정책관, 부임 후 활용성 검토 지시

조영관 기자 | 입력 : 2025/06/13 [11:18]

국토지리정보원, 2015년부터 매년 정밀도로지도 사업 진행

지난달 22일 ‘자율주행차’ 업계와 간담회… 활용성 검토 중

국토지리정보원 “자율차 기술 개발 업계 위주로 의견 들을 것”

 

▲ 수원시 영통구 소재 국토지리정보원 전경(사진 = 조영관 기자)      © 매일건설신문

 

매일건설신문=조영관 기자 | 국토교통부가 최근 정밀도로지도 사업과 관련해 ‘활용성 측면’에서 업계 의견 수렴 등의 검토에 나선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정밀도로지도 구축·갱신 사업은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이 담당하고 있는데, 국토지리정보원을 총괄하는 신임 국토부 국토정보정책관이 ‘활용성 제고’ 취지에서 사업 방향성 검토 지시를 내린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밀도로지도 구축 업계 사이에서는 향후 활용성 검토 결과에 따라 사업 예산이 축소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사업 재편 수순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4월 14일 부임한 방현하 국토부 국토정보정책관은 지난달 16일 경기도 수원 소재 국토지리정보원을 방문해 국토지리정보원의 사업 및 운영 등에 대해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부임 후 통상적으로 진행되는 산하 부처 업무보고의 일환이다. 이날 방현하 정책관은 정밀도로지도 사업 관련해서도 보고를 받았고, 이후 사업의 ‘활용성 제고 검토’ 취지의 주문을 내부적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국토지리정보원은 정밀도로지도와 관련해 지난달 22일 자율주행차 업계와 간담회를 가졌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사업 재검토라기 보다는 다른 분야 활용까지 검토를 해보라는 취지였다”며 “정밀도로지도가 자율주행차를 목적으로만 한다고 하면, 앞으로 길게 내다봤을 때 방향이 맞지 않을 수 있으니 그래서 다른 분야 활용성 측면에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밀도로지도’는 차선·표지·도로시설 등을 도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가상모델)으로 구현한 고정밀 전자지도다. 차선 단위의 차량위치 결정이 가능해 자율주행을 지원하도록 제작된 지도다.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고정밀 내비게이션, ADAS(차량 전자 제어 시스템) 등에 활용 가능하며, 도로 시설물 관리 등에도 활용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제어에 활용되는 정밀도로지도(HD MAP)는 자율주행을 위해 센티미터(cm) 수준의 정밀도를 갖춘 3D(3차원) 입체 지도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 2015년부터 정밀도로지도 구축 사업을 시작해 매년 100억 여원 상당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2016년 국토교통부의 자율주행차 상용지원을 위한 정밀도로지도 구축 계획에 따르면, 국토지리정보원은 ▲단기-정밀도로지도 시범구축(탐색기, 2015~2016년) ▲중기-자동차 전용도로 구축완료(도입기, 2017~2020년) ▲장기-정밀도로지도 전국 확산(안정기, 2021~2025년)에 걸쳐 자율주행을 위한 정밀도로지도 구축 계획을 세웠다. 이 계획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국토지리정보원의 ‘정밀도로지도 구축 사업’은 방현하 정책관 부임을 계기로 ‘사업 재편 전환점’에 맞닥뜨렸다는 평가가 공간정보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공간정보 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밀도로지도의 활용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전임 국토정보정책관 때부터 나왔던 것”이라며 “방현하 국장 부임 후 그에 대한 검토가 본격화하는 모습인데, 앞으로 공개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현하 정책관의 ‘정밀도로지도 활용성 검토’ 지시는 ‘외국의 자율주행차 운행 사례’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 정책관이 자동차에 부착된 센서만으로 자율주행을 하고 있는 해외 사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미국기업 테슬라의 경우 센서만으로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밀도로지도 구축 업계의 A 대표는 “현재의 자율주행차 기술의 큰 이슈는 ‘AI 엔드 투 엔드’이다”면서 “정밀도로지도가 필요없다는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AI 엔드 투 엔드(End to End·E2E) 자율주행’ 기술은 차량 주행 데이터와 도로 교통 상황 시나리오를 AI(인공지능)에 학습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규칙 기반 자율주행’ 대비 새로운 환경과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 글로벌 자율주행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A 대표는 “전체적으로는 AI를 고도화했을 때 정밀도로지도 없이 자율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자율주행은 인공지능 학습으로 가능하지 않느냐는 논의가 화두인 상황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밀도로지도를 배제한 센서만으로의 자율주행에서 안전성을 얼마만큼 담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밀도로지도 구축 사업에 참여해온 공간정보기업의 한 관계자는 “자차 위치 인지는 자율주행차에서 핵심 기술이다. 내 차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 주변에 있는 구조물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NSS(위성항법시스템) 음영지역 및 자율주행차 차량 내 센서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 정밀도로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취지다. 보다 안전한 자율주행은 정밀도로지도와 센서가 결합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내부적으로 ‘정밀도로지도 사업 활용성 검토’에 나선 가운데 그동안 국토지리정보원이 발주해온 정밀도로지도 구축 및 갱신 사업에 참여해온 업계 사이에서는 향후 사업 예산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밀도로지도 사업의 올해 예산은 114억 원이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올해 예산은 전년 대비 줄어든 금액으로, (매년) 감액되는 상태인데 내년 예산은 보다 많이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토부의 ‘정밀도로지도 사업’이 급격한 방향 전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밀도로지도 구축 사업은 ‘자율주행자동차법’을 근거로 추진되는 것이다. 자율주행차법 22조(정밀도로지도의 구축 및 갱신)는 ‘국토교통부장관은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를 위하여 정밀도로지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구축하고 갱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업 재편’을 위해선 국토부 차원에서도 부처 간 법률 개정을 위한 합의가 수반돼야 하는 만큼 방현하 정책관의 이번 지시가 정밀도로지도 활용성에 대한 검토 차원에 그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국토지리정보원 스마트공간정보과 관계자는 “정밀도로지도 구축 사업은 법에 규정돼 있는 것으로, 도로 관리 분야(도로대장 전산화)에서도 정밀도로지도 데이터를 쓰고 있는 것”이라며 “당장 급격한 정책 변화는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밀도로지도 사업을 자율주행차 활용 측면에서만 검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취지다. 그럼에도 국토부 국토지리정보원은 정밀도로지도 사업의 활용성 검토 과정에서 “자율주행차 업계 위주로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어서 정작 그동안 정밀도로지도를 구축해온 업계의 의견은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밀도로지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센서가 정밀도로지도를 대체할 수 있는 시점은 10년 뒤로 전망된다”며 “AI가 고도화 되더라도 기본적인 ‘내비게이션 정도의 지도’는 있어야 한다. ‘맵 리스’는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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