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에게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사업은 이른바 ‘계륵’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현대건설은 ‘사업 철수’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지난달 30일 14시까지도 고심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건설업계 사이에서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에 대해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았겠느냐”는 해석도 내놨다.
현대건설의 이번 ‘사업 철수’ 선언은 표면적으로는 부족한 공사기간과 사업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입장문 내용을 봐도 그렇고, 이 입장문에 앞서 현대건설은 공사기간 확대와 사업비 증액과 관련해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정부 측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런 가운데 ‘사업 철수 선언’에 이르게 한 ‘트리거’는 4월 28일 제출한 기본설계안(기본설계도서)이다.
익히 알려졌다시피 현대건설은 기본설계안에서 국보부의 기본계획안 대비 공사기간이 2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국토부는 이에 대해 “기본설계안을 보완하라”고 통보했다. 정부의 98개월(7년) 공사기간을 맞추지 않을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취지였다. 현대건설은 이후 제출한 설명자료에서도 ‘108개월을 고수’했고, 국토부는 “현재 진행 중인 수의계약을 중단하는 절차를 중단하는 절차에 착수한다”고 지난달 8일 밝혔다.
이후 약 20일 간의 기간은 현대건설 내부는 물론 컨소시엄 차원에서도 지난한 ‘줄다리기 토론’의 연속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입수한 ‘가덕도신공항PJ 공동참여사 5차 회의’ 자료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사업의 현대건설 컨소시엄 공동참여사들은 입장문을 발표한 지난 30일 오전까지 총 5차례의 회의를 진행했다. “현대건설의 사업 철수로 공동참여사들은 비상이 걸렸다”는 업계의 전언이다. 현대건설은 입장문에서도 “사업 철수는 당사가 속한 컨소시엄의 입장이 아닌 당사의 단독 입장표명”이라고 했는데, 이에 비춰볼 때 “발을 빼겠다”는 현대건설을 만류하는 공동참여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질 정도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현대건설은 ‘사업 철수’에 대해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기본설계안 제출 직후인 4월 29일 현대건설 측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업 포기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나’라는 물음에 “그에 대한 답변은 하기 어려울 것 같고 조심스럽다”고 했었다. 이에 기자는 ‘정부와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구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이런 가운데 기본설계안 제출 이후 “추가 공사비 요구 꼼수” 등의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가덕도신공항사업은 비단 현대건설만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권 재창출이냐 교체냐’의 기로에 선 현 대선 상황에서 전 정부에서 결정된 ‘사업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모험을 감수하기 보다는 후일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그룹 차원에서 판단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3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현대차그룹에 의제로 보고돼 논의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사업의 타당성 측면에서 ‘정치 공항’이라는 오명을 받아왔다. 그런 만큼 네 차례 유찰에 이어 수의계약 대상자로 선정된 국내 대표 건설사의 ‘사업 포기’는 ‘정치 과잉’이 불러온 폐해 사례로 기록될 것 같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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