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지난달 13일 ‘2025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추진계획을 살펴보면 추락사고 방지대책을 마련하여 올해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안전관리 강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전사고는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는 감소 중이지만 여전히 산업재해의 절반 수준에 이르고 있다.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 기준 건설현장 사망자 수는 2021년 271명, 2022년에는 238명, 2023년에는 244명, 2024년에는 잠정적으로 204명을 나타내고 있다. 이중 사망사고의 절반은 추락사고에서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 국토교통부는 추락사고 방지 종합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한 바 있다. 당시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일체형 작업발판(시스템 비계) 사용 의무화, 스마트 안전장비 사용 의무화, 위험 공종에 대한 작업허가제를 도입하여 추진하였다. 특히 이행력 강화를 위해 사망사고 다발 주체에 대해서는 명단을 공표하고, 모든 건설 주체가 참여하는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또한 추락사고 방지대책 이행 합동 TF를 운영했고 홍보를 강화하면서 안전 최우선 문화를 확산했다. 여러 제도 도입과 이행을 강화했지지만 추락사고는 좀처럼 줄어들고 있지는 않은 실정이다.
건설현장에서 추락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좋은 방법은 작업자가 높은 장소에 올라가지 않고도 작업이 이루어지는 방법이다. 근원적인 위험을 처음부터 제거하거나 대체하는 방법이다. 설계단계에서부터 이러한 방법을 고려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 가깝다. 자동화·무인화 로봇화 등 스마트 건설만이 이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 건설이 보급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위와 같은 방법이 불가능하다면 그다음으로 좋은 방법은 비계(飛階·임시로 설치한 가설물)를 조립하는 등 작업발판을 설치하는 방법이다. 만약 작업발판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해야 한다. 그런데 불가피하게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에는 안전대 걸이 시설을 설치하고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면 추락사고를 막을 수가 있다.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 개념이다. 또한 작업발판과 통로의 끝이나 개구부로서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는 안전난간, 울타리, 수직형 추락방망 또는 덮개 등을 설치해야 한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통상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채택하게 된다. 따라서 추락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작업자가 작업하는 공간에 작업발판을 설치하고 그 하부에는 추락방지망을 설치하며 작업자가 안전벨트를 착용한 상태에서 작업을 한다면 무조건 막을 수가 있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는 상반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추락사고는 여전히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추락방지망이나 안전벨트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사용하여 구입과 설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작업발판 비용은 목적외 사용비용에 해당되기 떄문에 산업안전보건관리비로 사용할 수가 없다. 작업발판 비용은 공사비에서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설계내역서를 살펴보면 각 공종별 작업에 필요한 작업발판 비용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이처럼 작업발판 설치 등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다 보니 추락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스템 비계 사용 의무화로 인해 시스템 비계에서 추락사고는 줄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시스템 비계 설치 조건상 작업발판을 무조건 설치할 수밖에는 없기 떄문이다.
그러나 시스템 동바리나 강관 동바리, 미장이나 조적과 같은 마감작업 등의 과정에서는 작업발판이 설치되고 있지 않다. 상기 공종에서 추락사고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작업발판을 설치하지 않고 사다리나 현장에서 임시로 제작한 부실한 발판, 또는 자재 등을 밟고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작업발판을 설치하지 않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발주자가 작업발판 비용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행위들은 계속해서 이루어져 왔다. 발주자에게서 작업발판 비용을 받지 못한 원도급업체 입장에서는 전문건설업체인 하도급업체에게 작업에 필요한 작업발판이나 사다리와 같은 가설 관련 비용을 공사비용에 포함시켜 입찰에 참여토록 하고 있다.
조달청에서 발주하는 공사내역서 작성안내서(2023년)인 내역서 작성 실무가이드에서도 작업발판 비용은 찾아보기 힘들다. 철근콘크리트 공사, 철골공사, 벽돌 및 블록공사, 타일 및 돌공사, 목공사 및 수장공사, 지붕 및 홈통공사, 금속공사, 미장공사, 창호 및 유리공사, 칠공사의 세부공종 예시를 살펴보면 작업에 필요한 사다리와 작업발판 등은 그 어디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또한 가설공사의 세부공종 예시에서도 강관 동바리, 시스템 동바리 설치나 해체에 필요한 작업발판 등의 비용과 각 공종별 작업에 필요한 작업발판 비용 등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원도급업체에서는 하도급업체에게 작업에 필요한 작업발판이나 사다리 등의 구매나 임대를 하는 특약 조건으로 현장설명을 하고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하도급업체는 실제 작업을 하는 시공팀에게 역시 동일한 조건으로 작업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실제 작업하는 현장에서는 불량한 작업발판이나 발판을 아예 설치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작업하다가 추락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로 이어지고 있다. 작업발판 비용의 미반영은 작업자 추락사고 외에도 하자와 같은 품질 불량과도 연결된다. 불안전한 상태에서 작업조건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보니 작업자는 충실하게 작업에 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건설현장의 추락사고를 감축하겠다고 올해 목표를 설정한 점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현장에서 추락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점검, 교육, 홍보, 제도 개선 등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작업발판 설치가 근원적으로 되지 않는다면 추락사고 감축은 요원할 것이다. 발주자로 하여금 각 공종별로 작업에 필요한 작업발판 비용을 반영해 주도록 국토부가 적극 관심을 가지고 제도개선에 임할 필요가 있다.
제아무리 관리자들이나 작업자들에게 교육을하고 홍보하고 점검을 한다고 해도 그때 뿐이다. 작업발판을 설치하여 근본적으로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해주어야 사고감소는 물론이거니와 품질도 확보할 수가 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공학박사·안전기술사·안전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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