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토지리정보원이 ‘커트라인’ 강요?… 고정밀 챌린지 사업 낙찰률 ‘뚝’들쭉날쭉 사업비에 업계 혼란, 가격 협상 과정 들어보니1차 사업은 최저 94.99%, 2차 사업은 최대 87% 낙찰률 ‘울며겨자먹기 협상’ 업계 “3차 사업도 이렇게 될까 걱정” 국토지리정보원 “국가 예산 절감 취지, 관련 규정 준수”
[매일건설신문 조영관 기자] ‘최저 94.99% → 최대 87%.’ 이는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이 진행하고 있는 ‘고정밀 전자지도 구축 챌린지 사업’의 1차와 2차 ‘낙찰률 변동 추이’다. 업계가 1차 사업에서는 1,000원짜리 사업을 최저 949원에 수주했다면 2차 사업에서는 최대 870원에 낙찰받았다는 의미다. 이 같이 들쭉날쭉한 낙찰률로 발주청인 국토지리정보원과 업계는 최근 수의계약 과정에서 이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지리정보원은 “국가 예산 절감을 위해 규정에 따라 처리한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업계에서는 “발주청이 사실상 ‘낙찰률 커트라인’을 제시하면서 적정 사업비를 깎았다”라는 말이 나왔다.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난 4일 ‘2024 고정밀 전자지도 구축 챌린지 사업(2차)’의 5개 지구를 입찰공고했다. 개찰 결과 아산시 사업(설계가 20억 원)은 3개 컨소시엄이 투찰해 경쟁이 성립됐지만 울산시(35억 원), 인천시(26억 원), 서울시(24억 원), 제주시(10억 원) 등 나머지 4개 지구 사업은 단독입찰로 수의계약이 진행됐다.
그런데 단독입찰 4개 사업에 대한 수의시담 과정에서 3개 사업의 컨소시엄들은 낙찰률을 두고 난색을 보였지만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협상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진행된 수의시담에서 3개 지구는 평균 86%대 낙찰률로 협상을 완료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비해 낙찰률이 너무 떨어져 사업 수행이 어려울 것 같지만 국토지리정보원의 입장이 너무 강경해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인천시 컨소시엄 측은 “최저 95% 낙찰률 밑으로는 사업을 못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고, 협상 막판까지 국토지리정보원이 제시한 가격 기준에 이의를 제기하며 ‘적정 사업비’를 요구했지만 결국 지난 27일 오후 ‘백기’를 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리지리정보원이 제시한 87% 낙찰률을 받아들인 것이다.
국토지리정보원에 따르면 ‘고정밀 전자지도 구축 챌린지 사업’의 작년과 올해 낙찰률이 이렇게 들쭉날쭉 차이가 나는 이유는 ‘사업 입찰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작년에 낙찰가격이 높았던 이유는) 기술제안 평가 비중을 9(기술) 대 1(가격)로 진행했기 때문이다”며 “그런데 올해에는 기술평가를 8 대 2로 했고 경쟁이 성립된 1군데 사업이 84%에 낙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사업에서는 가격 점수 평가 비중이 낮아 업체의 투찰가가 높았지만 올해는 가격 평가 비중이 다소 높아졌고 수주 경쟁에 나선 업체의 가격 투찰률도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성립된 아산시 사업의 낙찰률을 수의계약 시 사실상의 ‘사업비 커트라인’으로 정한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아산시 사업의 낙찰률을 따랐다”면서도 “지금까지 했던 유사 용역을 감안하고 예정가격 기준에 따라 4개 수의계약 사업에 대한 예정가격을 추후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이번 입찰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기획재정부 계약예규인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기준’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협상에 의한 계약’은 예정가격을 작성하지 않아도 되고, 이후 단독 입찰에 따른 수의계약 시에는 예정가격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고정밀 전자지도 챌린지 사업의 성격을 고려해 경쟁이 된 1개 지구(아산시)의 낙찰률을 기준으로 하되 수의계약 사업에는 아산시 낙찰률 보다 높게 예정가격을 작성했다는 것으로, 당초 5개 사업에 대한 입찰공고 시 설계가(사업비)만 제시해도 규정상 문제가 없다는 취지다. 경쟁이 성립된 아산시 사업은 84%에 낙찰됐다.
올해 2차 ‘고정밀 전자지도 구축 챌린지 사업’의 낙찰률이 최대 87%대에서 결정되면서 내년 3차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작년 1차 사업의 경우 6건 중 경쟁이 성립돼 ‘협상에 의한 계약’이 진행된 3건은 99%대의 낙찰률이 형성됐고, 수의시담에 따른 수의계약이 진행된 3건은 95%대의 낙찰률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성립이 안 된 사업의 경우는 업체가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해 참여를 꺼린 결과로, 그럼에도 단독입찰한 업체와 수의시담 시 경쟁이 성립된 사업의 낙찰률을 기준으로 협상에 응하라는 건 무리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일률적으로 가격을 맞춘다면 기술점수와 가격점수가 사실상 필요없는 것이고, 기술 도입과 장려라는 챌린지 사업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정밀 전자지도 구축 챌린지 사업’은 1/1000 축척 수치지형도(디지털 지도)를 지자체 사업 제안을 통해 구축하는 것이다. 수치지형도의 활용성을 확대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지도 수요자인 각 지자체가 기존 지도 제작 방법과 다른 신기술 등의 요구를 통해 1/1000 수치지형도의 최신성과 정확성을 향상시키고, 지자체에 맞는 공간정보 활용 확대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다. 국비(50%)와 지방비(50%) 매칭 방식으로 사업비가 투입된다.
2차 사업의 낙찰률이 떨어지면서 국토지리정보원과 지자체 차원에서는 ‘불용예산 처리’라는 숙제도 남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토지리정보원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불용예산은 없어지는 게 아니고 국고에 남아 국가예산을 절감하는 것”이라며 “불용예산은 사업 부서에서 (다른 관련 사업으로) 하기 나름이다”고 했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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