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수도 관로 ‘불탐 구간’ 수두룩한데… ‘비금속 탐지기’ 도입은 하세월[지하안전이 위험하다] - ① 장비 유연화 없는 지하시설물 탐사지하시설물 측량 업체 80%는 저렴한 ‘금속 탐지기’만 보유 관련 법령 미비… “비금속 관로 탐지기 보유·기준 의무화해야” 국토부 “지하시설물 탐사 현황 파악 후 제도 개선 검토할 것”
[매일건설신문 조영관 기자] 지하시설물 측량(탐사) 장비 중 하나인 ‘비금속 관로 탐지기’가 관련 법령 미비로 사실상 제도권 밖에 머물면서 지하시설물 탐사 사업의 질적 저하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하시설물 측량업체로 등록하려면 현행 보유 장비 기준에 따라 ‘금속 또는 비금속 관로 탐지기’를 1대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업체는 비금속 탐사기 대비 비용이 저렴한 금속 탐지기만 갖추고 사업등록을 하고 있는 실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지하시설물 탐사 사업 시 비금속 관로가 불탐(탐지 불가) 처리되는 것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비금속 탐지기 보유’를 의무화해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는 이달 두 차례에 걸쳐 지하시설물 산업계와 ‘비금속 관로 탐지기’ 규정 개정 관련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국토부 공간정보제도과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지하시설물 불탐 구간에 대한 문제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며 “공공측량 성과심사를 담당하는 공간정보품질관리원에 지하시설물 측량 업체수 등 관련 현황 파악을 요청한 상황이다”고 했다.
‘지하시설물’은 크게 상수도, 하수도, 가스, 통신, 전기, 송유관, 난방열관 등의 7대 분야를 말한다. 국토부는 2018년 1월 시행된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지하안전법)’에 따라 7대 지하시설물 등에 관한 도면 정보를 통합해 관리하는 ‘지하공간통합지도’를 구축했다. 지하시설물을 비롯해 지하구조물, 지반정보 등 총 16종의 지하정보를 3차원 기반으로 통합한 지도로, 지하 개발 공사 및 지하안전관리 업무에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앞선, 도로 굴착에 의한 안전사고 예방과 지하시설물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1998년부터 주요도로에 매설된 상하수도 관로의 위치정보를 전자도면화하는 지하시설물 전산화 작업을 진행했다.
‘공간정보관리법’은 국가, 지방자치단체,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관이 관계 법령에 따른 사업 등을 시행하기 위해 기본측량을 기초로 ‘공공측량’을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하시설물은 공공측량 작업규정 168조에 따라 지하에 매설된 시설물의 위치와 깊은 정도(심도)를 탐사기기로 측정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7대 지하시설물 중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는 상수도 관로에 대한 지하시설물 공공측량 시 비금속 관로 구간은 ‘불탐(탐지 불가) 처리’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전국 상수도 관로의 정확한 불탐율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공간정보진흥과 관계자는 지난 13일 본지 통화에서 “불탐율은 공개제한 정보인데, 공개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겠다”고 했지만 이후 회신하지 않았다. 지하시설물 측량 업계의 한 관계자는 “1994년 서울 아현동 가스 폭발 사고 이후 정부는 지하시설물 전산화 작업을 진행했지만 장비와 기술력의 한계로 금속 관로만 탐사했고 비금속 관로 탐사 성과는 전무한 실정이다”고 지적했다.
‘상수도 비금속 관로’에 대한 현황 파악이 어렵자 국토부는 지하시설물 측량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지하시설물 측량업자가 비금속 관로를 측량하는 경우 성능검사를 받은 비금속관로 탐지기를 사용하도록 지난 2020년 12월 공간정보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러나 비금속관로 탐사기 성능검사(도입 건수)는 지난 10월말 기준 28건에 불과하고 지자체들도 지하시설물 측량 사업 발주 시 ‘비금속 관로 탐지기 사용 의무화’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공간정보제도과 관계자는 “비금속관로 탐지기 보유 업체가 사업하는 것을 지자체에서 발주 시 의무화하려고 했지만 금속 탐사기 보유업체에서 반발했다고 한다”며 “지자체에서 비금속 관로에 대해서는 현재 불탐 처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비금속 관로 탐지기’ 도입이 저조한 근본 이유로는 현행 공간정보관리법 시행령의 ‘측량업 등록기준’이 꼽힌다. 지하시설물 측량업을 등록하려면 이 장비 기준에 따라 ‘금속 또는 비금속 관로 탐지기(탐사 깊이 3미터 기준) 1대 이상’을 보유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기준을 ‘금속 관로 탐지기(탐사 깊이 3미터 기준) 1대 이상’ ‘비금속 관로 탐지기(탐사 깊이 3미터 기준) 1대 이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게 업계 일각의 주장이다. 금속 탐지기는 대당 200만 원 수준으로 2,000만 원 상당의 비금속 탐지기에 비해 저렴해 국내 80% 상당의 지하시설물 업체는 금속 탐지기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비금속 관로 탐지기 도입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측량업 등록기준’ 이외에도 측량기기 성능검사 기관 및 제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국내 국가공인 지하시설물 탐사장비 검사장은 국토부 국토지리정보원이 위탁 운영하는 성균관대학교 수원캠퍼스 ‘지하시설물 탐사장비 검사장’이 유일하다. 그동안 비금속 관로 탐사기의 한 종류인 ‘GPR(지표투과레이더‧Ground Penetrating Radar)’에 대한 성능검사가 이 검사장에서 진행됐지만 모두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대부분 금속관로가 매설돼 있는 오래된 테스트베드로 GPR 장비 성능검사를 테스트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상수도 관로 불탐 구간’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보수적인 데이터 기준이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공공측량 작업규정 제185조(지하시설물의 위치측량)는 시설물 탐사 오차의 허용 범위를 ‘관로의 매설깊이가 3.0m 이하인 경우에는 평면위치 ±20㎝, 깊이 ±30㎝ 이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기준이 너무 보수적인 만큼 유연화하면 ‘불탐 구간’도 다소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공간정보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상하수도 관로 불탐 구간과 관련해 “지하시설물 측량 데이터의 기준을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양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도권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최근 지하안전 사고가 잇따르자 ‘지하안전관리체개 개선 TF’를 구성하고 연말까지 시행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현환 1차관은 지난 2일 이 회의를 직접 주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공간정보관리법 시행령 개정에도 여전히 비금속관로 탐사에 대한 관련 기관의 관심이 없는 실정이다”며 “비금속 관로 탐지기 보유와 지하시설물 측량 사업 시 활용을 강제할 수 있는 법령 개정 및 발주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부 공간정보제도과 관계자는 “지하시설물 탐사 사업의 실효성 차원에 해당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현황을 파악한 후 제도 개선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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