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밀 전자지도 챌린지 사업… 음반은 있는데 플레이어가 없다”‘공간정보 구축 및 활용 성과공유대회’서 나온 ‘최신성·활용성’ 주문“지자체에 디지털 지도 관리·운용 플랫폼 없어 지도 활용성 저하 우려” 국토지리정보원, 내년 1/1,000 지도 예산으로 146억원+75억원 요청 “더 도전적인 사업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내년 예산 확보에 최선”
[매일건설신문 조영관 기자]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의 ‘고정밀 전자지도 구축 챌린지 사업’이 ‘최신성과 활용성’이라는 난관에 부닥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사업은 1/1000 축척 수치지형도(디지털 지도)를 지자체 사업 제안을 통해 구축하는 것인데 이 두 난관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따라 향후 사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도 갱신 예산 확보와 지자체 공간정보 플랫폼 구축 문제를 의미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이 27일 개최한 ‘공간정보 구축 및 활용 성과공유대회’는 올해 6개 지자체에서 진행 중인 ‘고정밀 전자지도 구축 챌린지 사업’에 대한 각 지자체별 지도 구축 기술 및 활용 방안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챌린지 사업’은 지도 수요자인 각 지자체가 기존 지도 제작 방법과 다른 신기술 등의 요구를 통해 1/1000 수치지형도의 최신성과 정확성을 향상시키고, 지자체에 맞는 공간정보 활용 확대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첫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 준공을 앞두고 각 컨소시엄들이 이날 ‘성과 자랑’에 나선 것이다. 6개 지자체들의 올해 챌린지 사업 성과의 활용 방안은 스마트 행정, 안전관리체계, 도로시설물 관리 등 다양했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선 ‘고정밀 전자지도 구축 챌린지 사업’에 대해 “최신성과 활용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적이 나왔다. 이 두 지적은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공간정보’라는 특수성을 규정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국토정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지도는 무용지물이고, 이는 결국 수요자로부터 외면받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챌린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국토지리정보원 차원에서 ‘최신성’은 갱신에 대한 예산 확보 문제로 연결된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갱신 예산 확보에 대해 “올해 6개 지자체의 지도 구축 성과에 대해서는 내년 갱신 예산으로 75억여 원 상당을 요청했고 현재 국회 예결위 심의 중이다”면서 “(챌린지 사업으로 구축한 지도의) 갱신이 제대로 안 되면 구축된 데이터가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차원에선 이 예산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갱신 추가 예산 75억여 원 이외에 국토지리정보원이 내년 1/1000 수치지형도 구축사업으로 요청한 예산은 총 146억 원 수준이다. 이 중 내년 챌린지 사업(기술제안)으로 발주될 사업은 50억여 원(국비) 규모로 10여 개 내외 지자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챌린지 사업에서 ‘활용성’은 각 지자체의 플랫폼 구축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의 문제다. 이날 행사에서 사공호상 전 국토지리정보원장은 “지도를 구축하고 갱신한다는 건 새로운 음반(지도 데이터)을 내는 것에 비유할 수 있는데, 정작 지자체는 음반을 돌려볼 장치(플랫폼)가 없다”고 지적했다. 사공 전 원장은 이어 “그런데 지리원에서는 지자체 플랫폼 구축이 본연의 임무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업체에서 지자체에 플랫폼을 구축해주고 있는데 이게 천차만별이다”고 했다. 이것들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공간정보 플랫폼’이 아닌 만큼 국토지리정보원이 예산을 확보해서라도 플랫폼 구축 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간정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에 수치지도(디지털지도)를 구축해주면 그 데이터를 관리·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드물고, 활용 측면에서도 담당 공무원이 보통 2년마다 바뀌면서 플랫폼 대용으로 사용하는 기존 상용 소프트웨어의 숙달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지리정보원 차원에서 지자체 공간정보 관리를 지원할 수 있는 ‘공간정보 통합플랫폼’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 관계자는 플랫폼이라는 개념과 관련해 “오토캐드(Auto CAD)나 아크지아이에스(ArcGiS) 등 공간정보 관련 상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려면 보통 DB(데이터 베이스) 구조를 파악하는 데 1년 이상 소요되는데 공간정보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쉽게 작동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선 ‘고정밀 전자지도 구축 챌린지 사업’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도전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사공호상 전 원장은 “챌린지 사업은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사업을 한다는 의미일 것”이라며 “그런데 데이터 생산 체계 혁신이나 프로세스 갱신, 업무 자동화 등 부분에서 위험부담을 감수할 만큼의 성과가 나왔는지는 의문이다”고 했다. 사공 전 원장은 이어 “프로세스가 바뀌면 공정 자체가 바뀌고 품셈도 변경되는데 이것들이 바뀌었을 때의 위험감수를 안 하는 것 같다”며 “바꿀 수 있는 건 바꿔야 한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선 “지도 데이터의 구축과 갱신은 지자체에서 수행하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도 전체 갱신은 비효율적으로 부분 갱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등의 지적도 나왔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이날 성과공유대회에서 나온 지적과 관련해 “사업을 더 도전적으로 할 수 있음에도 안정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내년 예산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관 기자
☞ ‘고정밀 전자지도 구축 챌린지 사업’은? 1/1000 축척 수치지형도(디지털 지도)를 지자체 사업 제안을 통해 구축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된 가운데 수치지형도의 활용성을 확대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지도 수요자인 각 지자체가 기존 지도 제작 방법과 다른 신기술 등의 요구를 통해 1/1000 수치지형도의 최신성과 정확성을 향상시키고, 지자체에 맞는 공간정보 활용 확대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경산·구미·고양·안동·천안·하남 등 6개 지자체 사업에 총 358억 원의 사업비가 국비(50%), 지방비(50%) 매칭 방식으로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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