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철도공단 임직원 130명, ‘제주도 학회’ 나들이 아니길궤도·차량·시스템 등 기술 전문 대회에 사무직 포함돼
한국철도학회 2024 추계학술대회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2박 3일 동안 열리고 있는 가운데 올해 대회에 국가철도공단에서는 산하 철도혁신연구원 주관으로 소속 임직원 130여 명이 참석해 뒷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뒷말이 나오고 있는 배경에는 대규모 숫자뿐만 아니라 ‘철도산업의 미래를 들여다 보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학회에 공단 내부 전문 기술직이 아닌 사무직 인원이 30% 내외 포함됐다는 것.
공단 지역본부의 일부 일선 사업 현장 TF팀 직원들은 빠듯한 공정을 맞추기 위해 쉬는 시간 없이 일하는 상황에서 페이퍼 워크 위주인 사무직 직원들이 철도학술대회를 참관하니, 지역본부 전문 기술직 직원들이 외부로 말하지 않은 채 이 같은 불만이 있다고 한다. 일부 직원은 “사무직이 많이 가서 의문이다. 실제 인원이 그렇게 많나”, “100명 이상이 갔는지를 처음 들었는데 숫자가 많은 것 같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일반 대학의 경우 학부생이 1학년부터 4학년까지 120여 명이면, 추계 학술대회에는 교수, 발표자 포함 10여명 내외가 참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추계학술대회의 경우 전체 공단 직원 2000여 명 가운데 130명이 참석한 것으로 6.5% 내외 인원이 대규모 이동한 셈이다. 본사와 수도권, 강원, 영남, 충청, 호남 등 4개 지역본부 조직인 공단에서 본사 위주의 직원들이 한꺼번에 학술대회 참석차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다고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제주도 대회에는 항공료와 기념품, 식비, 호텔 숙박비 등을 포함해 1인 기준 50~70만 원 내외가 소요된다고 한다. 130명의 인원 이동 시 약 1억 원 가량이 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학회 참석 비용으로 예산이 얼마나 소요됐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철도공단 관계자는 즉답을 피했다.
철도공단 일부 직원에 따르면 참석하는 인원은 개인이 아닌, 공단 비용으로 계산 처리돼 신청 경쟁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가까운 관련 기관인 코레일의 경우 작년 말 기준 영업손실이 4,415억 원인 가운데 내부 직원들조차 승차권 없이 무임 승차해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철도공단이 이 같은 이유로 시민 원성을 사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이번 대규모 인원 편성이 다소 이례적이라는 게 공단 내부 관리자의 분석이다.
물론 철도공단 이사장을 이사장을 포함해 참석한 공단 직원들이 제주도 철도학회에 참석하면서 국가 철도의 미래 정책 아이디어를 얻고, 제주도에 특화된 도시철도망 기본계획을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행사를 주관한 공단 직원은 철도 세션 발표자, 공단 부스 안내자, 세션 참가자 등이 더해진 가운데 인원이 적정하다고 답했다. 여기에 더해 전문화된 세션에 따라 전기, 신호, 통신, 궤도, 철도 무인화, 철도경영, 철도 기술 등 국가 철도산업의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철도공단 한 임원은 “공단 직원 50% 이상이 입사 6년 이하 직원으로, 학술대회 참가는 신입 직원들의 기술 습득을 위한 주요 목적이기도 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서울이 아닌 주말에 걸쳐 제주도에서 열리는 행사에 자비가 아닌 법인 비용 지원에 따라 대거 참석을 신청하고, 제주도에서 국민 세금을 쓴다면 외부로부터 ‘나들이성 워크숍 참석’ 아니냐는 비판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디 이번 한국철도학회 2024 추계학술대회에 참석한 철도공단 직원들이 명백한 ‘출장 보고서’를 통해 객관적으로 배우고 익힌 철도기술의 지식과 열정을 토목직 등 현장 직원에게 전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류창기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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