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문경 철도’ 방재설비 누락의 전말… SK에코플랜트 “공단에 손해 안끼쳐”감사원, 철도(시공단계) 건설사업관리 실태 감사보고서 전문 공개해당 사업 공단 공사관리관, 시공사 부당 이득 취득에 협조한 혐의 감사원 “부당 설계변경해 시공사에 특혜, 47억1,061만원 환수해야” SK에코플랜트 “입찰참가제한 처분 내려진다면 그때 대응입장 밝힐 것”
[매일건설신문 류창기 기자·조영관 기자] 사업비 2조 5,551억 원이 투입된 ‘이천~문경 철도건설사업’에서 철도공단 및 시공사 업무 담당자들이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하는 등 사문서를 위조해 터널의 핵심 시설인 ‘방재특화설비’를 설치하지 않도록 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시공사는 국가철도공단에 47억 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만큼 ‘입찰참가자격 제한’을 해야 한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시공사가 사문서를 위조·행사하는 등의 부정한 행위를 통해 설계에 반영된 방재특화설비를 설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는 “발주청에 피해를 입힌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철도공단의 처분에 따라 법적 소송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 19일 ‘철도(시공단계) 건설사업관리 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이천~문경 철도건설사업 8공구의 설계 변경 회의를 결정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국가철도공단과 시공사 그리고 감리업체는, 원설계자가 방재특화설비가 불필요한 것으로 의견을 제시한 것처럼 꾸미어 관련 규정에 따라 심의위원회 등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천~문경 철도 건설 사업은 지난 2006년 11월 국토부 고시에 따라 사업이 진행됐고, 고시 기준 사업비는 1조1,695억 원으로 6량 1개 편성 KTX-이음(EMU-260) 열차가 투입된다. 이천~문경 철도 사업은 전체 9개 공구로 1단계 구간인 1공구부터 5공구까지 이천 부발~충주 단선 철도는 지난 2021년 12월 우선 개통됐다. 이천~문경 철도 2단계 구간의 경우 마무리 작업 중으로 7공구와 9공구는 기타공사, 6공구와 8공구는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로 진행됐다. 8공구는 SK에코플랜트가 시공을 담당했고, 이달 말 개통 예정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 당시 철도공단 충청본부 이천~문경 철도건설 사업단은 8공구 내 신풍터널(연장 7060m) 방재특화설비 설치가 어려워진 지난 2020년 3월 13일에서야 시공사 등이 참여한 회의를 개최, 방재특화설비가 불필요한 설비인 것처럼 검토했다. 이후 사업단은 사업비 절감을 위해 이를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울러 시공사는 지난 2020년 3월 5일 원설계자로부터 턴키 사업의 특성이 고려된 자진설비 성격으로 방재특화설비를 제안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메일로 받았다. 이에 시공사는 원설계자로부터 방재특화설비가 기준보다 상향된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키 위해 제안된 것임을 알았다는 것.
그럼에도 시공사는 지난 2020년 3월 13일 당시 회의에 원설계자가 참석하지 않자 회의록 참석 명부에 원설계자가 참석한 것처럼 서명을 위조해 기록했다. 이후 원설계자가 방재특화설비가 불필요하다는 취지 발언한 것처럼 했다.
아울러 회의록에는 ‘사업비 절감을 위해 신풍터널 내 방재특화설비를 삭제하는 방향으로 전철처와 협의 후 설계변경을 시행한다’는 결론으로 회의록을 작성했다. 이후 지난 2020년 3월 17일 감리업체를 통해 해당 사업단에 공문으로 제출했다.
철도공단의 해당 사업단과 시공사는 구체적인 안건을 가지고 참석자들과 논의하지 않았음에도 사업단 단원, 시공사 현장소장, 공무팀장 등을 참석시켜 다수 인원이 실제 회의를 진행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 당시 사업관리단장은 E씨는 “안건을 논의하지 않고, 단순히 차 한 잔 마시는 정도의 요식행위 자리였다”고 진술했다.
감리업체도 당시 회의에 원설계자가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원설계자 의견이 조작된 회의록을 그대로 사업단에 제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감사원은 이같은 감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4월 대검찰청에 허위 사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해당 건에 대한 수사 의뢰를 요청했고, 철도공단에는 당시 이천~문경 철도사업 사업단 공사부장 등에 대해 인사자료에 기록을 남기도록 통보했다.
결국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업체가 제안해 설계심의 등을 거쳐 설치가 최종 확정된 방재특화설비와 관련해 시공단계에서 공사비가 추가되자 이를 불필요한 설비인 것처럼 관련 문서를 조작해 설치하지 않는 것으로 부당하게 설계변경해 시공사에 특혜 제공했다는 게 감사원 감사 결과다.
시공사는 지난 2월 방재특화설비 설치 없이 신풍터널 시공을 완료했고, 철도공단은 입찰 시 업체 간 경쟁을 통해 방재특화시설을 설계에 반영한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터널 내 화재 발생 시 당초 설계된 수준보다 낮은 수준의 소방안전만 확보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공사는 방재특화설비 시공에 소요될 47억1,061만 원만큼의 이익을 얻게 된 반면 철도공단은 같은 금액만큼 손해를 입게 됐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이에 감사원은 사문서를 위조·행사하는 등의 부정한 행위를 통해 설계에 반영된 방재특화설비를 설치하지 않고 국가철도공단에 손해를 끼친 시공사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 방안과 국가철도공단이 입은 47억 1,061만 원 상당의 손해에 대한 환수 방안을 마련하라고 철도공단에 통보했다.
국가철도공단은 감사 결과에 대해 20일 해명자료를 내고 “공단과 계약자간 비용분담 사항에 대해 입찰안내서 내용을 명확하게 하여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도록 하겠다”고만 밝혔다. 8공구 턴키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21일 본지 통화에서 “우리는 발주청에 피해를 입힌 사항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공단으로부터 입찰참가제한 처분이 내려진다면) 그때 대응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향후 처분에 따른 법적 소송의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류창기 기자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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