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국토지리정보원 투서 감사, ‘내부 복지부동’ 우려된다굳이 투서로 문제 해결 나설 수밖에 없었나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이 또다시 ‘투서 논란’에 휘말렸다. 국토부 감사실은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일정으로 특정 사업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외부로부터 기관 운영과 사업방식을 두고 ‘복지부동’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업무 분위기가 더 가라앉을 판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감사는 지난해 말 감사원 투서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이 매년 추진하고 있는 1/1000 수치지형도와 국가기본도 제작 방식에 대해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지리정보원의 그간 사업 방식을 감안할 때 이번 투서는 ‘사업 발주 방식’을 두고 ‘내부 주도권 다툼’에서 촉발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법하다.
공간정보사업 감사 과정에 대해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투서 내용에 담긴 혐의가 심각했다면 감사원이 투서를 받은 직후 즉각 감사에 나섰겠지만 이번 감사는 투서 후 6개월 이상이 지났고, 그것도 국토부 감사실에 이첩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감사원이 투서에 담긴 혐의(내용)를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 않고 국토지리정보원 ‘내부 문제’로 판단하고 있는 방증 아니겠느냐는 의미다.
연간 1,000억여 원 상당의 사업을 발주하고 있는 국토지리정보원은 공간정보업계 사이에선 핵심 발주청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국토지리정보원은 그동안 업계로부터 상반된 평가를 받은 게 사실이다. 이른바 ‘운찰제’라고 일컫는 ‘적격심사(PQ) 입찰제도’ 발주 방식을 오랫동안 고수해오면서 기술은 외면한 채 미래 준비 없이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이다. 이에 꾸준히 인력을 키우고 신기술과 장비를 도입해온 업체 사이에선 ‘기술제안(PP) 사업’ 발주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국토지리정보원 직원들 차원에서도 ‘적격심사 입찰제도’는 책임과 권한이 적은 반면 ‘기술제안 사업’ 방식은 정반대여서 ‘적격심사 입찰제도’를 고수해온 측면이 있다. 복지부동이라는 지적에는 이 같은 뿌리가 있다. 사실상 가격 경쟁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는 적격심사와 발주청 차원에서 다양한 신기술 도입을 장려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는 기술제안 방식은 권한과 책임 그리고 업무량 면에서 천지 차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굳이 기존의 복지부동식 ‘적격심사 입찰제도’의 종언을 선언하며 ‘기술제안 사업’을 고수하는 직원이 있다면 주위에서 ‘왜 그렇게 어렵고 위험한 길을 가느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기술이 있는 기업이 과거 해당 발주청에 대한 사업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입찰에서 원천 배제되는 일은 발주청과 업계 모두의 손실일 것이다. 이는 곧 국가와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 현재로선 국토지리정보원의 이번 감사가 어떤 내용에 대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세세하게 알려진 바는 없다. 하지만 그간 공간정보산업계의 ‘투서 전례’를 고려했을 때 그 순수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발주 방식’이 변하면 새롭게 부상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그에 따라 과거 영광에서 멀어지는 업체가 있기 마련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특혜나 부조리는 당연히 없어야 할 것이다. 발주청 담당자 차원에서는 괜한 오해를 살만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공간정보산업계가 투서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점에서 그 진정성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더욱 중요한 건 ‘아니면 말고 식의 투서’는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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