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건설공사 발주자 안전책무 불이행, 중처법 제외 안돼

이용수 이디엘건설안전연구소 대표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4/06/18 [14:49]

[기고] 건설공사 발주자 안전책무 불이행, 중처법 제외 안돼

이용수 이디엘건설안전연구소 대표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4/06/18 [14:49]

▲ 이용수 대표     © 매일건설신문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질의회시집에 “건설공사 발주자는 도급인과 공사계약을 체결하여  목적물의 완성을 주문하고, 종사자가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공사 현장에 대하여는 실질적 지배·운영·관리를 하지 않으므로 중대재해처벌법상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 불이행에 대한 처벌대상이 아니다”라고 되어 있다. 이치에 맞는 말인가?

 

중처법의 근본 취지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사망만인율은 OECD 38개국 중 34위로 안전 후진국이다. 후진국형 재해는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위반으로 인한 불안전한 상태가 88%를 차지한다. 중처법은 중대재해 저감을 위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안전책무를 부과한 것으로 안전 관련법령을 위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사고로 중대재해 발생 시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법이다. 

 

이 법으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가 각성하여 중대재해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취지와 다르게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을 피하기 위해 법조인들에게 의존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건설공사발주인지 도급공사인지에 대한 해석에 집중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제5조에서 규정한 법적문서 작성에 치중하고 있다. 인천항 갑문 보수작업에서 수급인 근로자가 추락사망한 재해에 서 발주처 책임자가 1심에서는 도급인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는 건설공사 발주자로 인정되어 무죄를 선고받았다. 발주공사와 도급공사를 따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사항인가? 

 

2022년 영국의 사고사망만인율은 우리나라의 십사분의 일(0.03/0.43) 수준이다. 안전선진국인 영국은 발주자의 안전책무를 가장 중요시 한다. 성경의 “네가 새집을 지을 때에 지붕에 난간을 만들어 사람이 떨어지지 않게 하라. 그 피가 네 집에 돌아갈까 하노라.”는 문구가 의미하는 발주자 안전을 중시하여 40여년 동안 설계단계부터 발주자가 위험을 저감해 온 결과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보건대장제도와 2016년 국토교통부의 건설기술 진흥법의 설계안전성검토제도로 발주자 안전책무제도가 도입되었다. 발주자의 안전책무는 안전한 설계도서 제공, 적정한 공사비용 및 공사기간, 적정한 안전관련 비용을 제공하는 것이다. 발주자나 도급인으로서 설계단계에서 안전한 설계, 공사내역, 안전비용, 공사기간 등을 제공, 관리하는지가 중요하다. 중처법에서 건설공사발주자는 중대재해처벌법에서 다루지 않는다는 명시가 오랜 숙원인 ‘발주자 안전’이 무색해지고 있다. 건설공사의 발주자든 도급인이든 최고의사결정권자가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건설공사 참여자와 수급인들의 안전을 확보하는 문화가 중요하다.

 

위에서 예시한 인천항 갑문 보수공사 재해는 발주자와 도급인의 구분보다 경영책임자가 해당 위험에 대한 검토와  개선 방안을 시행했는지가 중요하다. 경영책임자의 미필적인 고의성 여부보다 도급사업 여부에 따라 경영책임자에게 법적 책임이 부과되는 것이 실질적 안전보다 책임을 면하기 위한 법조인 의존을 유발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책임자의 의지로 작업장의 안전조치와 보건조치가 선행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높이 18m에서 중량물을 양중하기 위해 윈치를 사용하는 것은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불안전한 상태를 방치한 것이다. 그래서 윈치프레임과 근로자가 함께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윈치에서 사용하는 줄걸이는 수직으로 사용해야 한다. 줄걸이를 경사지게 인양할 때 매우 위험하다. 이러한 위험을 확인하여 윈치보다 안전한 양중작업 방법을 공사내역에 반영해야 했다. 이런 조치에 소요되는 비용은 법조인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의 1/1,000이면 충분하다. 

 

1900년대 초 미국의 US스틸 게리(E.H. Gary) 회장이 핵심가치를 생산제일주의에서 안전제일주의로 전환한 것이 우리나라의 최고경영책임자들에게 필요한 자세이다. 비용의 절감을 위해 안전 법령을 위반하고, 근로자의 실수로 중대재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태를 방치하고 작업을 시키는 ‘미필적인 고의’로 작업 지시를 하는 경영책임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발주자와 도급인을 불문하고 경영책임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이는 사전에 위험을 파악하여 안전한 작업환경을 최우선으로 확보하는 ‘안전제일’을 핵심가치로 추구하고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실무진들의 안전역량이 필요하다. 그러니 건설공사 발주자의 안전책무 불이행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    

 

 

/이용수 이디엘건설안전연구소 대표(건설안전기술사/한국건설안전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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