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행안부, ‘지적재조사기획단’ 폐지… 산업계 “‘불부합지 방치’하라는 것”

5월 28일자로 국토부 기획단 편제, 기존 정원 공간정보제도과로 편입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24/06/11 [17:17]

[단독] 행안부, ‘지적재조사기획단’ 폐지… 산업계 “‘불부합지 방치’하라는 것”

5월 28일자로 국토부 기획단 편제, 기존 정원 공간정보제도과로 편입

조영관 기자 | 입력 : 2024/06/11 [17:17]

국토부 “작년까지 31.3% 사업 완료, 그동안 예산 확보로 사업 진척 저조”

행안부 “기획단 업무 늘지 않아… 국토부 직제 편제 요청에 따라 결정”

산업계 “설립 당시 국 조직으로 2개과… 늘려도 모자랄 판에 없애다니”

 

▲ 국토부 세종청사 전경(사진 = 조영관 기자)      © 매일건설신문

 

[매일건설신문 조영관 기자] 100년 전 일제강점기에 ‘미완의 과제’로 남겨진 ‘지적불부합지’의 해소를 통한 역사 바로잡기가 정부의 행정편의주의 조직 개편으로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행정안전부는 국토교통부가 별도조직으로 운영해오던 ‘지적재조사기획단’ 직제를 최근 폐지하고 기존 직원들은 기존 과에 편입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산업계에서는 “핵심 국책사업 수행 조직을 폐지하는 건 사실상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0일 세종청사 국토교통부 3층 지적재조사기획단 사무실. 3급 부이사관급 지적재조사기획관실은 굳게 문이 닫혀있었고, 서너 명의 직원들은 사무실 정리로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지난달 28일자로 지적재조사기획관(국장급)은 파견근무가 종료됐고, 3명의 한시정원(별도조직)은 국토부 공간정보제도과로 편입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5월 28일자로 기존 인원 3명이 제도과로 가게 된 것”이라며 “파견근무 중이던 기획관은 이날부터 대기발령 중이다”고 했다. 

 

‘지적재조사사업’은 110년 전 종이로 제작된 지적공부(地籍公簿)와 실제 토지이용현황이 일치하지 않는 지역을 대상으로 지적측량과 토지조사를 통해 지적공부의 등록사항을 바로잡아 국토정보를 디지털화하는 사업이다. 전국적으로 지적공부상의 토지경계와 실제 이용하고 있는 현장경계가 불일치한 토지(지적불부합지)가 발생해 경계분쟁이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2011. 9. 제정)에 따라 2012년부터 2030년까지 554만 필지(전국 3,743만 필지의 14.8%)를 바로잡는 국가사업이다. 국토부가 기본계획 수립과 사업관리를 하는 가운데 시·도(지구 지정), 시·군·구(경계확정, 조정금 산정), 책임수행기관(LX공사, 일필지조사 및 측량)과 업계가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지적재조사사업의 진척률은 전체 불부합지의 31.3% 수준밖에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가장 큰 걸림돌은 예산 확보였다. 사업 첫해인 2012년 투입된 예산은 30억 원이었고, 2013년 200억 원, 2014년 80억원, 2015~2019년 매년 150억 원 수준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기본계획상 전체 예산은 1조 3천억 원이었지만 지난해까지 3,389억 원만 집행된 것”이라며 “당초 사업계획 목표를 달성하려면 투입 예산이 매년 700억원 수준이 됐었어야 하는 것인데, 3.2배가 적게 수립된 것”이라고 했다. 

 

‘부족한 집행 예산 규모’는 결국 사실상의 ‘조직 폐지’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별도조직으로 운영되던 지적재조사기획단은 과거에 이미 행안부 결정을 통해 조직 연장을 3차례 진행한 바 있다. 3년 전에는 과장급(4급) 자리까지 폐지됐었다. 그랬던 조직이 결국 축소돼 기존 인원만 국토부 공간정보제도과로 편입되는 수순에 이른 것이다. 

 

‘직제 편제 내용의 핵심’은 지적재조사기획단이 별도조직(한시조직)인 점을 감안해 국토부는 행안부에 ‘국토부 본부 편입’에 따른 정식 조직으로의 직제 개편을 요청했다는 점이다. 이 경우 국토부의 정원과 과(課)가 추가로 신설되는 방향이다. 그러나 행안부는 정원과 과의 추가가 아닌 기존 과에 지적재조사기획단 3명 정원만 편입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국토부에서는 기존 외부 조직을 본부로 편입하겠다고 요구한 것이고 행안부는 국토부 내 기존 과에서 유사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기능연계성 차원에서 기존 과에서 수행하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적재조사기획단은 업무량이 늘지 않고, 예산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예산이나 업무량이 늘어났다는 게 판단이 들면 조직을 늘릴 수 있고, 국토부에서 (직제 변경) 요청하면 행안부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의 결정은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 24조 2(파견 등으로 인한 별도정원의 관리)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측량 및 지적(地籍) 산업계에서는 국토부 ‘지적재조사기획단 폐지’를 두고 정부의 ‘조직 및 예산 긴축 기조’가 소수의 힘없는 산업에만 적용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더구나 앞으로 기존 공간정보제도과에서 ‘지적재조사 업무’를 부수 업무로 병행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존 별도조직 때의 업무 성과나마 달성하는 것조차 미지수이고, 예산 확보에도 난관이 예상된다. 주요 국책사업이 예산 확보 미흡에 따른 조직 폐지라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것이다. 

 

‘지적재조사기획단’ 출범 배경을 잘 아는 전직 국토부 출신 관계자는 본지에 “행안부는 조직이 축소된 것이라고 표현을 하지만 사실상 폐지한 것”이라며 “2030년까지 계획된 사업을 담당하는 조직은 별도조직(임시조직)으로라도 유지를 시켜줘야하는 것이다. 정부의 긴축 기조가 줄이기 쉬운 힘 없는 임시조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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