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치권 행사 관련 법적 분쟁과 요건

이승욱 변호사의 건설법률이야기 - ⑤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4/06/06 [15:12]

[기고] 유치권 행사 관련 법적 분쟁과 요건

이승욱 변호사의 건설법률이야기 - ⑤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4/06/06 [15:12]

▲ 이승욱 건설전문 변호사  © 매일건설신문


거리를 지나다 보면 ‘유치권 행사 중’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린 건물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그런 건물을 볼 때마다 공사비 등과 관련, 법적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유치권 등 관련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공사가 중단된 채 10여년 넘는 세월 동안 미완성 건물이 방치되어 흉물로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법에서 정한 유치권의 요건에 해당해야 하는데, 민법상 유치권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유치권을 주장하는 자의 채권과 유치권의 대상이 되는 목적물과 견련관계가 있어야 한다. 즉, 유치권을 주장하는 자의 채권이 그 대상 목적물 자체에 관하여 생긴 것이어야 하고, 공사현장과 관련한 채권이 있다고 하여 모든 경우 유치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건물을 신축한 시공자의 공사대금채권은 건물에 관하여 생긴 것이기 때문에 견련관계가 인정돼 건물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공사현장에 시멘트와 모래 등의 건축자재를 공급한 자재업체의 경우 자재대금채권은 건물 자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아니기 때문에 건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2011다96208 판결). 지상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하기 위해 철거공사를 한 시공업자가 철거 이후 토지를 점유, 유치권을 주장한 사안에도 판례는 건물철거공사와 관련한 공사대금채권은 토지 자체에 관하여 생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토지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20도3170 판결). 

 

또, 건물의 옥탑, 외벽 등에 설치된 간판의 경우 일반적으로 건물의 일부가 아니라 독립된 물건으로 남아 있으면서 과다한 비용을 들이지 않고, 건물로부터 분리할 수 있어 간판설치공사 대금채권은 건물 자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건물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대법원 2011다44788 판결).

 

유치권 행사의 두 번째 중요한 요건으로 불법적인 방법이 아니라 적법하게 목적물을 점유해야 하고, 점유를 상실함이 없이 계속 점유하고 있어야 한다.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을 걸면 현장을 점유하고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수막을 걸었다고 하여 목적물을 점유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사실적으로 건물을 점유하여야 한다. 건물을 점유하기 위해 통상 출입구에 있는 기존의 잠금장치를 부수고 새로운 잠금장치를 채우거나 컨테이너 등으로 출입구를 막아 인원과 차량의 출입을 통제하는 방법이 많이 사용되고, 이러한 과정에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인원이 동원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현장을 관리하는 원도급업체가 발주처를 상대로 유치권을 주장하는 경우 이미 건물을 점유하고 있으므로 점유 부분이 크게 문제되지 않으나, 하도급업체의 경우 원도급업체가 관리하는 건물의 점유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하도급업체가 현장을 점유하기 위해서는 기존 현장을 관리하는 원도급업체와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형사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도급업체가 원도급업체의 의사에 반하여 현장을 점거하려는 경우 직원들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폭행이 발생한 경우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폭행죄를 인정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15도 16496 판결). 

 

원도급업체가 관리하는 출입구 잠금장치를 하도급업체가 손괴하는 경우 재물손괴죄가 문제될 수 있고,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해 아파트 출입문을 열 수 없도록 출입문 외부 6곳에 용접을 한 경우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가 있다(대법원 2010도5989 판결). 유치권을 취득하기 위해 건물관리자의 승낙 없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건물을 점거한 경우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고(대법원 2007도654 판결), 유치권의 행사요건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유치권을 현장을 점거, 공사를 방해할 경우 업무방해죄로 처벌되기도 한다(대법원 2020도3170 판결). 다만, 유치권 행사 중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제거한 행위는 재물손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나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재물손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17도 3461 판결).

 

마지막으로 판례는 유치권을 배제하는 특약을 유효로 보기 때문에 유치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유치권포기각서 등 유치권을 배제하는 특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어야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많은 경우 도급계약 체결시 유치권 포기각서를 동시에 교부받는 경우가 있는데, 이처럼 유치권포기각서를 교부했다면 유치권을 배제하는 특약으로 인정돼 유치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와 같이 유치권을 주장하는 자와 그 상대방 사이에 유치권이 유효하게 인정되는지 여부에 대해 민사적으로 다투어질 뿐만 아니라 유치권 행사과정에서 손괴죄, 건조물침입죄, 업무방해죄 등 형사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유치권 행사의 경우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승욱 변호사

 


 

☞ 매일건설신문은 805호(4월 8일자 지면신문)부터 격주로 총 10회에 걸쳐 이승욱 변호사의 ‘건설법률이야기’를 연재한다. 이승욱 변호사(49)는 연세대 법학과, 북경대 법학대학원 석사(LLM)를 전공하고, 경일대 경찰행정학과 특임교수로 강의했다. 이 변호사는 법무법인 산경, 법부법인 고원 등에서 건설관련 자문·소송을 수행했다. 이번 기고를 통해 건설업 분쟁을 사전 예방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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