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자 지위 박탈해야”… 토목구조기술사회, ‘잠수교 보행화 사업’ 제동지난 21일 서울시에 ‘사업 재검토’ 공문 발송기술사회 “사실과 다른 허위로 만들어진 CG 설계안” 서울시 “구조·수리 분야 우려 제기 부분 검토 단계”
[매일건설신문 조영관 기자] ‘잠수교 전면 보행화 사업’과 관련해 서울시와 (사)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가 구조물의 ‘예술적 디자인’과 ‘설계 안정성’ 사이에서 충돌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문화의 다리, 잠수교(디자인 설계 및 콘텐츠 기획) 설계 공모’ 최종 당선작을 선정했는데, 기술사회는 “당선자의 지위를 박탈해야 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서울시에 발송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기술사회에서 구조·수리적 부분에서 우려하는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토목구조기술사회는 지난 21일 서울시에 ‘잠수교 전면보행화 당선작 취소와 재발방지대책 수립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기술사회는 공문에서 “당선자는 사실과 다른 허위로 만들어진 CG(컴퓨터그래픽)를 제출한 것이며 건축 관련 전문가들로만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이런 기본적인 것도 걸러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잠수교 전면 보행화 사업’은 서울시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잠수교를 한강 최초의 차 없는 보행전용 다리로 전환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다. 설계비 7억 원과 공사비 165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7~8월 ‘잠수교 전면 보행화 기획 디자인 공모’를 진행했고, 국내·외 총 92개 작품을 접수했다. 이후 당선작 5개 팀을 대상으로 설계공모를 진행해 지난 10일 최종 당선작으로 1개 팀을 선정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22일 본지 통화에서 “아직 (최종 당선자와 실시설계권) 계약 체결 전이다”고 했다. 서울시는 당선자와 6월부터 설계 계약을 체결하고 약 10개월간 기본·실시설계를 진행한 후 2025년 착공, 2026년 4월 준공을 목표로 잠수교 전면보행화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토목구조기술사회는 그동안 ‘잠수교 전면 보행화 사업’과 관련해 ‘교량설계전문가가 배제된 잠수교 전면 보행화의 전면 재검토 요구’ 등의 공문을 서울시에 발송하며 ‘설계 안정성’ 우려를 제기해 왔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기획 디자인 공모의 설계와 실제 설계는 별개”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었다.
지난 10일 선정된 최종 당선작은 네덜란드 아치 미스트(Arch Mist)사의 ‘세상에서 가장 긴 미술관(The Longest Gallery)’이다. 잠수교를 입체 보행다리로 조성해 800m 길이 미술관으로 설계하는 안이다. 이에 대해 토목구조기술사회는 이날 공문에서 “우리 기술사회가 서울시가 공모 당시 제공한 자료를 토대로 3D모델링을 통해 검토한 결과 당선자가 주장한 것처럼 과거 홍수위 13.7m로부터 1.0m 여유를 두고 데크를 설치하는 경우 반포대교 아래로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조경식 토목구조기술사회 회장은 “당선자는 서울시에 제출한 자료와 동영상에서 2층 데크와 반포대교 사이의 공간이 충분한 것처럼 표현했으나 우리 회에서 실제 치수대로 3차원 모델링을 해 본 결과 당선자가 제출한 CG와 많은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토목구조기술사회는 이날 공문에 두 가지 요구사항을 담았다. ‘실현 불가능한 안을 가능한 것처럼 허위로 제출한 당선자의 지위를 박탈해 잠수교 보행화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토목시설 관련 디자인공모의 참가자격과 심사위원회 구성에 토목전문가가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제도를 보완해 안전한 시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설계공모작 선정과 관련해 분야별 전문가가 단계별로 참여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심사를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당선작 설계안을) 당장 결정한 건 아니다”면서 “당선된 작품을 (심사위원회로부터) 통보받은 입장에서 기술사회 등에서 우려하는 구조적이나 수리적인 부분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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