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상승에 ‘애물단지’ 된 분양가상한제, 높아지는 규제 완화 목소리

원가상승 속 건설사 수익 보전에 거대 빗장… 주택공급 위축 우려도

정두현 기자 | 기사입력 2024/02/29 [22:56]

원가 상승에 ‘애물단지’ 된 분양가상한제, 높아지는 규제 완화 목소리

원가상승 속 건설사 수익 보전에 거대 빗장… 주택공급 위축 우려도

정두현 기자 | 입력 : 2024/02/29 [22:56]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매일건설신문

 

[매일건설신문 정두현 기자] 분양가상한제(이하 분상제)가 원자재비 상승에 공사비 분쟁, 건설사들의 주택공급 등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분출하면서, 관련업계에서는 분상제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심지어 전면 폐지도 언급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같은 분상제 완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원자재 시세가 오르면서 공사원가도 덩달아 상승일로를 타다 보니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과 또 이로 인한 건설사들의 민간주택 공급 기피현상이 심화하고 있는데, 분상제가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원자재 시세가 좀처럼 안정되지 않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분상제는 건설사로선 치명적인 규제”라며 “분양가 규제는 사실 정답이 없긴 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공사원가가 고점을 치고 있는데 건설사들에게 모든 부담을 지우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고 분상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나아가 “분양가 상한 캡을 없애야 한다”며 “가뜩이나 자재비에 인건비까지 다 올라서 수익률도 나지 않는데 분상제까지 이중고에 가깝다.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한데 조합에서 이를 달가워 하겠나. 그나마 공기를 단축시켜 부대비용 지출을 줄여야 최소 마진이라도 남는데, 조합과 공사비 협상을 하느라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분상제는 현재 전국적으로도 아파트 시세가 가장 비싼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에 한해 적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해당 지역의 아파트 입주 수요나 건설사 사업 시행률이 여전히 높다 보니 이러한 기형적 문제들이 끊이지 않는 실정이다.

 

분상제 논란의 시발점은 단연 원자재비다. 건설원가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자재비가 오르면 분상제는 이윤 추구가 본질인 건설사들에게 거대 족쇄로 작용하게 된다. 높아진 원가에 사업성이 떨어진 상태에서 분양가마저 높일 수 없어 사실상 수익을 포기해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공사비 동향도 심상찮다. 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공사비지수는 153.25로, 지난 2020년(121.80) 대비 3년만에 25.8%나 증가했다.

 

▲ 서울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정두현 기자)     © 매일건설신문

 

이렇다 보니 최근 분상제가 적용되고 있는 서울 송파 등지에서는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갈등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대건설이 조합 측에 공사비 총액을 기존 2조6,363억 원에서 4조775억 원으로 인상할 것을 제안한 서초 반포주공1단지를 비롯해 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과 조합이 평당 공사비 인상(665만 원→823만 원)을 놓고 협상 난항을 빚고 있는 송파 잠실 진주아파트 재건축 현장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주택수요가 가장 높은 지역이 분상제로 인해 이같은 문제가 빚어지면서, 최근 건설사들이 신규사업 수주를 기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 송파구 가락삼익맨션 재건축 사업의 경우도 공사비 상승과 분상제에 부담을 느낀 건설사들의 보이콧에 결국 시공사를 구하지 못한 채 유찰된 바 있다.

 

이에 건설사들이 후(後)분양으로 선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률 80%를 넘겨 입주자를 모집한 전국의 아파트 후분양 비율은 2022년(8.3%)의 두 배 수준인 16.2%로 추정된다.   

 

한편 분상제는 분양가를 안정시켜 원활한 주택 수급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지난 1977년 최초 도입됐으나, 이후 주택공급 위축 및 시공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폐지와 조정, 부활을 거듭해 온 논란의 건설·부동산 정책이기도 하다. 분상제는 수익성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민간공급에 적극 나서지 않거나 원가를 절감하는 데 주력하다 보니 그에 따른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반면 분상제가 폐지됐을 경우에도 분양가가 치솟으며 아파트 시세가 폭등하는 반대급부가 있어, 현행 분상제는 사실상 계륵과 같은 제도로 잔존한 실정이다.

 

 

/정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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