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엔지니어링 부가가치 낮아… 3대 전략 8대 과제 추진해야”

20일 E&E 포럼 3차 세미나, 유정호 광운대 교수 등 주제발표

김동우 기자 | 기사입력 2024/02/22 [10:27]

“건설엔지니어링 부가가치 낮아… 3대 전략 8대 과제 추진해야”

20일 E&E 포럼 3차 세미나, 유정호 광운대 교수 등 주제발표

김동우 기자 | 입력 : 2024/02/22 [10:27]

▲ 20일, E&E 포럼에서 패널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 김동우 기자

 

[매일건설신문 김동우 기자] 민간포럼이 건설엔지니어링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3대 전략 및 8대 실천 과제를 제안했다. 불합리한 대가 체계와 낮은 임금 등 건설엔지니어링 발전을 저해하는 위협 요소를 해결해 미래상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E&E 포럼’은 지난 2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건설엔지니어링 산업의 미래상과 고부가가치화 전환을 위한 국가전략제안’을 주제로 3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E&E 포럼은 한국엔지니어링협회를 비롯해 엔지니어링 산업 및 엔지니어 관련 4개 협회와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등 산‧학‧연 전문가들이 만든 순수 민간포럼이다. 민간의 구체적인 국가엔지니어링 아젠다 제안이 필요하다는 게 ‘E&E 포럼’의 설립 취지다.

 

이날 유정호 광운대학교 교수는 ‘건설엔지니어링 고부가가치화 국가전략제안’을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유 교수는 “건설엔지니어링 산업의 부가가치가 낮다”고 말했다. 건설엔지니어링의 국내 산업별 매출액영업이익율은 5.39%로 네이버와 같은 정보서비스업의 약 39%에 불과했다. 인건비 대 영업이익은 0.16배로 4개 산업 중 꼴찌였다. 해외 기업과 비교해도 시장 점유율, 해외 매출 비중 등 글로벌 경쟁력이 낮았다. ‘ENR(미국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Top 225’에서 국제 설계 회사 중 국내‧외 상장사 부가가치율을 비교한 자료를 보면, 한국 5개 기업의 평균 부가가치율은 43%로 평균 68%(4개 기업)를 기록한 해외기업에 못미쳤다. 이런 영향으로 해외 기업의 인건비는 국내기업의 1.6배였다. 

 

유 교수는 건설엔지니어링 산업의 부가가치가 낮은 원인과 대책을 제안했다. 건설엔지니어링 발전을 저해하는 6가지 위협 요소로 ▲불합리한 대가 체계와 낮은 임금 ▲워라밸 없는 건설엔지니어링 산업 ▲정체된 산업 제도와 문화 ▲기업의 발전 의지와 노력 미흡 ▲칸막이‧규제 ▲편법 발주를 꼽았다. 

 

유정호 교수는 건설엔지니어링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3대 전략 및 8대 실천 과제를 제안했다. 1대 전략은 사업영역 다각화 및 차별화로 실천 과제는 서비스 영역 확대, 해외시장 진출 지원 강화, 차별적 기술개발 및 축적이다. 2대 전략은 스마트 전환이며 건설엔지니어링 디지털 플랫폼 구축, OSC 엔지니어링 기술의 신속한 확보다. 3대 전략은 산업환경 혁신으로  건설엔지니어 육성체계 혁신, 우수인재 유입환경 조성, 기업 하기 좋은 환경 구현이다. 

 

주제 발표 이후 ‘기업, 학계, 언론계, 국토교통부 관계자’가 참여한 패널 토론회가 진행됐다. 김종흔 서영엔지니어링 대표이사는 “업계의 노력은 당연하고 우선, 정부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 규제를 개선하면 또 다른 규제가 더 늘어난다”며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과 공무원 사이에 많은 괴리감이 있다. 정부에서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문제를 잘 풀어주시길 바란다”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김영근 건화 부사장은 국내 엔지니어의 낮은 처우와 위상은 오래된 관행이자, 국내에만 존재하는 관행의 낡은 시스템의 존재라 표현했다. 이는 국제적인 수준에 역행된다고 주장했다. 김 부사장은 “제가 호주와 싱가포르에서 일했는데, 해외는 설계자가 시공을 이해하고 전체를 관리할 수 있는 토털 엔지니어링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은 설계 엔지니어들이 시공 현장을 모르는 게 가장 큰 단점이다”며 설계와 시공을 함께 하는 토털 엔지니어링으로 전환을 언급했다. 

 

건설엔지니어링 업계 관계자들은 기존의 시공 중심에서 설계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을 다 알지만, 실천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손동우 매일경제 차장은 “2017년에 나온 6차~7차 건설기술 진흥기본계획, 2018년 건설산업진흥기본계획, 2020년 건설엔지니어링 발전 방안도 비슷한 단어가 있었다. 7년 동안 단골 소재”라고 말했다. 또한 “한마디로 외곽에 관련자들도 시공 위주에서 설계 위주로 바뀌어야 한다는 필요성과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지만 바뀐 게 없다”고 덧붙였다. 

 

조훈희 고려대학교 교수는 건설엔지니어링 관련 국내외 사례를 비교해 교육의 전문화를 강조했다. 조 교수는 “교과과정을 보면 우리나라 대학교의 공통점은 원료 교수님의 전공과 같은 전공 교수님들의 비중이 높았다. 어떤 전공의 교수가 특별히 많은 대학도 없었다. 이 말은 어느 한 분야에 특화된 곳이 없었다는 뜻이다”라면서 “반면, 해외 대학교는 전문성이 높아 교육의 퀄리티라든가 집중도가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나온 발언을 되짚어 생각하는 패널도 있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은 “임금이 낮은 수준인가 의문이다. 선진국 대비 엔지니어링 임금 인상률이 높다는 생각이 든다. 생산성은 그대로인데, 갈수록 저부가가치화 돼 경쟁력이 저하되는 게 아닌가 싶다”며 “개인적으로 소수의 기업이 과점하는 상황도 문제다. 밸류체인(가치사슬) 확장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정승현 국토교통부 기술혁신과장은 주제 발표와 패널들의 발언을 듣고 맨 마지막에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정 과장은 “오늘 말씀은 정부가 앞으로 해야 할 숙제다. 유 교수님 발표에서 ‘PQ형 기술인이 양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인상깊었다. 현행 PQ제도 문제점도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갖고 있는 중앙 건설 심의 위원회의 위상, 위원회의 독립성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지속해서 발표했던 많이 다뤘던 과제가 있음에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점을 유념하고 있다. 앞으로 구체적인 전략과 방법들을 함께 지혜를 모아서 실천해야 할 시점에 있지 않나”라고 답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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