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 의무’ 유예안, 정치권 극적 합의 봤는데… 3년 뒤에는?법안 처리 일정은 불확실… 유예 종료 후 전세 재계약 분쟁 등 ‘시한폭탄’ 여전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3년 유예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유예안이 내달 국회 문턱을 넘더라도 실거주 의무제의 존속 여부는 차기 정권으로 공이 넘어간 만큼 여전히 ‘시한폭탄’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실거주 의무제가 폐지되지 않는 이상 입주예정자들의 잠재적 불안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개진된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현재 적용 중인 실거주 의무를 3년 유예하는 법안 처리에 큰 틀의 합의를 마친 상태다. 다만 내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주택법 개정안이 전격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토교통위원회 핵심 관계자는 <매일건설신문>과의 취재에서 “일단 정부, 여당과 유예안 처리에 공감대를 이룬 것은 맞다”면서도 “2월 초 국회 본회의 처리 수순을 밟기에는 아직 구체적인 법안 소위 일정이 잡힌 게 없어 조기 처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국토위 간사 간 약식적 내용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전격적인 논의가 이뤄진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간 민주당은 실거주 의무 완화가 골자인 주택법 개정안 처리에 부정적이었다. 부동산 투기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등 실거주 의무에 발목이 잡힌 전국의 입주예정자들이 정부와 정치권에 고충을 적극 토로해 왔고, 당정도 이를 토대로 야당에 꾸준히 설득작업을 벌인 끝에 이번 합의가 도출된 것으로 전해진다.
주택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회 처리 시 실거주 의무 적용 시점은 현행 ‘최초 입주 가능일’에서 ‘최초 입주 가능일로부터 3년 이내’로 변경된다. 이에 따라 아파트 수분양자들도 입주에 따른 잠재적 경제 손실을 보전받을 수 있게 된다. 현재 실거주 의무 대상에 포함된 전국 72개 단지의 입주예정자는 약 4만8천여 가구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들 중 입주 세대가 최대 규모인 둔촌주공 ‘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경우 입주예정자가 무려 1만2천여 세대에 이른다.
이렇듯 4.10 총선을 앞둔 정치권 ‘빅딜’에 입주예정자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 봉합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결국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3년 뒤면 이같은 논란은 재점화할 수밖에 없다.
둔촌주공 포레온 입주예정자 협의체 한 관계자는 “입주예정자들의 고충이 반영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2~3년 이후도 문제”라며 “우선 전세 세입자가 2년 만기 후 계약 갱신권을 앞세워 재계약을 요구하면 마찰이 생길 수 있고, 실입주 전 자금 마련을 위한 일시적 시간을 벌었다고 해도 그 기간 내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2의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임차인이 입주가 불가한 상황에 대한 추가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분양업계 관계자도 “실거주 의무가 지속되는 이상, 전세 특약계약 등 여러 편법들이 동원될 수 있어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철이라 정치권에서 유예안 처리에 합의를 본 것 같은데, 3년 뒤면 이보다 더한 문제가 일거에 터져 나올 수 있다. 단순 3년 유예는 시한폭탄을 다음 정권으로 공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실거주 의무제를 폐지하던지 실입주에 대한 보완책을 내던지 후속 대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편, 실거주 의무제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21년 2월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단지 입주예정자들로 하여금 입주 가능일로부터 2~5년 동안 의무적으로 실거주하도록 한 제도다. 갭투자 등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실수요자에게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로 인한 거주지 이전 제약과 아파트 전세 공급 위축 등 부작용도 잇따랐다. 앞서 현 정부도 지난해 1.3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관련 제도 폐지를 추진했으나, 결국 거야(巨野) 장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된 바 있다. 당시 수분양자들은 실거주 의무 폐지 백지화에 잔금 수급 방안을 찾지 못해 대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정두현 기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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