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법안, 연내 국회 문턱 넘을 가능성은

‘국회 다수상’ 민주, 중처법 유예 찬성론도 일부 있으나 반대론이 대세

정두현 기자 | 기사입력 2023/11/30 [16:54]

[기획]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법안, 연내 국회 문턱 넘을 가능성은

‘국회 다수상’ 민주, 중처법 유예 찬성론도 일부 있으나 반대론이 대세

정두현 기자 | 입력 : 2023/11/30 [16:54]

▲ 평창 올림픽 플라자 현장에 추락을 주의하라는 경고 문구 (사진=뉴시스)  ©매일건설신문

 

[매일건설신문 정두현 기자] 내년 1월 27일부로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을 놓고 기업계와 노동계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여당이 발의한 ‘중처법 2년 유예’ 개정안이 연내 처리될 수 있을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중소 기업들은 인력과 재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내년 1월 말까지 중처법에 준한 근로환경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동계는 이미 한 차례 법 시행이 늦춰졌는데 재차 유예하는 것은 사실상 법안 무력화를 위한 사전 수순이라며 원안대로 내년 1월 즉각 시행을 촉구하며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처법 시행 유예 여부는 여의도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황이다. 사실상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개정안 처리 결정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와 여당이 중처법 유예를 ‘민생’과 직결시키며 민주당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지난 9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공사비 50억 원 미만 포함)에 대한 중처법 적용 시기를 2년 추가 유예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후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중처법 유예가 필요하다는 기조가 굵어졌고,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등이 국회에 개정안 연내 처리를 촉구하고 나선 상황이다. 다만 임 의원의 개정안은 현재 야당과 노동계 반발에 막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한 채 계류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중처법 강행론을 폈던 더불어민주당은 당정을 향해 ‘3대 조건’을 내걸며 중처법 개정안 처리 가능성을 열어뒀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개정안 처리에 앞서 정부가 ▲지난 2년간 중처법과 관련해 직무유기한 데 대한 대국민 사과 ▲산업현장 안전 강화를 위한 보다 구체적인 계획과 재정지원 방안 마련 ▲2년 유예 시 모든 기업에 대한 중처법 적용에 동의한다는 경제단체의 약속 등을 선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야당 원내지도부의 이러한 제안은 현재 쌍특검법 추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안 처리 등을 놓고 여야가 극한의 대립을 이어가는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타협점을 찾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여당에서도 홍 원내대표의 이같은 제안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원내지도부의 이러한 제안을 마뜩잖아 하는 목소리가 분출한다. 국회 환노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매일건설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와 여당이 (홍 원내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없는 데다, 중처법 시행 유예는 건설업 등 산업현장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더욱 키울 뿐”이라며 “중대재해법 개정안 처리 불가 방침을 당론으로 정할 필요가 있다. 당정과 총선 표심을 매개로 협상을 한다는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내부 혼선만 키울 것”이라고 우려를 내비쳤다.

 

아울러 중처법 원안 유지에 강경한 정의당과 노동계 또한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제안에 강력하게 유감을 표하고 있다. 민주노총 고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대재해법은 반드시 내년 1월 시행되어야 마땅하다. 근로자 생명을 담보로 선거용 빅딜을 보려는 양당의 행태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라며 “민주당에도 이미 중재안을 제시한 데 대해 강력하게 유감의 메시지를 전했다. 2년 유예 법안이 연내 처리된다면 노동자들의 안전과 기본권이 모두 무너지게 되는 셈”이라고 협상 여지가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민주당은 해당 개정안에 대한 법사위 심사를 보류 중이다. 중처법을 원안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강경론을 의식한 탓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현재 개정안 처리에 찬성하는 당내 일부 온건파 인사들은 여당이 중처법 유예를 민생 현안으로 띄우고 있는 만큼, 민주당도 이에 호응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개진된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앞서 민주당이 현행 중처법 국회 처리를 주도했는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정과 협상에 나선다면 당론을 뒤집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며 ‘원안 유지’를 피력하는 의원들이 다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렇다 보니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사실상 중처법 유예 결정권을 쥐고 있지만, 여당과 협상에 나설 경우 친야(親野) 성향인 노동계가 집단 반발하는 등 총선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아 관련법안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결국 민주당이 중처법 개정안 처리에 동의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홍 원내대표의 3가지 조건을 전면 수용하는 등의 ‘확실한 명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올 연말 예산안 심사 등 쟁점이 첨예한 국회일정을 남겨두고 있고, 내년 4월 총선까지 앞둔 상황이라 물리적으로도 중처법 개정안 처리가 녹록지 않다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한편, 건설업계는 내년 1월 중처법 확대 시행이 업계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상시근로자가 10명도 채 되지 않는 영세 업체들은 안전관리자 선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당장 내년부터 중대재해법이 시행되면 폐업 수순을 밟게 될 업체들이 하나 둘이 아니”라며 “현행법이 시행되고 나서도 여전히 대기업들에서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영세업체들은 불보듯 뻔하지 않나. 규제에 규제를 얹는다고 해서 건설현장 안전관리가 즉시 제고될 것이란 논리는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우려했다.

 

 

/정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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