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건설하도급 생태계 왜곡”… 초대형 뇌관 된 노란봉투법 쟁점은?

‘사용자’ 개념 확대, 원청사와 하청 노조 단체교섭 빗장 해제

정두현 기자 | 기사입력 2023/11/22 [16:09]

[긴급진단] “건설하도급 생태계 왜곡”… 초대형 뇌관 된 노란봉투법 쟁점은?

‘사용자’ 개념 확대, 원청사와 하청 노조 단체교섭 빗장 해제

정두현 기자 | 입력 : 2023/11/22 [16:09]

▲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재건축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 매일건설신문


[매일건설신문 정두현 기자] 건설업계가 최근 쟁점 법안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놓고 진통을 빚고 있다. 해당 법안이 최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자, 공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쥔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간 상황이다.

 

현재 해외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이 귀국하는대로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를 당론으로 굳힌 상황이다. 아울러 주관 정부부처인 고용노동부도 금주 내로 윤 대통령에게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 노동계는 헌법이 보장하는 ‘근로 3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관련법의 즉각 시행을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반면, 건설 원청사들은 ‘파업 만능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며 노란봉투법 시행은 희대의 악법이 될 것이라고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노란봉투법은 원청사인 사용자와 노동쟁의 개념을 확대해 근로자 쟁의행위에 대한 법적 허용범위를 넓힌 반면, 불법 노동쟁의에 대한 원청사의 노조를 향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건설 노동계로선 근로 3권을 보다 두텁게 보장받게 되나, 원청사 입장에선 근로자 노동쟁의 행위에 대한 방어권이 약해지게 된다. 특히 노란봉투법의 핵심 쟁점인 단체교섭 요구권 확대는 건설업계 노사 갈등과 건설사들의 경영 악화를 더욱 부추기는 독소조항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닌 하청 노조까지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조항으로, 논란이 거센 대목이다.

 

▲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원들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앞에서 국토부 규탄대회를 열어 노동조합 탄압 분쇄와 안전한 현장 쟁취, 단체협약 투쟁 승리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매일건설신문


원청사에 대한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권, 최대 쟁점

 

노란봉투법은 사용자·노동쟁의 개념 확대 및 노조 손배책임 제한 등이 골자다. 

 

그중 사용자의 개념 확대 조항이 관련법의 최대 쟁점 사안이다. 사용자 개념을 넓혀 도급계약 시 현행 계약 당사자를 넘어 근로조건 등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원청사도 단체교섭 요구 대상으로 확대하자는 조항이 담긴 만큼,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하청 노조들이 건설 원청사를 대상으로 노동쟁의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개정 핵심 조항인 노동조합법 2조 ‘사용자’ 개념의 경우 현행법상 사용자는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규정됐던 것에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이로써 사용자를 기존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에서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 결정 권한을 지닌 사람까지 범위를 넓힘으로써 하도급 노조 등이 원청사에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부여되는 셈이다. 

 

통상 건축물 시공은 원청사인 종합건설사와 전문건설사 간 하도급 계약 체결로 이뤄진다. 공사비 50억 원 이상 대규모 건설현장은 복수의 하청업체들이 공종별로 대거 참여하는 만큼, 노란봉투법이 시행될 경우 원청사는 이들 하청업체 노조들이 단체교섭을 요구할 경우 일일이 대응해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게 된다는 입장이다. 반면 건설 노조계에선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쥔 원청사와 교섭 채널을 열어둬야 노동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매일건설신문>과의 통화에서 노란봉투법의 사용자 확대 조항에 대해 “원청사가 많게는 수십 곳에 달하는 하청업체들의 노동쟁의를 모두 감당하라는 독소조항”이라며 “하청업체들과의 분규에 휩쓸리게 되면 원청사로선 경영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원청사에게 과도한 책임을 부과하는 법안”이라고 관련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취지를 밝혔다.

 

이에 한 전문건설사 노조 관계자는 “그간 원청사의 (하도급계약 시) 페이퍼상 여러 갑질이나 공사대금 체불로 생활고를 겪은 근로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라며 “무차별적 파업에 나서겠다는 게 아니지 않나. 건설현장에서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최소 노동권과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투쟁이다. 원도급사와 대화 채널이 열려 있어야 문제해결을 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 즉각 시행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법조계 등 일각에선 노란봉투법에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는 후문은 법률 해석상 ‘사용자’를 특정하는 범위가 모호해져 형사처벌 대상을 규정함에 있어 혼선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해당 법이 시행됨에 따라 하청업체의 경영권이 침해되는 역효과가 나타나며 건설하도급 생태계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도 병존한다. 

 

 

/정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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