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주요공종 하도급 전면금지’ 후폭풍… 업계 “하도급 배제, 탁상행정”

전문건설업계 “전문성과 분업 체계 무시한 탁상행정, 부실공사 늘 것”

정두현 기자 | 기사입력 2023/11/14 [14:13]

서울시 ‘주요공종 하도급 전면금지’ 후폭풍… 업계 “하도급 배제, 탁상행정”

전문건설업계 “전문성과 분업 체계 무시한 탁상행정, 부실공사 늘 것”

정두현 기자 | 입력 : 2023/11/14 [14:13]

서울시 “‘주계약자공동도급’ 형태로 하도급사의 수주 유도할 것”

 

▲ 오세훈 서울시장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부실공사 제로 추진계획 기자설명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매일건설신문

 

[매일건설신문 정두현 기자] 오세훈 서울시가 부실공사·불법하도급과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공공건설 부문에서 원도급사의 직접시공을 의무화하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주요 공종에서 전면 배제된 하도급사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또한 건설업계는 서울시를 시작으로 원도급사의 직접시공 의무화 흐름이 전국으로 확산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공공건설 공사’ 원도급사 100% 직접 시공 대책은 하도급사를 배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 만큼 ‘주계약자공동도급’ 형태로 하도급사의 직접시공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지난 7일 ‘서울형 건설혁신 대책’의 일환으로 공공건설 시 철근·콘크리트 등 주요공정에 대해선 향후 ‘원도급사 직접시공 100%’ 대원칙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를 통해 불법하도급 횡행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내년 1월 1일부터는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가 원청사 직접시공 의무화에 동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도로공사 역시 총 공사비의 10% 수준이었던 직접시공 의무화 비중을 30%로 대폭 상향하는 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건설업계는 원도급사 직접시공 의무화가 급물살을 타자 고심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특히 하도급에 특화된 전문건설사들을 중심으로 거센 저항기류가 감지된다.

 

전문건설사협회는 오세훈 서울시가 이같은 대책을 발표한 다음 날 성명서를 내고 “서울시의 대책은 원도급사가 직접 시공하면 공공 건설공사의 품질 및 안전과 직결되고, 모든 하도급 시공은 품질 미확보로 국민의 생명·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인 것처럼 치부하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국민에게 혼란을 주고 건설산업의 재도약은커녕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하도급 사례를 이유로 전체 전문분야에 대한 하도급을 부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게 하는 이번 대책발표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다”라며 “철근, 콘크리트 등 주요 공종은 해당 분야에서 오랜 전문지식과 기술을 보유하고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갖춘 전문건설사업자가 시공해야 한다”고 현실성이 결여된 종합건설사의 직접시공 의무화 정책을 철회해 줄 것을 서울시에 강력하게 요청했다.

 

건설현장 일선의 전문건설업자들도 서울시의 이번 방침에 하나같이 쓴소리를 낸다. 서울 소재의 한 전문건설사 관계자는 <매일건설신문>과의 통화에서 “철근이나 콘크리트와 같은 핵심 공정은 전문성이 있는 업체가 맡아야 한다. 공공건설 분야에서 하도급 업체들을 전면 배제한다는 서울시 방침은 건설 분업화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일부 불법 사례를 잡자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행정을 하고 있다. 잘못된 관행이 있으면 그 부분에 한정해 법적 처벌이나 규제를 강화하면 될 일이지 종양 하나 떼자고 전문건설사들 전체를 공종에서 배제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격앙된 반응을 내비쳤다. 또 그는 “가뜩이나 (건설)경기 불황에 하도급사들이 폐업까지 고민하는 마당에 이런 대기업 일변도 정책을 낸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건설사 관계자도 “부정 사례들을 바로 잡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다만 핵심 공종에 특화된 하도급사들을 전면 배제한다는 것은 오히려 시공품질을 저하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시책을 내기 전에 현장에서 건설공종이 어떤 프로세스로 진행되는지, 원청사(종합건설사)들이 공종별로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췄는지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그간 원하청사가 왜 건설현장에서 협업을 해 왔는지에 대해 심도깊은 고민을 한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전형적인 지자체의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종합건설사 역시 대규모 인력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핵심 공종을 직접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한 종합건설사 관계자는 “원청사가 직접시공에 나설 경우 작업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 등 공사원가가 오를 게 뻔하다”며 “물론 대형 건설사들이 직접 시공을 하는 사례도 더러 있지만, 상당수 현장은 하도급으로 진행하는 것이 현장관리나 시공능력에서 훨씬 효율적이어서 공기를 맞추는 데 더욱 용이하다”고 했다.

 

앞서 학계에서도 원도급자 직접시공 의무화를 확대하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 바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건정련)이 지난 2012년 공개한 <원도급자 직접시공의무 확대가 전문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직접시공에 최적화된 주체가 원도급자인지 하도급자인지를 결정짓는 요소는 매우 복합적인 만큼, 성급한 정책 결정을 내리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어 직접시공 의무화를 섣불리 확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건정련은 원청사 직접시공 의무제가 정착될 경우 부실업체 난립을 방지할 수 있으나, 위장직영 및 전문화·분업화 생산체계 붕괴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특히 관련 제도 도입에 앞서 통상 시공보다 수주영업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원도급사들이 직접시공에 나설 만한 역량이 되는지를 입찰 단계에서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시 건설정책팀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전문건설업계의 의견을 경청했고, 그에 대해 검토를 할 것”이라면서도 “‘공공건설 공사’ 원도급사 100% 직접 시공 대책은 직접시공에 방점을 둔 것이고 하도급사의 지위를 상승시키는 것인 만큼 내년 제도 시행 시 ‘주계약자공동도급’ 형태로 하도급사가 사업을 수주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건설업체가 종합건설업체와 일종의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을 수주하게 되면 직접시공 형태가 된다는 것으로, 이번 대책은 불법 하도급을 뿌리뽑기 위한 방안이지 하도급사 자체를 배제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취지다.

 

 

/정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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