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사고 이어지는데… “안전모 착용” 구호 속 유명무실 점검만

일선 현장 “사업자·근로자, 공사시한에 쫓기는 구조부터 개선돼야”

정두현 기자 | 기사입력 2023/10/25 [16:01]

추락사고 이어지는데… “안전모 착용” 구호 속 유명무실 점검만

일선 현장 “사업자·근로자, 공사시한에 쫓기는 구조부터 개선돼야”

정두현 기자 | 입력 : 2023/10/25 [16:01]

▲ 평창 올림픽 플라자 현장에 추락을 주의하라는 경고 문구  © 뉴시스


[매일건설신문 정두현 기자] 국내 건설현장에서 추락사고에 따른 인명피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원청사와 핵심 경영진에 대한 법적 처벌과 업계 경각심에서 수위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건설현장에서의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 유관부처인 고용노동부와 산하 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하 산업안전공단)은 최근 건설현장의 안전관리 실태를 집중 점검하는 한편, 작업자들이 안전규정을 위반했을 시 안전신문고 등을 통해 신고를 받는 등 감시망을 넓히는 데 치중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선에선 정부의 이러한 당부성 메시지와 감시 강화 조치가 건설현장 내 안전관리 착근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쓴소리를 내고 있다.

 

고용부는 25일 ‘현장점검의 날’을 맞아 건설업계 종사자들에게 추락사고 예방에 각별한 신경을 써 달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고용부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고 “추락사고가 비계·지붕·사다리·고소작업대 등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 발생하기 때문에 위험성을 예견할 수 있고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라며 “작업발판과 안전 난간, 안전대, 안전모 착용 등으로 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중대재해 중 추락사고는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산재승인 기준으로 지난 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중대재해 사망자 가운데 추락사고로 숨진 사망자 비율은 39%에 이른다. 이에 추락사고는 정부의 특별관리가 요구되는 3대 중대재해로 지목되는 등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한 현안으로 부상했다. 

 

당장 이달만 해도 추락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일 경북 포항시에서는 지붕 슬레이트 해체작업을 수행하던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했다. 이어 지난 13일과 17일에도 각각 1명의 근로자가 작업 중 고소작업대 등에서 떨어져 숨을 거뒀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874명 가운데 36.8%에 해당하는 322명이 추락사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추락사고는 중대재해 중에서도 특히 사망률이 높아 정부의 집중관리 대상이다.  

 

이에 고용부 산하 산업안전공단은 꾸준히 공사금 1억~50억 원 규모의 건설 사업장들을 대상으로 ‘패트롤 현장점검’을 집중 실시하고 있다. 패트롤 현장점검은 건설현장 3대 사고로 손꼽히는 추락·끼임·부딪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고위험 요인이나 기인물 등 핵심 점검사항을 확인해 사업장에 시정 조치를 통보하는 업무다.

 

현장점검은 크게 두 가지로 이뤄진다. 사전통보가 이뤄진 뒤 작업장을 순회점검하는 일반점검과 사전 공지 없이 점검원이 현장을 방문하는 불시점검 등이다. 통상 일반점검 위주로 현장 방문이 이뤄지나, 추락사고가 빈번해지는 등 집중관리가 요구되거나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 불시점검을 진행한다는 게 공단 측 설명이다. 현장에서 개선사항이 발견되면 공단 점검원은 시정지시를 내리고, 이에 불응한 사업장은 노동부의 직접 관리감독 대상으로 넘어간다.

 

다만 건설현장 일선에선 정부의 형식적 구호나 감시에만 치중한 현장점검이 과연 추락 등 안전사고 예방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내비치고 있다. 일선 근로자들은 일당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 작업량을 채우는 데 급급해 안전규정 준수는 뒷전이 되기 일쑤라는 게 현장의 하나같은 목소리다. 사업자도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그에 따른 공사 지연금 등 페널티를 물어야 하다 보니 현장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서울 소재 한 건설현장 근로자는 <매일건설신문>과의 취재에서 “현장 근로자들은 대부분 하루 벌어서 하루 생계를 이어가는데, 현실적으로 (안전)규정을 다 지켜가면서 배정된 작업량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라며 “설령 (공단에서) 점검을 나온다고 해도 대부분 사전통보가 이뤄지기 때문에 그 때 뿐이다. 그 누구보다 사고로부터 내 몸을 지키고자 하는 게 근로자 본인이다. 그럼에도 규정 다 지켜가면서 일을 하기엔 여러모로 상황이 따라주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건설현장의 한 관리자는 “회사에선 공기를 맞추라고 하고, 정부는 룰(안전규정) 지키라고 불시검문 띄우고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라며 “공사현장에서 사고 비중을 낮추려면 철저히 시공 기한에 초점이 맞춰진 구조부터 해결되어야 한다. 사측도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발주사에 페널티(공사 지연금)를 물어야 하는데, 과연 이를 감당하면서까지 작업자 안전을 우선시하는 업체가 몇이나 되겠나”라고 짚었다.

 

결국 건설업체들이 공사 시한에 쫓겨 안전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건설업계에 만연한 ‘속전속결’ 문화가 개선되거나 이러한 현실 사각지대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추락사고와 같은 건설현장의 비극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두현 기자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