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폴리오 늘려야 살아 남는다”… 건설사, 경기부침에 ‘新사업 러시’

신재생에너지부터 통신업, 농축산업, 공연·전시업까지

정두현 기자 | 기사입력 2023/10/24 [14:20]

“포트폴리오 늘려야 살아 남는다”… 건설사, 경기부침에 ‘新사업 러시’

신재생에너지부터 통신업, 농축산업, 공연·전시업까지

정두현 기자 | 입력 : 2023/10/24 [14:20]

▲ 서울 반포구의 한 아파트 재개발 공사현장 모습  © 뉴시스


[매일건설신문 정두현 기자] “단일 주택사업으론 한계가 있다. 건설경기 침체라는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부대사업이라도 하지 않으면 회사 셔터를 내려야 할 판이다. 이대로는 고사될 수밖에 없다.” 지난 23일 본지 취재기자와 만난 한 중소 건설사 고위 관계자가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최근 건설사들이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새 먹거리 창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건설업계는 주택 내수시장 침체, 고금리,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동산시장 경색, 건설원자재 가격 인상 등 겹악재에 부실시공 공론화로 인한 정부의 관리감독 및 규제 강화까지 겹치면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건설사들로선 당장 이로 인한 재정난 해소가 급선무로 떠올랐다. 미분양 누적 등으로 재정 리스크는 커지는데, 주택사업에서는 자체 활로 모색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최근 주력사업에서 생긴 재정 공백을 신사업으로 메우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사업 다각화로 재정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경기를 많이 타는 건설업은 현상유지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

 

실제로 최근 건설사들은 기존 주택·토목 사업을 영위하면서 신재생에너지부터 농·수축산, 이차전지, IT 통신, 폐처리 등에 이르는 방대한 분야로 손을 뻗으며 신성장 동력 확보를 시도하고 있다.

 

▲ 최근 3년간 건설사별 신규사업 추가 현황 (자료=건산연)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이 최근 발간한 <주요 건설기업의 신규사업 추진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1~2023년 동안 국내 주요 15개 건설사가 발족한 신규사업은 총 99건에 달한다. 그중 올해 발족된 신규사업은 총 24건(8개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건산연은 올해 기준 시공능력평가액이 1조 원을 상회하는 종합건설사들이 이렇듯 사업 다각화에 나선 배경으로 건설수주 불확실성과 자금줄 경색을 꼽았다.  

 

올해 추진된 건설사별 신사업 동향을 살펴보면 ▲현대건설, 재생에너지 전기공급사업 및 소규모 전력 중개사업 ▲현대엔지니어링, 기계설비 성능 점검업 ▲계룡건설, 데이터센터 및 벤처 발굴·육성 사업 ▲금호건설, 사물인터넷(IoT) 및 컴퓨터 관련업 등 ▲아이에스동서, 이차전지 및 비철금속 수출·판매업 ▲KCC건설, 건설엔지니어링업 ▲한신공영, IT통신 및 소프트웨어 개발업 등 ▲한양, 재생에너지전기공급사업 ▲효성중공업, 부동산 임대업 및 고속도로휴게소 사업 등으로 파악된다.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 3년간 진출한 신사업 현황을 보면 그 범위도 상당하다.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IT통신 등의 계열을 제외하고도 하수처리, 폐기물 수거 및 연료화, 농수축산물 생산·가공, 대형할인점 도·소매, 자동차 운전교습, 고속도로 휴게소, 부동산 임대·매매, 공연·전시, 수족관 관리, 소방시설 설계, 물류, 가스·수소 충전소 등 광범위한 분야에 진출한 모양새다.

 

특히 중견건설사 1군으로 분류되는 금호건설은 올해에만 무려 신사업 6건을 추가했다. 금호건설의 이같은 신사업 러시의 뒷배경엔 재무 리스크라는 속사정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부채비율이 전년과 비교해 늘었고, 영업이익도 크게 줄어 자금유동성 확보가 난망한 상황이다. 여기에 지주사인 금호고속이 부채비율 636%를 상회하는 등 재무 위기에 봉착하자, 구원투수로 금호건설이 지목되면서 재정 부담이 가중된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금호건설이 한계성 뚜렷한 주택사업 대신 대대적인 신사업 전개로 당면한 재정난을 타개하려는 전략에 나섰다는 것이 업계 중평이다. 

 

금호건설에 정통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매일건설신문>과의 통화에서 “최근 금호건설은 IT 통신업뿐만 아니라 컴퓨터 관련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분야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올 하반기 들어 재정적으로 어느정도 숨통이 트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여기엔 자사 재정이 빠듯한데 지주사인 금호고속까지 재정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탓도 크다”고 전했다.

 

금호건설에 이어 올해 5건의 신사업을 발족하며 새 성장 동력을 마련한 효성중공업의 행보도 괄목할 만하다. 효성중공업은 재생에너지, 전력망 등 신사업 영위로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그룹 차원의 실적 부진을 털어내는 데 상당부분 기여했다. 최근에는 가스·수소 충전소를 비롯해 전기차 충전소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0% 수준 증가하는 등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졌다.

 

건산연 김화랑 부연구위원은 “국내 건설기업들이 시장 환경변화에 따른 실적 변동성 감소와 안정적 수익 창출 여건 마련을 위해 기존 사업영역을 벗어나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을 지속해서 추진 중”이라며 “사업 다각화는 국내 건설사뿐만 아니라 해외 주요 기업들도 적극 추진하는 등 시대적 패러다임이 됐다”고 진단했다.

 
 
/정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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