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부당특약 ‘유보금 횡포’ 여전… “하도급사 44%가 경험”원청사, 하도급 계약 시 시공하자 보증 등 명목 10~18%대 유보금 설정
23일 본지가 복수의 수도권 중소규모 건설 하청사들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여전히 총 공사비용의 10~15% 수준으로 유보금 특약을 걸어 일부 공사대금 지급을 미루는 원청사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사비 유보금은 통상 원청사가 하청사와 하도급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건축물이 완공된 이후 시공상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 등을 대비해 걸어두는 특약이다. 그러나 그간 건설현장에서는 원청사가 이를 악용해 하청업체에 지불해야 할 공사비 대금을 체불하는 ‘꼼수’로 작용해 온 것이 현실이다. 이는 건설 하도급상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불공정거래 행태 중 하나로도 꼽힌다.
<매일건설신문> 취재에 응한 서울의 한 건설 하청업체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 15층 규모 상가 시공건을 하도급으로 진행했는데, 하도급 계약 과정에서 통상 특약으로 적용되는 하자보수보증 외에도 이와 유사한 보증을 특약으로 덧대서 총 공사비의 15%를 유보금으로 설정한 바 있다”면서 “하청이 완료됐고 이후 시공상 하자나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여전히 공사비는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경기도 안산시의 한 건설 하청사 임원은 본지에 “가뜩이나 (하도급 계약 시) 보증특약 조건이 많은데, (원청사가) 여기에 각종 안전성 보증이라던지 시공하자에 따른 사후 보증이라던지 하는 별 희한한 조건을 특약으로 걸며 일부 공사대금을 유보금으로 건다”라며 “하청사로선 공사를 따내려면 원청사의 부당한 요구 조건들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작년에도 공사대금이 이런 식으로 반년 이상 유보금으로 묶여있었던 일도 있다. 올해도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서 이와 유사한 일들이 건설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경기 하남시의 한 종합건설 하청업체는 지난 1월 아파트 시공 하도급을 수행한 바 있는데, 유보금 특약에 묶여 공사대금의 18%를 원청사로부터 여전히 지급받지 못한 상태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발주사가 “아파트 공사 계약 당시 시공완성도 보증 등을 명목으로 유보금을 무려 18%로 설정했다”면서 “20%에 가까운 공사대금이 유보금으로 잡힌 터라 회사 재정 운용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고 있다. 원청사에 다양한 경로로 공사비 잔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이에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 하도급 계약 시 이뤄지는 ‘2개월 이상’의 유보금 설정은 현행 하도급법에도 위배되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 하도급법 제13조 1항에 따르면 원청사가 하청사에게 제조 등의 하도급을 맡길 경우 건설 위탁(인수)일로부터 60일 이내의 기한으로 정한 지급일까지 하도급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유보금을 명목으로 원청사가 건설 하도급을 맡긴 지 60일 이후에도 공사비의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관련법을 위배하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하도급법 제13조 8항에 따르면 원청사는 유보금 명목으로 하청사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을 보류했을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연 15.5%의 이율에 따라 체불 기간에 상응한 이자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한편 건설업계를 대변하고 있는 대한전문건설협회도 최근 건설현장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하도급 유보금 문제 등 부정 실태를 인지하고, 정부 당국에 관리감독 강화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협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설문조사 결과 하도급사 중 44%가 원청과 유보금을 설정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공정위에 하도급 유보금을 부당특약 지침에 명기해달라는 내용을 건의한 상황이다”고 했다.
/정두현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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