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 사례로 따져본 인천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설계 권한과 책임의 명확화 중요, 선관주의의무가 핵심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3/05/25 [09:44]

[기고] 일본 사례로 따져본 인천 아파트 주차장 붕괴사고

설계 권한과 책임의 명확화 중요, 선관주의의무가 핵심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3/05/25 [09:44]

▲ 조재용 책임연구원         © 매일건설신문

 

지난달 29일 인천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고 GS건설이 시공 중인 자이 안단테 아파트 건설 현장 지하주차장(무량판 구조)에서 지하 1층 슬래브가 붕괴되면서 그 충격으로 지하 2층 슬래브 등 970㎡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전단보강근(철근)이 시공 과정에서 누락되었다는 시공 상의 문제와 당초 설계 부실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우리와 많은 부분에서 닮아있는 일본에서 설계 부실과 관련된 책임 구조는 어떠할까.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일본에서 설계자는 선관주의의무를 지키는 경우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되지 않지만, 선관주의의무를 자의로 또는 타의에 의해 어기는 경우에는 설계자뿐만이 아니라, 그 관련자도 처벌 대상이 된다.

 

먼저 건축사가 설계서를 의도적으로 위조한 사례이다. 1급 건축사 아네하 씨는 디벨로퍼 사(건축주)로부터 원가절감을 위해 철근 양을 줄이는 설계를 요구받고, 2003년 2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건축물 21개동의 기둥과 보의 구조계산에서 실제 건물에 부가되는 외력 수치를 절반만 입력하여, 철근의 필요량을 줄였다. 이 사실은 다른 건축사의 고발로 공개되었다. 아네하 씨는 건축기준법과 건축사법 위반으로 기소되었으며, 아네하 씨에게 원가절감을 압박한 디벨로퍼는 구조설계서가 위조된 것을 알고도 맨션을 팔았다는 사기 혐의로 기소되었다. 아네하 씨는 면허취소와 함께, 징역 5년과 180만 엔의 벌금이, 디벨로퍼는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되었다.

 

두 번째, 발주자 관여에 따라 설계 문제가 발생한 사례이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하였을 때 코스트코 마치다점에서 주차장 슬로프가 분리되어 2명이 사망하고, 8명의 중상자가 발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주차장 슬로프를 받치는 기둥과 들보 접합부 6곳이 파괴된 것인데, 건물과 슬로프 쪽의 강도 차이가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형사 재판에서 도쿄지검은 의장설계사무소A사와 당초 구조설계를 진행한 설계사무소B사, 시공사는 불기소 처분하고, 구조변경설계를 진행한 설계사무소C사만 기소하였다. 1심에서는 금고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으나, 2심에서는 발주자에게 설계변경 내용을 서면으로 보고했기에 설명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다. 

 

피해자 유족과 코스트코에 보험금(12.5억 엔)을 지불한 보험사는 설계사무소와 시공사를 대상으로 민사 소송을 제기하였다. 의장설계사무소A사는 당초 구조설계자 B사가 안전한 건물을 설계했음에도 불구하고, 발주자(코스트코)측이 비용 절감을 위하여 구조설계자를 C사로 일방적으로 변경하여 설계의 근본을 바꾸었으며, 거대기업인 코스트코가 영세 설계사무소에 대한 압력을 가해 설계 변경을 강행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 주장이 인정되어 2019년 도쿄지방법원은 발주자가 설계담당자가 주의의무 위반을 저지르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과실을 인정하여 발주자인 코스트코의 40%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일본에서 설계자는 계약에 기초한 선관주의 의무와 계약부적합책임의 두 가지 책임이 부여된다. 선관주의란 채무자의 직업, 이에 속하는 사회적·경제적 지위에서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주의를 말한다. 설계자에게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있던 경우에는 설계자가 건축주에게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발생한다. 또한 설계자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결과 성과물인 목적물이 종류, 품질 또는 수량에 관한 계약 내용에 적합하지 않을 때를 계약부적합이라고 한다. 이 때 건축주는 설계자에게 추완청구, 대금감액청구, 손해배상청구, 계약해제의 권한을 가지게 된다(민법 제559조). 

 

문제의 원인을 제공하는 자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법의 원칙일 것이다. 우리 건설 산업에서도 마녀 사냥 식으로 일단 눈에 보이는 자에게 책임을 추궁하거나 약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 정확한 원인을 찾고, 그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관여자가 참가하는 건설 산업에서는 언제나 책임과 권한을 명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조재용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미래전략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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