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윤석열 대통령, ‘건설 프렌들리’ 부족하다‘건설의 날’ VIP 참석 번복, 헛물켠 건설인들
윤석열 대통령은 평소 ‘건설 산업’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해왔고, 이해도는 어느 수준일지 궁금할 때가 많다. 건설은 진보 정권에서는 으레 ‘적폐 취급’을 받았지만 보수 정권으로부터는 적어도 무시를 당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난 18일 열린 ‘2022 건설의 날’ 기념식을 떠올리면 윤석열 대통령의 ‘건설 프렌들리’는 말 뿐인 것 같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100일이 지난 가운데 지난 3개월 간 내놓은 건설 관련 주요 정책으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조기 추진’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앞서 지난달 31일 15명의 전담인력으로 구성한 ‘GTX 추진단’을 발족해 8월 첫째 주부터 본격 가동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8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시 윤석열 대통령의 ‘수도권의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해 GTX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라’는 지시의 후속조치 일환”이라는 깨알 같은 홍보 문구도 덧붙였다.
국토부는 또 이달 16일에는 향후 5년간(2023~2027) 270만호 공급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의 첫 부동산 정책인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에는 신규택지 15만호 신규 발굴, GTX-A노선 2024년 6월 이전 조기개통, GTX-B·C노선 조기착공 등의 내용들이 담겼다. 모두 ‘건설인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할 사안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보수 정권의 대통령이 그것도 취임 첫해 100일을 맞은 시점에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온 건설산업의 최대 축제에 참석해 건설인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는 것은 무엇보다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건설인들은 결국 헛물만 켠 상황이 되고 말았다.
행사를 주관한 국토부와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건단련)는 당초 ‘VIP 행사’로 건설의 날 기념식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대한건설협회는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2022 건설의날 행사 안내 및 참석자 명단 제출 요청’ 메일에서 ‘이번에 개최되는 건설의 날 행사에는 ‘VIP 참석’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VIP란 윤석열 대통령을 의미할 것이다. 결국 당초 행사에 윤석열 대통령 참석이 예정돼 있었지만 모종의 이유로 막판에 취소됐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건단련 측은 본지 통화에서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으로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처음에 대통령과 국무총리 중 한 분이 참석하는 것으로 검토를 했고, (건설 관련해) 큰 이슈가 없어 총리 참석 행사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단련에서는 당초부터 총리행사로 준비를 했다”는 ‘확인된 정황’과 다른 말도 했다.
대통령이 모든 행사에 참석할 수도 없고, 참석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보수의 가치를 어느 정권보다 강조하고 있고, 특히 초반부터 건설 정책에 드라이브를 건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당초 건설의 날 행사에 대통령 참석을 결정했다가 막판에 번복한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은 건설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가 속도전을 강조한 ‘GTX 노선 구축’도 지연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3일 GTX-B 재정 구간(용산~상봉) 1차 입찰에서 전체 4개 중 3개 공구가 건설사의 단독 응찰로 인해 유찰된 것이다. GTX 뿐만 아니라 최근 원자잿값 상승 등의 요인으로 대형 턴키 사업들이 유찰되는 사례가 늘면서 윤석열 정부의 ‘SOC 구축 속도’ 구호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건설인들의 사기가 높아질수록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진척도’도 상승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어정쩡한 ‘건설 프렌들리’가 아쉽다.
/허문수 부국장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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