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익성 한계’ 엔지니어링 산업, 사업모델 고도화 필요하다이재열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정책연구실장
최근 5년(2017~21년) 해외건설 수주는 연평균 298억 달러에 그쳐 2010~14년 중 연평균 650억 달러의 절반이하로 감소하였으며, 수익성도 악화되었다. 한국의 해외 건설산업은 상세설계, 조달, 시공을 일괄 수행하는 단순 EPC 모델로 고성장을 이루었으나 후발국 진입이 가속화되면서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사업이 제외된 단순 EPC 모델로는 성장과 수익성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해외건설 선두 기업인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한때 25만원을 상회하였으나 현재는 1/10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 우리나라 해외건설산업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EPC 기업들이 FEED+EPC, EPCm(시공 없이 설계, 조달, CM 일괄수행) 등 엔지니어링 중심 사업모델의 고도화를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추운 계절이 온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라는 공자의 말씀과 같이 해외건설의 수주에 한파가 오면서 엔지니어링의 중요성이 뒤늦게나마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엔지니어링 산업의 주요 현안을 중심으로 발전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엔지니어링 산업의 발전을 위한 첫 번째 과제는 PMC 역량확보 등을 통한 사업모델의 고도화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PMC를 발주자가 수행하기도 하지만, 대형사업 등은 대부분 엔지니어링사가 수행한다. 글로벌 일류 기업은 PMC 역량에 기반한 EPCm 사업이나, PMC 등 고부가가치 엔지니어링 영역에 집중하여 고수익과 안정적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3대 엔지니어링 기업(Jacobs, Aecom, bechtel)의 CM·PM 매출비중은 평균 20% 수준이다. 우리나라도 해외 PMC 수주 및 사업모델의 고도화를 위하여 공기업의 직접수행이 불필요한 PMC 사업을 민간에 개방하고 엔지니어링사가 설계와 PM을 같이 수행하는 엔지니어링 중심의 기술형입찰 사업모델을 개발하여 시행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과제는 적정 사업대가의 확보를 위한 발주제도 개선이다. 예산편성방식을 ‘실비정액가산방식’으로 변경하고 발주청이 사업대가 산출 시에도 ‘실비정액가산방식’만을 사용토록 의무화해야 한다. 또한 적격심사제에서 10억원 이상 사업의 적격심사 통과점수를 95점으로 상향하고, 추정가격에 따라 10~70%인 기술점수의 비중을 대폭 상향해야 한다. 종합심사제와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에서는 최저입찰가격을 80% 이상으로 상향하여 덤핑투찰을 방지해야 한다.
세 번째 과제는 공정한 계약거래의 정착이다. 지난해 실태조사 결과, 엔지니어링 기업은 발주청과의 거래에서 33%가, 시공사와의 기술형입찰 거래에서 63%가 불공정거래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주청의 권한남용 방지를 위하여 엔지니어링 표준 계약조건을 법령에 반영하고 발주청 및 시공사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독 및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네 번째 과제는 산업규제 완화다. 2021년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5~50인 미만 사업자에게 적용되면서 50인 미만이 다수인 엔지니어링 기업의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 연중 작업물량의 변동성은 크고 인력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엔지니어링 산업의 특성을 감안하여 1년 단위 탄력근로시간제를 적용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에 고의·중과실이 없는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면책하고 사업대가에 안전비용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외에 엔지니어링의 디지털화 촉진 및 예산확대, 노후화에 따른 SOC 투자의 확대, 기술사 배출 확대 등 기술자격제도 개선, 실적신고 의무화 등을 통한 정책기초통계 확보 등도 시급한 과제다.
이재열 한국엔지니어링협회 정책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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