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키사업 봇물 속 ‘유찰 대란’… “발주청, 수의계약 적극 나서야”

턴키사업 홍수 속 ‘유찰 사업 증가’에 늘어지는 SOC 사업

홍제진 기자 | 기사입력 2022/08/11 [08:21]

턴키사업 봇물 속 ‘유찰 대란’… “발주청, 수의계약 적극 나서야”

턴키사업 홍수 속 ‘유찰 사업 증가’에 늘어지는 SOC 사업

홍제진 기자 | 입력 : 2022/08/11 [08:21]

“선심성 SOC 사업 늘고, 낮은 사업성에 건설사 입찰 저조” 

발주청은 사업 속도 못내 속앓이… 업계도 입찰준비로 고민

“국민들에게 무작정 SOC 이용 기다리게 할 수는 없어”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월 30일 오후 GTX-A 노선의 종착역인 경기 동탄역 공사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OC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사업의 유찰이 늘어나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사진 = 뉴시스

 

대형공사의 입찰방법 중 하나인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사업에서 ‘유찰’이 증가하면서 SOC(사회간접자본) ‘구축 지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GTX-B노선 재정구간 등 철도와 도로 주요 턴키사업들이 유찰됐거나 유찰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건설 산업계에서는 유찰의 가장 큰 이유로 ‘낮은 사업성’을 꼽고 있다. 건설사들이 수익성 미비를 이유로 입찰을 꺼리면서 경쟁구도가 갖춰지지 않아 유찰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발주청이 ‘수의계약’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이미 유찰됐거나 유찰될 것으로 전망되는 주요 턴키 사업이 늘고 있다. 우선 부산국토관리청이 발주 공고한 ‘남해 서면~여수 신덕 국도 건설공사(총사업비 6,717억 원)는 건설사들이 입찰을 저울질하고 있는 가운데 유찰이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업은 국도 77호선 중 미개통 구간인 남해군과 전남 여수시를 해저터널로 연결하는 공사다.

 

또한 익산국토관리청이 지난 6월 발주 공고한 신안 비금도~암태도간 연도교 건설사업(총사업비 3,995억원)은 유찰됐다. 신안 비금도~암태도 간 연도교 건설사업은 신안 다이아몬드 제도를 잇는 연장 10.41㎞ 규모로 추진된다. 

 

특히 ‘GTX-B 노선’의 재정구간 4개 공구 중 3개 공구도 유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GTX 노선 구축은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시 윤석열 대통령이 ‘수도권의 교통 불편 해소를 위해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던 사업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시민의 출퇴근난 해소를 위해 ‘GTX 확충’에 속도를 낸다는 취지로 ‘GTX 추진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현재 GTX-B 노선 재정구간의 입찰 경쟁이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한 ‘남부내륙철도’ 사업의 1·9공구와 여수지방해양수산청이 발주한 광양(여천)항 낙포부두 리뉴얼사업도 이미 두 차례 유찰됐고, 대구산업선 2개 공구, 제2경춘국도 4개 공구도 유찰이 전망된다. 

 

대형공사의 입찰 방법 중 하나인 턴키사업은 총공사비 추정가격이 300억원 이상인 신규복합공종 공사에 대해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추진된다. 공사기간이 촉박해 공기단축이 필요한 공사이거나 상징성·기념성·예술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거나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 필요한 시설물이 대상이다. 

 

그러나 ‘기술성 제고’와 ‘사업기간 단축’이 주요 목표인 턴키사업은 오히려 ’낮은 사업성‘을 이유로 사업 속도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입찰제도의 한 전문가는 “발주청들이 시간을 줄이고 한정된 금액으로 고품질을 확보한다는 취지로 턴키발주를 하지만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낮아 입찰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대형 턴키사업들이 유찰되는 이유는 복합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최근 원자잿값 상승 등의 요인에 따른 낮은 사업성이 꼽힌다. 한 공공기관 계약담당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낮은 이유도 있지만, 최근 턴키사업이 많아지면서 입맛에 맞는 사업을 고르려고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과거 턴키사업이 적을 때에는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최근 사업이 늘어나면서 낙찰 가능성이 높은 사업을 골라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턴키 사업에서 떨어지면 설계 보상비가 지급되지만 통상적으로 전액 보전 받지는 못하는 것”이라며 “업체 차원에서는 입찰시 설계비 부담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정치권의 선심성 사업’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정치인들이 지지도를 높이기 위해 선거철마다 지역구에 SOC 예산을 끌어오거나 공약을 내걸면서 ‘선심성 SOC 사업’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 발주기관 관계자는 “경제 파급효과를 고려해 시기별·지역별로 사업이 골고루 배정돼야 하지만, 최근 선심성 사업이 많아지면서 사업이 짧은 기간에 쏟아져 나오니 되레 입찰 요인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턴키사업의 유찰이 이어지면서 국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생산 활동의 기초가 되는 공공재인 ‘SOC 확충’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각 발주청이 유찰 시 수의계약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입찰제도 분야의 한 전문가는 “턴키사업으로 발주한 의도는 설계와 시공을 한번에 맡겨 시간 단축을 한다는 목적이 큰 것”이라며 “국민들로 하여금 무작정 SOC 이용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각 발주청들은 ‘수의계약’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업체와 유착 됐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턴키사업이 유찰됐다고 해서 수의계약을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공공기관의 한 계약담당 관계자는 “최근 턴키사업들이 유찰되고 있는 것을 낮은 사업성만으로 보긴 어렵다”면서 “국가 차원의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입찰분야 전문가는 “공공사업인 만큼 수의계약도 적극 검토해 사업 속도를 내 국민들이 보다 편하게 SOC를 이용하게 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고 했다. 

 

 

/홍제진 기자·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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