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이 기본측량성과 검증기관으로 공간정보품질관리원과 공간정보산업진흥원 두 곳을 복수로 지정하면서 ‘성과심사 경쟁체계 도입’을 선포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사실상 두 기관을 두고 “앞으로 사업성과에 따라 검증기관 자격을 회수할 수도, 추가로 부여할 수도 있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기본측량’은 모든 측량의 기초가 되는 공간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국토지리정보원(국토교통부)이 시행하고 있는 측량이다. 지리원은 매년 약 900억원 상당의 기본측량사업(국가기준점 구축‧관리, 항공사진촬영, 국가기본도 및 정사영상 제작 등)을 발주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 직원들이 국가행정업무는 물론 기본측량사업을 시행하며 품질관리까지 수행하는 만큼 별도의 전문기관 지정을 통해 기본측량의 품질을 제고할 수 있다는 논리가 ‘기본측량성과 검증기관 지정’의 출발점이다. 그 결과가 이번 기본측량성과 검증기관 복수 지정으로 드러난 것이다.
하지만 지리원이 이번 기본측량성과 검증기관을 복수로 지정한 배경과 당위성에는 의문이 든다. 기본측량과 대비되는 공공측량에 대한 성과심사는 기존 공간정보산업협회가 위탁사업으로 수십 년간 수행해오다 2014년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공정성 확보를 명분으로 분리됐다. 협회의 회원사인 측량업체들이 자신들이 수행한 공공측량 성과를 자신들이 구성하고 있는 기관에서 심사한다는 이른바 ‘셀프 심사’ 문제로 공정성 훼손 우려가 제기됐던 것이다.
그나마 공공측량은 그동안 ‘제3의 기관이 검증한다’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기본측량성과 검증은 수십 년간 국토지리정보원이 사실상 ‘셀프 심사’를 해왔다. 기본측량성과 검증을 ‘용역 사업’의 형태로 발주해왔는데, 이는 결국 “내가 일을 잘 했는지 심사해 주시오”하고 일을 맡겨왔다는 얘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이 같은 논리로 보자면, 국토지리정보원이 수행하는 기본측량의 성과 검증은 국토지리정보원의 입김에서 완전히 벗어난 기관이 수행하는 게 타당다고 볼 수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이번 기본측량 성과심사 기관 복수 지정은 겉으로는 ‘경쟁을 통해 공간정보 품질을 확보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선수가 심판을 지정’하는 것이고, 경쟁이라는 허울로 향후 두 기관의 싸움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공공측량 성과심사도 향후에는 복수화를 할 예정으로, 기본계획에는 3년 내에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검증기관을 대상으로 상‧하반기 2번 점검을 하고 있고, 운영상의 미비점이 보이면 재검토해서 검증기관 자격을 환수할 수 있다”고 했다. 선수가 심판의 자격과 지정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본측량’은 모든 측량의 기초가 되는 공간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기본측량 성과검증이 어긋나면 국가의 위치정보가 틀어질 수밖에 없다. 측량성과 검증 업무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입김에서 완전 배제된 감사원 같은 제3의 기관으로 보내야 한다.
/조영관 기자 <저작권자 ⓒ 매일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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