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권리’를 주창한 19세기 철학자 마르크스 조차도 한국 사회에서 어느새 ‘갑’이 돼버린 노조를 보면 깜짝 놀라지 않을까. 아니, 굳이 멀리 갈 것 없이 불과 50년 전의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으로 눈을 돌려보자. ‘근로기준법’ 준수를 부르짖으며 분신한 전태일 마저도 지금의 한국 노조를 보고서는 “내가 언제 그런 식으로 하라고 했느냐”며 잔뜩 화를 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부산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한 남성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건설노조 관계자에게 항의할 목적으로 분신 소동을 벌였다고 한다. 민주노총 부산·울산·경남 건설지부 측이 작업 중단을 지속적으로 강요해 항의하는 차원에서 몸에 불을 붙이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이 남성은 건설사와 계약을 맺고 지난달 공사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민주노총 건설노조 측이 건설사와 새로 교섭을 하겠다고 나섰다고 한다. 민주노총 측이 교섭기간 동안 작업을 멈춰달라고 일방적으로 요구하면서 소속 근로자들이 한 달여간 일당을 못 받았고, 건설사와 약정한 공사 기간도 맞추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이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다. 건설노조의 횡포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특히 타워크레인 등 건설장비 현장은 노조의 횡포로 전쟁터나 다름없다. 노조가 건설사와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를 대상으로 조합원 채용을 강요하는 건 예사다. 노조는 타워크레인 임대업체가 조합원 채용 요구를 거절하면 건설현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공사를 방해하고, 원청 건설사에도 찾아가 시위를 벌인다. 이제는 시위로도 부족했는지 ‘고발 전담팀’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현장 곳곳에서 사소한 안전 부주의를 빌미로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했다며 고발하는 것이다. 하루하루가 비용인 건설현장에서는 공기(工期) 준수를 위해 노조의 횡포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전태일 같은 이들이 ‘노동 착취’에 반발해 분신을 했다면, 지금은 갑이 된 노조의 ‘자본 착취’에 못 이긴 ‘사장(관리자)’들이 목숨을 던지는 세상이다. 정부는 건설 현장 노조의 횡포를 못 막는 건가, 안 막는 건가.
/윤경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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