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양조사정보법, 해양정보시대 개막의 첫발 내딛다

김백수 국립해양조사원 해도수로과장

매일건설신문 | 기사입력 2021/06/18 [10:06]

[기고] 해양조사정보법, 해양정보시대 개막의 첫발 내딛다

김백수 국립해양조사원 해도수로과장

매일건설신문 | 입력 : 2021/06/18 [10:06]

▲ 김백수 과장        © 매일건설신문

‘지도’는 인류 문명의 발생과 함께, 어쩌면 문자보다 더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해 온 도구로, 위치 정보를 담은 전통적이고 대표적인 공간정보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해양분야에 있어서도 바다의 지도인 ‘해도(海圖)’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형지물이 존재하는 육상과 달리 망망대해에서는 자신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대상이 마땅치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저지형과 끊임없이 움직이는 바닷물 등으로 인해 과거부터 바다는 인류에게 미지의 공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국제 물류 운송에서 해상 물동량이 약 80%를 차지하고 식량·자원의 보고이며, 기후를 조절하는 등의 역할이 주목받는 등 인류의 생활에 있어 뗄 수 없는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바다를 조사하고 해도를 만드는 기관인 ‘국립해양조사원’은 올해로 설립된 지 72년째를 맞는 기관이다. 1949년 11월 국방을 목적으로 해군에 만들어진 조직이었지만, 이후 해양 이용의 증가와 함께 교통부, 해양수산부를 거치며 그 기능이 강화돼왔다. 특히, 2021년은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서 분법 제정된 ‘해양조사와 해양정보 활용에 관한 법률(이하 해양조사정보법)’의 시행과 함께 국립해양조사원 업무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해양조사정보법’의 제정은 크게 세 가지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전통적인 ‘수로조사’ 대신 ‘해양조사’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바다를 단순히 해상교통의 통로인 수로(waterway)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 및 자원고갈 등 인류 공통문제 해결을 위한 공간으로 인식하는 국제적인 흐름을 반영했다. 또한, 세계 수로의 날인 6월 21일을 ‘해양조사의 날’로 법정 기념일화 했다.

 

다음으로는 ‘해양정보’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해양정보 관리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대폭 강화했다. 그동안 ‘수로조사 성과’라는 개념으로 정의됐던 해양조사 결과물이 이제는 ‘해양정보’라는 표준화된 체계로 관리되어야 함을 뜻한다. 인공지능시대에는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지도가 아니라, 기계가 인지할 수 있는 표준화된 정보 형태로 관리되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스럽게 해양조사 업무의 중심도 해도에서 해양정보로 이동하고, 해양정보가 항해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는 핵심 정보로 활용된다는 점을 생산단계부터 고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양정보서비스업이 신설되고 해양정보의 이용에 대한 규제가 완화 됐다. 국가가 독점해온 해양정보를 민간에 개방해 다양한 분야에 활용 될 수 있도록 지원할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국가는 해양정보의 품질향상과 개방에 집중할 수 있고, 다양한 분야에서 증가하는 해양정보 수요 충족은 산업군을 조성해 민간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양정보의 중요성이 강화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며, 국제수로기구(IHO)나 UN도 해양정보를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의 핵심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국제수로기구(IHO)에서 ‘2000년대 초반부터 범용 해양정보 표준인 ’S-100‘ 개발을 추진하고 해양공간정보체계(MSDI) 논의를 지속하는 것도 이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한 예라 할 수 있다. 

 

해양조사정보법은 해양정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정하고 있지만, 민간 산업계에까지 변화의 동력을 불어넣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해양정보는 그동안 보안과 기술적 특수성 등으로 인해 민간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기 어려운 면이 있었던 만큼, 해양정보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양에 대한 기본소양교육부터 전문인력의 양성, 보안규제 완화까지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정부와 산업계간 선순환 구조가 법·제도적으로 잘 정립 된 지리정보나 기상정보 분야를 벤치마킹해 ‘해양정보 산업 진흥법’을 제정하고 산업 육성 전담 지원기관과 해양조사 교육기관을 신설하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가 될 수 있다.

 

‘해양조사정보법’의 시행은 이러한 과제들을 추진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지난 성과보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중요한 이유이고, 제1회 해양조사의 날을 맞는 국립해양조사원의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김백수 국립해양조사원 해도수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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