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또다시 찾아온 깔따구의 계절

‘깔따구 한 마리’도 막겠다는 환경당국 의지 보여줄 때

김동훈 기자 | 기사입력 2021/04/16 [11:07]

[기자수첩] 또다시 찾아온 깔따구의 계절

‘깔따구 한 마리’도 막겠다는 환경당국 의지 보여줄 때

김동훈 기자 | 입력 : 2021/04/16 [11:07]

천길 높이의 큰 둑도 아주 작은 개미구멍으로 인해 무너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해 ‘깔따구’ 홍역을 치른 환경당국에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최근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경기도 화성정수장을 찾았다. 이곳은 화성시와 평택시에 하루 12~13만톤의 정수를 공급하고 있는 광역정수장이다. 24시간 연중 가동되는 정수장에서 20여명의 직원들이 깨끗한 수돗물 생산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화성정수장은 깔따구 유충을 막기 위한 공사에도 한창이었다. 지난해 7월 환경부는 긴급점검을 통해 전국 7개 정수장에서 유충이 소량 발견됐다고 발표했는데, 인천 공촌 정수장과 함께 이곳도 포함됐다. 

 

이에 대한 조치로 여과시설 등을 외부와 차단하기 위한 밀폐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벌레 유입을 막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해결책은 물리적인 단절이다. 앞서 이중문과 에어커튼은 이미 설치해 여러 겹의 차단시스템을 확보해 놨다. 

 

그럼에도 현장을 둘러보면서 든 생각은 ‘그렇다고 유입을 전부 막을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었다. 온 사방이 물천지인 이곳에서 깔따구 100% 차단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는 물음에서다. 설상가상으로 정수장은 물을 흘려 내보내야 하는 구조상 대부분 고지대인 산속 외지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벌레 따위가 주변에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다른 곳에서 만난 한 업계 관계자도 “당연히 지속적인 노력을 펼쳐야 하겠지만 수십만톤의 물탱크에 단 한 마리의 벌레도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 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깔따구 한 마리’는 ‘천길 높이의 큰 둑’을 무너뜨리는 아주 작은 개미와 같을 수 있는 만큼 ‘한 마리의 깔따구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깔따구 한 마리가 낮은 수돗물에 대한 믿음을 더욱 허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선 2017년 수돗물홍보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당시 수돗물을 끓이지 않고 그대로 먹는 비율은 7.2%에 불과했다. 그만큼 국민의 수돗물에 대한 믿음이 낮다는 방증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환경부는 전국 161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돗물 먹는 실태’ 표본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인천 적수 사태, 깔따구 유충 사태 등을 치른 후 첫 조사인 만큼 음용률과 만족도는 낮아질 공산이 크다. 

 

수돗물은 남녀노소 누구나 만지고 사용하는 만큼 이물질 단 하나도 허용해서는 안 되며 그것을 제1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설비만 갖췄다고 해결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어려움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우선 개방형 정수장을 하루빨리 밀폐형으로 개선해야 하고 나아가 처리시설의 청소 등 유지·관리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물리적으로, 환경적으로 어렵다고 한다면 인력(人力)을 통해서라도 촘촘하게 걸러내야 한다. ‘깔따구’가 좋아하는 여름이 임박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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