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채 변호사의 하도급법 판례 이야기]⑯

‘대금합의’ 없이 공사완료…하도급 대금 미지급 시 법위반

변완영 기자 | 기사입력 2020/11/07 [08:42]

[정종채 변호사의 하도급법 판례 이야기]⑯

‘대금합의’ 없이 공사완료…하도급 대금 미지급 시 법위반

변완영 기자 | 입력 : 2020/11/07 [08:42]

선 공사진행 합의·계약서 미작성 시…추가부담금도 원도급자 몫

 

▲ 정종채 변호사  © 매일건설신문

Q: 착공 이후 원사업자는 설계변경 및 공기연장을 요구하면서도 하도급대금에 대해서는 추후에 논의하자고 강요했다. 하도급대금을 변경을 요청했으나 믿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사가 완공된 이후 원사업자는 말을 바꾸어 설계변경과 공기연장에 따라 추가되는 하도급대금에 대해 합의한 바가 없으니 하도급대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한다.

 

하도급회사는 추가비용 부담으로 파산위기에 처했으나, 원사업자는 자신들도 발주자로부터 증액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담당조사관은 추가될 금액에 대해 합의 못하고 계약서도 작성되지 않았고, 얼마인지도 모르니 지급의무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법위반이 없다는데 맞는 말인가?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조사관의 견해는 잘못이다. 하도급법 제13조 제1항은 하도급대금이 결정과 무관하게 하도급거래가 성립하고 목적물이 수령되면(준공도 포함) 하도급대금을 일정기간 내 지급하지 않으면 법위반이다.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결정하지 않고 심지어 계약서에 서명날인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수급사업자가 위탁받은 대로 착공하면 위탁이 성립한다. 따라서 도급이 완료되면 하도급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다. 추가공사 부분도 마찬가지다. 추가공사대금에 대해 합의되지 않았더라도 원사업자 요청으로 추가공사가 이루어졌다면, 추가공사대금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것이고, 지급하지 않으면 역시 하도급법 위반이 된다. 

 

물론 정해지지 않은 하도급대금은 감정 등의 방법으로 판결로 정해지겠지만 이 경우에도 판결선고일이 아니라 목적물 수령일(공사 완료일)로부터 60일이 경과한 날로부터 하도급법상의 지연이자인 15.5%가 가산된다. 

 

일반적으로 하도급계약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설사 공사를 진행했더라도 계약상 하도급대금 지급을 청구할 권리는 없고, 공사로 인해 상대방이 이익을 보았다면 민법상 부당이득반환청구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당사자들 간에 하도급 공사를 진행하기로 합의가 되었지만, 하도급대금에 대하여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공사를 먼저 진행하고 대금에 대하여는 이후 합의하자고 한 경우는 이와 다르다. 


하도급계약은 이루어졌고 하도급대금에 대하여는 이후 실투입공사비를 산정해서 정산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당사자들 의사해석에 합당하기 때문이다.  계약은 서면 뿐 아니라 구두로도 이루어질 수 있고 심지어 묵시적인 방법에 의해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설사 아무런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하도급대금에 대하여 합의를 하지 못하여 계약서 작성 없이 원사업자의 요청에 따라 수급사업자가 공사에 착공했다면 구두 또는 묵시적 하도급계약이 성립한 것이다.

 

당사자 간에 하도급대금에 대하여는 추후 합의로 정하되 만약 합의가 되지 않으면 실제 투입공사비 상당을 공사대금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법원도 실무적으로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아니라 공사비지급의무를 인정하고 실제 투입공사대금을 감정하여 이를 기준으로 공사대금을 판단하고 있다. 

 

우리 법원은 많은 판례를 통해 그 법리를 확인하고 있다. “계약금액과 같은 계약의 본질적 요소에 관하여 그 내용을 사후라에도 정할 수 있는 방법과 기준이 있다면 계약 체결 당시 금액을 정하지 않았더라도 그 계약은 유효하게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또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하면서 일정한 사항에 대하여 장래 합의할 것으로 유보했다면, 당사자에게는 계약에 구속되려는 의사가 있고 계약 내용을 나중에라도 구체적으로 특정할 방법과 기준이 있다면, 계약 체결의 경위, 당사자 인식, 조리, 경험칙에 비추어 당사자의 의사를 탐구해 계약내용을 특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런 법리를 기초로 대법원은 하도급대금이 합의되지 않은 경우 그 지급의무와 관련하여 명확하게 “수급인이 일의 완성을 약속하고 도급인이 그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명시적, 묵시적 의사표시를 한 경우 보수액이 구체적으로 합의되지 않더라도 도급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본다.

 

공사도급계약에 있어서는 반드시 구체적인 공사대금을 사전에 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실제 지출한 비용에 거래관행에 따른 상당한 이윤을 포함한 금액을 사후에 공사대금으로 정할 수 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당사자 사이에는 공사를 완성하고 공사대금은 사후에 실제 지출한 비용을 기초로 산정하여 지급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정종채 변호사(하도급법학회장, 법무법인 에스엔 조세/공정거래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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