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령비현령 ‘디지털 트윈’… “명확한 비전도 방향도 없다”정부, 디지털 뉴딜에 2025년까지 58조원 투자 계획
‘디지털 트윈’ 부상하지만 혼동… “목표 아닌 수단” “3D로 복제하는 수준으로 좁게 정의해선 안 돼”
정부가 코로나19 이후의 국가발전전략으로 ‘한국판 뉴딜’을 선포한 가운데 한국판 뉴딜의 한 축인 ‘디지털 뉴딜’이 부상하고 있다.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고용‧사회적) 등 3대 분야 28개 과제, 10대 중점 추진 과제로 추진될 예정이다. 이중 디지털 뉴딜을 통해 2023년까지 총 23조원, 2025년까지 58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뉴딜은 4대 분야 12개 추진 과제로 진행될 예정인데, 디지털 뉴딜 추진에서 새롭게 떠오른 것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가상모델)’이다. 국토교통부는 안전한 국토‧시설 관리 등을 위해 도로‧지하공간‧항만 대상 디지털 트윈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국내 공간정보산업을 총괄하는 국토부 국토정보정책관실은 최근 ‘디지털 트윈 산업계 간담회’를 열고 디지털 트윈 주요사업과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사업화 전략 및 산업계 의견을 청취했다. 디지털 트윈이 디지털 뉴딜의 핵심이라는 취지다. 국토정보정책관실은 디지털 트윈 주요사업으로 전국3차원지도, 정밀도로지도, 지하공간 3D 통합지도,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 구축 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디지털 트윈의 개념과 정의부터 분명하게 알아야하고, 목표부터 정확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현령비현령)’식으로 ‘디지털’이라는 용어만 나왔다하면 ‘디지털 트윈’을 갖다 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발표한 사업계획을 두고도 기존 사업의 재탕이라는 지적이다.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에서 최초로 만든 개념으로 알려진 디지털 트윈은 물리적인 사물이 컴퓨터에 동일하게 표현되는 ‘가상모델’이다. IoT(사물인터넷)·빅데이터·AI(인공지능)이 결합된 ‘가상실체’다.
디지털 트윈은 컴퓨터에 현실 사물의 쌍둥이 객체인 가상실체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해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다. 말 그대로 현실과 가상세계를 똑같이 구현하는 기술이다. 가상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물체(쌍둥이)를 만들어 다양한 모의시험(시뮬레이션)을 통해 검증해 보는 기술로, 실제 제품을 만들기 전 모의시험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활용되는 것이다.
현실세계에서 시간·공간·비용·안전상의 제약으로 해보기 어려운 문제들을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분석·설계·진단·예측·최적화를 통해 의사결정에 참고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은 디지털 트윈의 하나의 부품인 셈이다. 디지털 트윈은 사회 각 부문의 문제 해결 시 사람의 결정에서 반드시 수반될 수밖에 없는 휴먼에러(human error)를 방지할 수 있다.
디지털 트윈은 ‘목표가 아닌 수단’인 것이다. 시스템 통합·솔루션 기업의 한 대표는 공간정보산업에서 디지털 트윈을 강조하는 것과 관련해 “공간정보 전문가들은 디지털 트윈을 3D(3차원)로 똑같이 복제하는 수준으로 좁게 정의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디지털트윈은 IoT‧빅데이터‧AI, 공간‧형상정보, 모델링 시뮬레이션 기술의 복합체로써 현실세계의 데이터, 시간, 공간이 동기화돼야 하고, 동작특성이 같아야 쌍둥이로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판 뉴딜 28개 추진과제가 비전과 목표 지향적으로 계획‧실행‧검증돼야 한다”면서 “IoT, 빅데이터, AI, 디지털트윈, 드론, 로봇, 자율운행 등의 기술이나 수단이 목적지향적으로 활용돼야하고, 그러기 위해선 기술의 능력과 한계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문가는 “국토부가 발표한 디지털 트윈 과제들을 보면 원래 하던 사업 그대로다”라며 “디지털 트윈을 (단순히) 3차원 데이터 구축 사업으로 접근하고 있고, 디지털 트윈을 활용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비전과 방향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조영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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