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철도형식승인’ 장벽에 속타는 철도업계

정부와 기관, 업계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변완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3/22 [01:22]

[기자수첩] ‘철도형식승인’ 장벽에 속타는 철도업계

정부와 기관, 업계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변완영 기자 | 입력 : 2020/03/22 [01:22]

▲ 변완영 기자  © 매일건설신문

철도 부문 형식승인제도의 문제가 보수적이고, 경직화됨으로써 시행과정의 문제점이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여전히 페이퍼 위주의 ‘규제’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2012년12월 ‘철도안전법’ 개정에 따라 도입됐다. 이는 2010년 경부고속철도 2단계 개통과 함께 ‘KTX-산천’ 차량이 잦은 고장으로 인해 차량제작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이다.

 

철도차량형식승인은 단계별로 ▲설계단계(철도차량형식승인) ▲제작단계(제작자승인) ▲양산단계(완성검사) ▲사후관리(안전 및 품질확인 및 점검, 제재수단 강화)를 거친다.

 

형식승인은 철도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라 철도차량의 설계가 기술기준에 적합한지를 검증하기위해 수행되는 것으로 설계적합성, 합치성, 차량형식시험을 순차적으로 한다.

 

제작자 승인은 형식승인을 받은 제작자가 차량을 제작하기 위해 품질관리체계 적합성검사 및 제작 검사를 실시한다. 완성검사는 제작자 승인을 받은 자가 제작한 철도차량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제작한 철도차량이 형식승인을 받은 대로 제작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2014년 3월 형식승인이 본격화 되면서 철도차량은 물론 철도용품에 대한 형식승인제도가 닻을 올렸다. 당시 제도의 취지는 ‘세계철도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경쟁심화에 적극 대응하고 철도차량·용품의 품질기준을 국제적 수준에 맞게 체계적으로 정비한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지 6년, 실제차량제작과정에 적용된 지는 5년, 용품제작과정에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규제’ 성격이 강한 초기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물론 철도형식승인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도 산업계의 우려가 없지 않았다. 첫 번째는 제작기간 증가와 품질유지가 어렵다는 점이었다. 기존의 3단계체계(설계승인→제작·검사·시운전→양산)를 8단계(설계적합성→차량제작(초도)→형식승인→제작자승인→차량제작(양산)→완성검사→납품)로 전환함으로써 제작기간이 최소2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됐다.

 

두 번째는 초도편성용과 양산용 납품시점이 약 12~18개월 이상 차이가 나면 외국에서 구매해야하는 부품의 경우 가격상승, 업체상황변경 등의 위험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설계적합성 검사는 기존 발주처의 도면, 문서 승인과는 다른 절차인데 중복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었다. 무엇보다 철도용품 제작에 형식승인제도는 철도산업발전에 저해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요구를 형식승인대상으로 하다보면 관련 용품의 제작비와 제작기간이 증가해 신기술 적용을 꺼리는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형식승인 프로젝트가 갈수록 증가했고. 검사기간도 평균 12개월이 소요되고 있다. 특히 제작사들이 지적하는 부분은 제작기간의 장기화와 예측하기 어려운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철도 전문가에 따르면 비용은 형식승인 수수료와 함께 기술문제 서류작성 및 승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도시철도 차량을 기준으로 총100억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규제항목 증가와 승인기간 불확실성으로 인한 잠재리스크에 따른 차량단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아울러 형식승인 기간을 예측하기 어려워 제작기간을 정할 수 없다는 것도 애로사항이다.

 

결국 형식승인을 거치면서 호환 가능성이 좋아져 철도시스템 전체의 효율성을 높였을 지라도 당초 우려와 같이 제작기간 연장 및 비용을 증가시켰다. 뿐만 아니라 제작자들이 이전에 없었던 높은 수준의 기술을 적용하라는 압박을 받는 등 기술에 대한 견해차가 발생하기도 했다.

 

부품 및 차량업체 관계자는 “국토부나 철도기술연구원이 형식 승인하는데 있어서 너무 법조문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기술적인 것은 뒷전이고 법학적 해석에만 치우친다”고 하소연했다. 하나에서 열까지 업체들이 발로 뛰면서 기술적, 행정적, 법적인 기준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업계입장이다. 이들은 ‘차라리 일본처럼 발주처에서 설계도면을 그려주고 제작만 하라’고 하면 통일적이라는 한다는 주장이다.

 

국토부나 기재부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형식승인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업계의 요구처럼 제작기간을 늘려주던지. 비용부담을 줄여주든지 해야 한다. 흘러가는 레코드음반 소리로 듣지 말고 새겨들어야 한다. 철도산업의 명운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변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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