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와 첨단 통신장비의 대표적 기업인 IBM과 CISCO 뿐 아니라, 일본 유수의 IT 기업들도 미래전략사업으로 스마트시티와 스마트 홈을 선정하고 상품화를 서두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IT 기업들이 자동차 산업까지 진출하는 등 공격적인 영역확장을 보면 건설 산업 또한 그 영향을 피해가기 어렵다. 어쩌면 건물을 짓는 3D 프린터 기업에게 건설 시장을 내어 줄지도 모른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우리 정부의 대표적 핵심정책은 도시재생이라는 도시 관리 모델과 스마트시티라는 미래 도시 모델 구축이다. 도시재생이 도시 관리의 큰 방향이라면 향후 기존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하거나 대규모 아파트 재개발 수요를 크게 감소시키게 된다. 더욱이 압축 고도성장 이후 성숙기에 접어든 우리 도시 안에서 이제 더 이상 쉽게 개발할 수 있는 토지 자원도 없다. 우리 건설 산업의 방향 전환이 더욱 절실해 지는 이유다.
스마트도시 정책 역시 건설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도시는 초연결과 다양한 융합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가변형 공간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AI, 5G로 대표되는 첨단기술이 가져올 라이프스타일의 근본적인 변화를 우리 건설 산업이 충분히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간 건설 산업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토대로서 국가에 기여한 점은 인정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시대의 급격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비전과 실천전략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우리 건설 산업은 아직도 토건으로 대표되는 부정적 이미지와 함께 시공 위주의 저가 수주를 경쟁력으로 한 낙후 산업이라는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근대화 이후 우리 건설 산업은 건축, 토목, 인테리어 등 수많은 분야로 전문화, 세분화를 거치면서 세계 수준으로 발전해 왔지만, 지금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지식산업으로서 또는 전방산업으로서 건설 산업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자신 있는 답을 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과거 산업혁명이후 전 세계 건설 산업을 주도 했던 영국이 21세기에 들어 다시 그 경쟁력을 되찾고자 건설 산업의 첨단산업화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한다. 우리의 건설도 시장 창출형 지식산업으로 전환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이다. 건설공사 중심에서 기획과 설계부터 시공과 유지관리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적 지식산업으로서 그리고 새로운 첨단 산업과 기술의 수요처로서의 전방산업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돌이켜 보면, 산업 혁명이후의 건축은 지금과 같이 새로운 기술과 산업의 등장 속에서 미래를 제시했다. 르코르뷔제의 ‘빛나는 도시(Radiant City)’,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평원 도시(Broadacre City)’는 자동차, 전기 등 당시 첨단 산업과 기술을 건축에 담아 미래 도시의 상(像)과 삶을 구체화했다. 지난 세기는 그 미래를 실현해온 과정이며 건설 산업의 기반이 되었고 그 결과가 오늘날의 도시들이다.
20세기 초 산업혁명에 참여할 수 없었던 우리는 건축과 도시의 서구 모델을 건설이라는 이름으로 뒤쫓아 갈 수밖에 없었다. 이제 우리는 세계적인 경제 역량과 첨단 기술력을 가진 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하는 나라 중에 하나가 되었다. 과거 서구에서 주도한 기술혁명시대의 미래를 제시했던 역할을 우리 건설 산업이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제 건설은 4차 산업혁명시대 첨단산업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스마트시티와 도시재생 모델을 제시해, 미래도시를 위한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지식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건설 산업의 혁신을 위해 모두의 인식 전환과 통합적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김도년(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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