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2017년말 기준 수출입 동향을 살펴보면, 전력기자재 분야는 한해 122억불을 수출하고 114억불을 수입하여 7.9억불의 무역흑자를 달성하고 있다. 과거 전력기자재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시절이 있었음을 감안할 때 그동안 우리나라 전력산업계의 노력은 과히 높이 살 만하다.
기술개발을 위한 제작사와 한전의 공동노력으로 이룬 전력기자재 자립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제개발의 과정을 겪고 있는 경쟁국가에겐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70년대 정부는 산업발전의 근간을 세우기 위해 국산화 정책을 주도하였고, 이 정책에 따라 제작사와 한전은 함께 기자재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게 되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1990년대 후반에는 시장규모가 극히 작은 일부 자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전력기자재는 국산화가 완료되었다.
대표적인 기자재 국산화 사례를 살펴보면, 중전기 부분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력용변압기는 1963년 이천전기(현 일진전기)가 66kV급을 최초로 개발한 이래, 1969년 한영전기(현 효성중공업)가 지금도 사용되는 변압기의 모태가 되는 154kV 3상 20/30MVA 유입변압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계기로 용량증대와 품질개선 및 부품의 국산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어 1989년에는 현재 한전이 표준으로 사용하는 154kV 변압기 표준용량(45/60MVA)와 345kV 변압기 개발에 성공하였고, 1999년에는 765kV 변압기를 순수 국내기술에 의해 개발하여 기술자립을 완성하였다.
이와 같은 축적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현재는 HVDC(High Voltage Direct Current·초고압 직류송전)와 같은 신기술 분야에서도 국산화를 진행하여 도입 초기부터 국내 양산품으로 설치하는 단계에 이르는 등 이제는 양적인 성장의 단계를 뛰어넘어 질적인 성장의 단계에 도달한 것이다. 이처럼, 전력기자재 제작사와 한전은 국가경제발전의 원동력인 전력인프라 개발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함께 수행해 온 동반자적 관계이다.
한전은 지난 2015년 World Bank 기업환경평가 전기공급분야에서 2년 연속 세계 1위와 2016년 ‘포브스 글로벌 2000’에서 전세계 유틸리티 회사 중 유일하게 100대 기업에 진입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렇게 높아진 한전의 위상을 동반자인 기자재 제작사들이 활용하여 글로벌 시장진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Team KOREA’전략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Team KOREA 전략이란, 한전이 인정한 KTP(KEPCO Trust Partner) 등록제도와 기자재 해외수출 직접 지원제도 및 최우수품질 제작사를 선정하고 감사장을 수여함으로써 지속적인 동기부여를 하는 등의 활동을 말한다.
한전은 최근 2017년도에 전력기자재를 납품한 75개품목 652개 기자재 제조회사를 대상으로 품질평가 요소인 하자율, 검수불합격률, 고장발생률 등을 평가하여 2, 3단계 검증을 거쳐 최고품질의 전력기자재를 공급한 10개 제작사(배전 6개사, 송변전 3개사, 정보통신 1개사)에 대한 감사장을 수여하였다. 감사장을 수상한 공급사는 향후 한전에 기자재 납품 시 검수시험 50% 면제 및 검수시험 완화 등의 인센티브가 부여된다.
2014년부터 시행된 감사장 수여는 기자재 제작 결함 등 품질이 불량한 기재재를 공급한 회사에 대하여 제재만 하던 과거방식을 탈피하여, 품질관리 실적이 우수한 기업을 포상하고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제조회사의 자발적인 품질향상을 유도함과 더불어 중소 기자재 제작사가 한전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여 전력기자재를 해외에 수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한전은 이러한 활동이 공기업인 한전의 당연한 책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에너지 산업계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끝으로 한전이 세계최고의 전기품질을 보유하고 독보적인 브랜드 가치를 가질 수 있게 된 데에는 전력설비의 올바른 시공과 고품질의 기자재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최일선에서 품질관리를 위해 애써주신 제작사 여러분의 노고와 헌신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종환 한전 기술혁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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