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북 경협보다 중요한 ‘북한 공간정보’사업 실시설계 위한 ‘1:5000 지도 구축’ 예산 확보돼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상황이다.”
남북이 지난달 1일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논의한 ‘동해선·경의선 철도 연결·현대화 분과회담을 열고 경의선·동해선 철도 연결 사업에 합의했지만 정작 국내 산업계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기자가 최근 만난 철도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잘 되겠죠...”라는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남북 경협에 따른 수혜는 정작 기대도 하지 않는 눈치였다. 이는 미국과 북한이 CVID(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두고 ‘밀당(밀고 당기기)’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남북 경협의 안갯속인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적인 상황은 차치하고라도 남북 경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선행돼야할 조건이 있다. 바로 ‘공간정보’다.
공간정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일이 되든 안 되든 남북 경협 여부를 떠나서든 향후 북한의 주민들이 행복하려면 공간정보 구축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남북은 지난달 26일 남북철도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공동연구조사단을 구성해 이달 24일 경의선부터 현지 공동조사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이 철도 현대화를 위한 설계·공사방법 등 향후 세워나가기로 한 ‘구체적인 실무적 대책들’ 중 우선돼야 할 것은 사업의 실시설계를 위한 ‘지도의 구축’도 하나가 될 것이다.
철도시설공단은 국토지리정보원이 지난 10여년간 이미 구축해놓은 북한 전역의 1:25,000 수치지형도를 이용해 북한 철도 노선에 대한 사전 조사를 해놓은 상황이다. 철도공단에 의하면 북한의 철도노선은 경원선(철원~평강), 강원선(고원~평강), 평부선(판문점~평양) 등 총 9개 노선에 총 연장은 2,287km에 이른다.
그러나 이 1:25,000 수치지형도는 남북 경협 사업을 위한 자료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설계에 이용할 수는 있지만 지도의 정확도에 따라 공사비용 산출 오류 등의 문제가 따르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1:25,000 지형도로는 노선 현황 파악이나 기본계획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쓸 수는 있지만 실제 사업을 위한 실시설계를 하려면 1:5000 수준의 대축척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기본 철도 노선들의 현대화 사업을 위해 사전 실시설계를 위한 1:5000 대축척지도를 구축할 경우 위성영상 구입, 수치지형도·정사영상 제작 등에 최소 100억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거라고 산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예산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은 현재 ‘접근불능지역 공간정보 구축’ 사업에 연간 15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기존에 구축한 북한전역에 대한 1:25,000 수치지형도의 지속적인 수정·갱신뿐만 아니라 대북 관계기관 협의체를 통해 결정된 주요 도심지역에 대한 1:5,000 공간정보를 신규로 구축하는 사업이다.
남북 경협이 말 그대로 ‘소문만 난 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CVID의 이행이 선제조건일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미래의 대한민국’을 그리기 위해서는 북한 지역 전체에 대한 공간정보 구축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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