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의 주요 도시들을 다룰 때 우리에게 친숙한 사안은 도시경쟁력이 아닌 부동산이다. 실제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부정책이 등장할 때면 늘상 서울의 고만고만한 지역이 타켓으로 지목된다. 서울의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현 시점에서는 더욱 그렇다.
우리 사회에서 서울, 또는 강남이라는 단어가 때로는 한국의 부동산시장 전체를 상징할 수도 있다는 말도 과언은 아니다.
이처럼 부동산이 주요 사안이 되는 것은 대도시, 특히 서울에서는 집이 부족하고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집은 주택보급률의 숫자놀음이 아닌, 실수요자가 원하는 말끔한 주거환경의 주택을 의미한다.
지난 2010년부터 줄어든 서울의 인구가 2016년에 이르러서는 1천만 명 아래로 떨어진 이유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서울에서 빠져나간 인구의 상당수가 인접지인 경기도로 옮겨갔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서울처럼 장기간에 걸쳐 구축된 기반시설과 일자리를 가진 도시에서 대량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 이상의 신규 택지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책당국이 택할 수 있는 수단은 기존의 노후지역을 고밀도로 재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도시의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실상은 종전의 뉴타운 정책이 타당한 선택이 된다. 따라서 재개발과 재건축을 배제한 현 정부의 도시재생에는 비판의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각 도시만의 특색있는 모습을 가꾸고 차별화된 관광자원 등의 도시경쟁력을 축적한다는 측면에서는 전혀 다른 얘기가 된다. 한국의 대표 도시인 서울만 보더라도 고도로 발전된 도시경관을 갖췄다고 보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 일본 등 아시아의 주요 도시들과 비교하더라도 현대화된 도시로서의 우월한 모습은 아니다.
또한 관광객들이 이국적인 정취를 찾을만한 구시가의 가로나 상점가 등이 보존된 곳도 많지 않으며 그나마도 외지인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정취가득한 좁은 길목에 골동품상가와 화랑이 가득했던 지난 90년대 서울의 인사동을 잃고 난 뒤, 관광객들의 발길이 북촌을 거쳐 지금의 서촌으로 몰리는 까닭이다.
세계의 주요 도시들은 구시가와 신시가가 공존한다. 옛 모습을 간직한 도심의 구시가에서 상업 등의 다양한 활동이 벌어짐은 물론 관공서도 그 곳에 있다. 이들이 현대식 고층빌딩들로 가득한 신시가의 정경과 어색한 것도 아니다. 이것이 우리가 가지지 못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일부러 찾을만한 이국적 정취와 문화는 금새 만들어지지 않는다. 시간의 축적이 고유한 장소성으로 변모하고 다시 도시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낡은 도시에 생을 불어넣는 작업인 도시재생에서 과거의 파괴가 최소화되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풍미가 없는 한국식 고밀도개발의 산물인 고층 주거단지가 우리의 독특한 경관으로 자리잡기는 어렵다.‘I SEOUL U’나 ‘Dynamic Korea’ 같은 브랜드도 허상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지금의 도시재생 목표는 단순히 노후화된 대도시의 환경개선이 아닌 도시경쟁력의 확보라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달리 제시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주택 및 부동산정책과의 상충을 완화함은 물론 일관된 도시재생 정책을 펼쳐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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